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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충남 태안에서는 여중생들이 "중간고사를 보기 싫다"며 농약을 마시는 일이 벌어져 충격을 안겨줬다. 2007년 10~19세 청소년의 사망원인 가운데 교통사고 다음으로 높은 것이 '자살'이었다. 청소년들에게 자살은 더 이상 낯선 세계의 사고가 아니다.

통계청 조사 결과 10대(10.4%)의 자살 충동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고, 10대의 경우 자살충동원인은 성적·진학 문제로 나타났다.

천안시청소년지원센터는 청소년 자살 문제의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지난달 '청소년 자살예방 및 희망나누기 공모전'을 시행했다. 표어, 포스터, UCC 등 3개 분야로 치러진 공모전에서 천안의 북일여자고등학교 2학년 세 명 학생이 UCC 분야 1등을 차지했다.

방송국 PD가 꿈인 여고생의 UCC 출품

UCC 촬영을 기획하고 편집한 이승현(오른쪽)양과 UCC에 출연한 이소현양.
 UCC 촬영을 기획하고 편집한 이승현(오른쪽)양과 UCC에 출연한 이소현양.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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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출품을 처음 꺼낸 건 이승현양(18). 방송국 PD가 꿈인 승현양이 학교 게시판에서 공모전 안내를 보고 고1때부터 같은 반인 이소현양과 박정아양에게 제안했다. 적극적인 성격의 소현양은 재밌을 것 같아서, 정아양은 단짝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UCC 제작에 합류했다.

"1학년 사회시간에 교과 과제로 영상물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서 UCC 제작이 걱정되지는 않았어요.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생각했죠. 우선 신문기사와 각종 자료를 조사해 청소년 자살의 실태와 대책 등을 살펴본 뒤 시나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제안자인 만큼 시나리오 완성과 촬영, 편집은 승현양의 몫이 됐다. 학교에서 촬영하는 분량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야자 시간을 활용해 촬영했다. 주말에는 학교 밖 장면을 몰아서 촬영했다.

촬영에 소요된 시간은 일주일 정도. 촬영과 편집은 있는 장비를 최대한 활용했다. 승현양의 똑딱이 카메라로 촬영 뒤 집에 있는 컴퓨터로 편집했다. 편집을 맡은 승현양은 공모전 마감을 앞두고 금요일부터 휴일까지 3일동안 새벽 시간까지 편집 작업을 강행해 출품할 UCC을 완성했다.

5분 분량 UCC에 청소년 자살 진단과 해법 담아

청소년자살문제로 UCC를 만든 여고생 세명은 자살의 해법으로 '사랑과 관심'을 제시했다. 오른쪽부터 박정아, 이소현, 이승현 학생.
 청소년자살문제로 UCC를 만든 여고생 세명은 자살의 해법으로 '사랑과 관심'을 제시했다. 오른쪽부터 박정아, 이소현, 이승현 학생.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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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성된 UCC는 5분 분량에 청소년 자살문제의 진단과 해법을 담고 있다. 승현양은 "성적비관, 왕따, 가정불화가 청소년 자살을 부추기는 3대 요인"이라며 "거기에 맞는 상황을 설정한 뒤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승현양의 말처럼 UCC의 첫 화면은 성적비관으로 자살을 결심한 한 여고생이 학교 건물 옥상에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성적비관의 여고생은 정아양이 맡았다. 승현양은 친구들의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빈 교실에서 유서를 작성하는 왕따 학생을 연기했다. 소현양은 가족과 불화로 자신의 방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여고생으로 출연했다.

촬영을 위해 처음 만난 친구와 엄마와 딸을 연기한 소현양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다"며 "완성된 UCC 화면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UCC에 대한 피드백은 친구들에게서 먼저 왔다. UCC를 본 같은 반 친구들은 다들 공감을 표했다. 특히 성적경쟁이 심한 인문계 사립고교에 재학중인 탓에 성적비관으로 인한 자살에  많은 공감을 나타냈다.

UCC 촬영과 제작으로 우정도 한결 돈독해졌다는 승현, 소현, 정아양. 이들이 제시한 청소년자살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혼자서 고민하도록 놔두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고, 먼저 불러주고, 먼저 두드리면서 사랑을 표현한다면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습니다."
 
▲ 청소년자살예방UCC 천안시청소년지원센터에서 공모한 청소년자살예방 UCC 대회에서 1등을 수상한 천안 북일여자고등학교 3명 학생의 작품입니다.
ⓒ 이승현, 이소현, 박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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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소년자살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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