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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당 정치데스크, 정리: 김영균 기자
사진: 권우성 기자, 영상: 박정호 기자

▲ 김완주 전북도지사 "새만금,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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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거대한 토목공사를 얘기할 때, 자주 붙이는 수식어가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役事)'라는 표현이다. 새만금사업 앞에도 그 표현이 붙는다. 그러나 과장이 아니다. 새만금사업은 실로 대한민국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다.

그것은 또한 전북을 바꾸는 대역사다. 대역사의 성공에는 무엇보다도 전 주민의 하나 됨이 절실하다. 그래서일까? 전북 도정방침은 '하나 되어 전북을 바꿉시다'이다. 전북은 지금 새만금에 '올인'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전북도청 청사에 붙은 펼침막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18층짜리 전북도청의 부속건물에 붙은 가로세로 펼침막에는 이런 구호들이 적혀 있다.

"드디어 새만금 내부개발이 시작됩니다. 새만금이 달려온다. 새희망이 펼쳐진다."
"천년의 전통 위에 천년의 비상을 시작합니다."

전주에 가면 조선을 창업한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慶基殿)이 있다. 곧, '천년의 전통과 천년의 비상'이라는 수사(修辭)에는 전주가 조선왕조 600년을 세운 전통의 뿌리라면, 새만금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천년을 먹여 살릴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새만금사업은 4만100ha의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단군 이래 최대 역사로 이곳에서 한국의 미래가 새로 만들어질 것이다. 새만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줄 기회의 땅이자 약속의 땅이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 '한강의 기적'이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새만금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그 기적을 만드는 일에 미쳐 있다. 아니, 미치지 않으면 기적을 만들 수 없는지도 모른다. 지난달 27일 드디어 김 지사는 오랜 숙원사업인 새만금산업단지(정식명칭은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 산업지구, 1870㏊) 기공식을 가졌다. <오마이뉴스>는 기공식의 감회가 가시지 않은 1일 오후 전북도청 4층 집무실에서 '새만금에 미친' 김완주 지사를 만났다.

김완주 전북도지사.
 김완주 전북도지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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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7일 기공식을 가졌다. 이제 정말 새만금이 '동북아의 두바이' 같은 세계경제자유지대가 되는 것인가?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새만금 내부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대한민국 미래경제의 전초기지이자 동북아의 저탄소 녹색성장, 지식창조형 미래산업, 물류-관광의 허브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 지금은 두바이 모델의 이미지가 별로 안 좋은데….
"저희들에게 새만금의 비전은 (두바이 모델과 달리) 저탄소 녹색성장을 수단으로 동북아 경제중심, 세계경제자유 지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새만금이 원래 가장 큰 문제가 환경이었다. 지난 18년 동안 새만금이 가다 서다 한 것도 환경문제 때문이었다. 새만금은 (환경단체들의 삼보일배 투쟁 등으로) 세계적 환경 이슈가 된 지역이다.

그런데 그 문제를 장점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환경이 잘 정비된 지역으로 바꾸자는 것인데, 그 수단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세계 최고, 유일의 저탄소 녹색성장 지대로 바꾼다면 많은 기업과 산업, 사람이 모여서, 세계경제자유지대가 될 것이다. 새만금 특별법 등으로 제도적 장치를 해나가고 있다."

-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것이다. 새만금 개발이 같은 기조를 택한 것이 먼저인가, 아니면 혹시 새만금이 이명박 정부에 '코드'를 맞춘 것인가.
"2007년 25억 원을 들여 새만금 개발에 관한 국제공모를 했다. 미국 MIT 팀과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턴대팀, 미국 콜럼비아대팀 등이 1, 2, 3등으로 뽑혔는데, 그때 저탄소 녹색성장의 컨셉이 개발 비전에 들어 있었다. 그 후로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를 강조하신 것으로 안다. 우연히 맞춰진 셈이다."

- 한승수 국무총리도 기공식에서 새만금을 '저탄소 녹색성장'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새만금 산단이 다른 산단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우선, 구조면에서 기존의 바둑판 모양의 정방형 산업단지 틀을 벗어나 바닷가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워터프런트 형태의 해양개방형 산업단지가 될 것이다. 즉 블록과 블록 사이를 100미터 간격을 두고 3미터 수심의 물길을 조성해 300톤급 배가 왕래할 수 있도록 하는 수변공간을 갖추게 된다.

두 번째로는 새만금 산단에 들어올 산업은 일반산업이 아니다. 주로 R&D에 기반을 둔 녹색성장산업으로 업종을 특화하겠다는 것이다. 풍력, 태양광발전 부품, 바이오, 우주항공 소재 등 지식창조형 미래산업들로 명품 산단을 만들 것이다."

새만금 개발을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맡은 새만금 산단(내부개발)은 전체면적 1870㏊(566만 평)로 새만금 전체면적 4만100㏊(1억2000만 평,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 넓이)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산단은 크게 ▲생산시설 797㏊(42.5%) ▲생산지원 215㏊(11.5%) ▲상업업무 185㏊(10%) ▲공공시설 236㏊(12.7%) ▲공원녹지 437㏊(23.3%)로 구성될 예정이다.

-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에도 충분한 대비가 돼 있나.
"물론이다. (옆 자리의 산업단지 지도를 레이저빔으로 가리키며)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배수 갑문 설치가 다 돼 있다. 만경강 배수갑문, 동진강 배수갑문 등에 사전 대비가 다 돼 있다."

27일 오전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산업전시관에서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산업지구 기공식'이 한승수 국무총리,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장태평 농식품부장관, 이만의 환경부장관 등 정부 관계부처 장관과 김완주 도지사, 문동신 군산시장, 이건식 김제시장 등 자치단체장, 강봉균 의원, 최규성 의원 등 국회의원과 지역주민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7일 오전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산업전시관에서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산업지구 기공식'이 한승수 국무총리,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장태평 농식품부장관, 이만의 환경부장관 등 정부 관계부처 장관과 김완주 도지사, 문동신 군산시장, 이건식 김제시장 등 자치단체장, 강봉균 의원, 최규성 의원 등 국회의원과 지역주민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전북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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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이 물막이 공사를 시작한 지 18년 만에 첫 삽을 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단 조성가격을 낮게 해 분양을 촉진하는 것인데 잘 될 것으로 보나? 또 그 근거는?
"토지 분양가는 매립토 확보 문제와 함께 새만금 산업단지의 성패를 좌우할 과제다. 새만금 산단의 경쟁력은 기존의 땅이 아니라 새로 생성되는 땅인 만큼 무상임대하거나 초저가로 분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새만금과 경쟁이 불가피한 푸둥, 상하이, 빈하이 특구 등 중국의 산업단지는 3.3㎡당 분양가가 10~20만 원 수준으로 우리나라 평균 80만 원에 비해 4~8배가 저렴하다. 따라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무상으로 양도-양수되거나 초저가 분양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얘기를 청와대부터 각 부처까지 다 해서 대통령과 총리께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계신다. 현재 논의를 진행 중인데 문제는 정부 의지다. 예를 들어 방조제 건설에 2조8천억, 방수제 건설에 2조 원 들어가는데 5조 원 넘는 비용을 정부가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지전용 기금으로 건설하기 때문에 환수하려고 하지만 방조제와 방수제도 도로와 국가 인프라로 보면 돈 받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세계경제자유구역이라는 국가의 정책적 목표를 위한 정부 지출로 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 설득이 잘 될 것으로 보나?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시작한 지 한 달 좀 넘었다. 총리실에서 부처 의견을 듣고 있다. 문제가 촉발된 곳이 문광부, 국토해양부 등인데 분양가가 높아지면 분양이 안 돼 그 부담이 고스란히 부처에도 돌아간다. 그래서 땅값을 낮추는 것은 부처에도 필요하다. 그런 부분이 이해되면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 또 '세계경제자유기지' 조성을 위해서는 새만금신항만, 군산국제공항, 방수제, 환경시설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SOC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낙관할 수 있나?
"낙관도 비관도 안 한다. 열심히 설득 중이다. 국제항만 건설은 상당히 설득했다. 규모 문제는 논쟁이 있지만, 만드는 것은 정부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2011년 착공할 수 있도록 기본-실시설계 용역비 118억 원 국가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공항이 문제인데, 정부가 양양 등 지방공항 몇 개 폐쇄하고 정부 정책이 거점공항 쪽으로 가면서 여기에 국제공항이 꼭 필요하냐는 문제의식이 있다.

그러나 서울시와 맞먹는 산단 규모에 비추어 공항이 없이는 분양이 어렵다. 미래예측 수요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 달라질 것이다. 대통령께도 말씀드렸다. 원래 공항을 김제에 만들려고 했는데 김제공항은 포기하겠다, 군산에 어차피 미군 공항이 있으니까 확장하자고. 그랬더니 대통령께서도 실용적인 아이디어라며 찬성하셨다."

- 군산의 군용 공항을 확장하자는 것인가.
"그렇다. 그렇게 하면 투자비용이 많지 않다. 활주로 라인 하나 깔아서 미군과 같이 민군 겸용으로 쓰면 된다."

김완주 지사는 노무현 정부 때 전국 유일의 여당(열린우리당) 출신 광역단체장이었다(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다). 그래서 그가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에 새만금특별법 문제로 불편했던 것처럼 일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전북도청 공보 관계자는 과장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위기도 좋았고 비유컨대 9개의 칭찬과 1개의 질책이 있었는데 언론의 속성상 질책 부분만 보도되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새만금과 호남고속철도 사업을 임기 내에 반드시 해내겠다고 공약했다. 그래서 이 후보가 공약을 잘 지키고 있는지 궁금했다.

김완주 전북도지사.
 김완주 전북도지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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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통령이 자신의 새만금 대선공약을 잘 지키고 있다고 보나?
"정부는 방조제 올해 끝내고, 방수제도 착공했다. 토지이용계획 확정하고, 경제자유구역 지정 1년 만에 산업단지 착공에 이르기까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는 대통령의 새만금 공약을 잘 지켜가고 있다고 본다."

- 새만금이 '동북아 경제중심지'로서 명실상부한 세계경제자유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도 중요하다. 당장 국내에서는 인천경제자유기지가 경쟁 상대이고, 중국 동해안 경제특구들도 무섭게 성장하는 경쟁 상대들이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동북아 경제중심지를 선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내 경쟁자는 서해안의 인천과 평택, 전남의 J프로젝트 등이다. 외국은 중국의 푸둥 이런 데가 경쟁자다. 국내에서의 저희 경쟁력은, 첫째 백지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 하나는 면적 아주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쟁력 있다. 우리나라 어떤 지역도 새만금처럼 방대한 면적에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투자환경에 맞는 맞춤형 공급은 없다. 다만. 그런 면에서 중국도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 접촉해 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로는 더 이상 세계시장 확장이 곤란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새만금이 중국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를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저렴한 땅값과 임금, 그리고 신항만, 공항, 철도 등 SOC 확충되면 한국이 매력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 관광레저 산업은 전남(J프로젝트)과 경쟁하고 첨단산업시설 유치에는 인천과 주로 경쟁하는 관계인가.
"그래서 제가 자주 하는 얘기가, 국내의 선의 경쟁도 좋지만, 정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경쟁 상대는 중국과 동남아다. 그런 식의 경쟁에서는 역할분담을 정부가 해줘야 한다. 똑같이 경쟁해서 국내에서 한다는 것은 국가적 손해라고 본다."

- 정부가 조정해달라는 것은 어느 한쪽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인가.
"포기가 아니라 (산업단지의) 특화를 달리하는 것이다. 가령 전남이 해저관광을 한다면 이쪽은 카지노와 요트에 집중해 서로 윈-윈이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새만금 가력 배수갑문.
 새만금 가력 배수갑문.
ⓒ 전북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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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이 전북 주민들에게는 숙원사업이지만, 아직 새만금 개발을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반대여론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이분들의 반대로 두 번이나 공사가 중단되고 국책사업이 사상 처음으로 법정소송에 휘말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이분들은 한편으로는 새만금이 개발과 보존을 병행하는 친환경개발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만든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만금특별법이 통과할 때도 환경단체 사람들을 만났다.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삼보일배한 사람들을 만나 세계적인 친환경, 저탄소 녹색성장 지역으로 간다고 설득했다. 방조제는 막았지만, 생태환경은 세계 최고지역으로 해보자고 했다. 방조제는 도지사 취임할 때 이미 90%가 진척되어서 파괴할 수도 없었다. 기존의 것은 인정하고 최대한 환경친화로 가자고 타협했다. 앞으로는 새만금이 풍력산업 클러스터, '대한민국의 아마존 프로젝트' 등을 착실히 수행해 세계적 환경모델이 될 수 있도록 환경 감시자로서 동참해 주길 호소해 나가겠다."

전북 주민들은 그동안 부안 방폐장 사건에서부터 새만금사업에 이르기까지, 다른 지역보다 유달리 큰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 특히 국내 생명-환경운동가들이 '새만금 갯벌 살리기'의 일환으로 전개한 삼보일배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품 환경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명품 환경운동'이 새만금이라는 '명품 산단'을 설계한 셈이다. 물론 아직은 미완성의 꿈이지만 그 꿈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


태그:#김완주, #전북지사, #새만금, #저탄소 녹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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