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혜린이 성인이 된 거 축하해요" "저는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크지 않았으면 했는데 어느새 저렇게 커서 성년식을 했으니. 이런 내 마음을 아실까 몰라?" "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게 그런 말을 하고는 혜린이 엄마가 또 운다. 내가 그에게 인터뷰를 청하자 그는 이야기를 하면 울 것 같다면서 인터뷰를 거절했다. 하여 난  카메라를 치우고 그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온 이야기였다.

 

 

 

성년이란 만20세 이상으로 법적인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는 나이를 말한다. 18일에 있었던  성년식은 (사)효애실천. 경기도지회. 교육원 주관으로 우리나라 전통 성균관 예법에 따라 치러졌다. 광명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직업 교육을 받고 있는, 여자3명, 남자 7명 총10명의 직업재활훈련생 전통 성년식이었다.

 

전통 성년식이란 아이가 자라서 사회적으로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나이에 행하는 의식이다. 남자는 땋아내려던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고 관을 씌운다는 뜻으로 관례라 했고, 여자는 머리를 올려 쪽을 찌고 비녀를 꽂는 뜻으로 계례라 했다. 그러나 참뜻은 겉모양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일깨우는 데에 있다.

 

 

 

 

관례와 계례후의 변화

1, 사투를 틀고 쪽을 찢는다.

2, 우서 주위의 어른들도 '해라'라는 낮춤 말씨가 아닌 '하게'라는 보통말씨로 높여서 말한다.

3, 이들로부터 절을 받을 때에도 앉아서 받지 않고 답배(절을 받는 절)를 하게 된다.

4. 삼가례까지 모두 끝나고 나서 내초의식(초례의식)이 있었다. 내초의식이란 관자(남자), 계자(여자)에게 술을 내려 천지신명에게 어른으로서의 서약을 하고 성인이 되었음을 축하하면서 술 마시는 예법을 가르치는 절차이다.

 

그날은 특별히 다례로서 축하하며 차에 대한 예절을 가르쳐 주었다.

 

 

 

5. 성년자 인사 성년례의식 절차를 통과한 성년자 일동은 성년례를 갖추어 성년이 되었음을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큰 손님, 부모님, 내빈 어르신께 예를 올리기도 했다.

 

6, 자를 내려주는 명자례의 순서가 이어졌다.

명자례란 자를 내려주는 것을 말하며 항상 쉽게 부를 수 있고 들을 때마다 관자와 계자가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좋은 뜻이 담겨져 있는 자를 지어 부르도록 했다. 자를 내려주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다시 한 번씩 각인을 시켜주기도 했다.

 

명자례로 성년례의 절차는 모두 끝이 났다. 그날 성년이 된 관자와 계자는 부모님과 스승님께 보은의 뜻으로 차를 올리는 순서도 마련이 되었다. 그런가하면 차를 받은 어르신들은 성년자에게 덕담과 함께 꽃을 달아주기도 했다. 또 성년자는 부모님과 어른들께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더듬더듬 서툰 말로 의젓하게 답사를 해 준 정연수 성년자대표. 감격에 떨리는 목소리인 듯한 부모대표의 축사도 있었다.

 

그날 성년식을 치른 학부모 황인자 어머니를 만나 보았다.

Q 오늘 성년식을 가지게 된 소감이 어떠세요?

"키울 때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성인식을 지켜보고 있으니깐 그동안 마음 절이고 아픈일 들이 많이 생각나네요.  오늘은 기특하고 너무 예뻐요."

Q 그동안 어려운 점이 많이 있었을 텐테 특별히 힘들었던 일은 어떤 일일까요?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정말 힘들었어요. 세상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래도 하느님의 뜻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했어요."

 

Q 앞으로 민기(아들)가 어떤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민기는 노래와 컴퓨터를 좋아하는데 특별히 욕심 안 부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면서,  남한테 피해 안 주고, 건강하고 앞으로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Q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심한데 그런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리 애들이 마음이 여리고 착해요. 뒤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지 말고, 잘할 수 있을 거야 믿어주면서 그대로 지켜봐주셨으며 좋겠어요." 유난히 표정이 밝은 그. 마음을 아마도 마음을 비워서 그런 것 같다고 수줍은 웃음을 짓는다.

 

 

[권영득 / (사)효애실천 경기도 지회교육원원장 :

Q. 오늘 성년식을 무사히 잘 맞추셨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오늘 성년자들이 부족하니깐 예절교육의 어려움이 있었지만(비장애인이 한두 번만 해도 되는 것을  장애인은 그것의 몇 배를 연습해야 하는 어려움)반복되는 연습으로 잘 맞출수있어서 아주 대견해요.

Q 특별히 전통 성년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해마다 이곳 성년식은 큰 의미를 갖게 되고 가슴이 뿌듯합니다. 또 이곳의 친구들에게는 반드시 성년식을 치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비장애인들은 언제든지 대접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 장애인들은 편견 없이 비장애인들이 하는 것을 다해줘서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요."

 

Q. 지적장애인들이라 성년의 날 기념식 교육을 시키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그래도 보람이나 자부심이 느껴질 때는 언제일까요?

"재활훈련생들에게 꼭 전통 성년식을 하니깐 보람 있고, 부모님들이 감동을 받고 마음가짐이 달라질 때 자부심을 가지게 됩니다."

 

 

▲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혜린이와 동생
ⓒ 정현순

관련영상보기

 

성년식을 치른 초보성인들과 그동안 몸고생 마음 고생을 했을 부모님들과의 기념촬영으로 그날의 행사는 모두 끝이 났다. 잠시 후 예정에 없던 즉석공연이 있었다. 혜린이와 동생이 바이올린을 연주해주었다. 혜린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에는 그가 장애인이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젠 그들도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지적장애인인 그들, 성년식을 치르는 내내 너무나도 의젓했다. 성년식은 지적장애인인 그들에게 진정한 성년의 의미를 깨닫게 할 것이다. 성년식을 통해 좀 더 성숙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또 그들이 살아내야 할 앞날이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태그:#성년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