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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역이 거대한 장례식장으로 변했다. 27일 밤 9시, 안양역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분향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번에 6~7명씩 분향을 하지만 길게 이어진 분향 대기 줄은 오히려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분향소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 영정이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고 분향소 위에서는 생전 모습이 동영상으로 상영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시절 힘차게 연설하는 모습, 탄핵당시 다소 지친 표정 등. 시민들은 영상 속 노 대통령을 보며 간혹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안양역 광장을 가득 메운 것은 시민들만이 아니다. 노란 메모지가 광장을 뒤덮고 있다. 노란 메모지에는 노 대통령을 애도하는 절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한두 개가 아니다. 수 천개, 아니 수 만 개쯤 돼 보인다. 노란 메모지는 노 대통령 부활을 기다리듯 바람을 타고 너울거린다.

 

"하늘에서 좋은 삶 보내세요"

"대통령님의 국민을 행한 마음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제게 대통령은 영원히 당신 하나뿐입니다. 사랑 합니다"

"많은 힘 되어 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고이 잠드소서" 

"편히 쉬세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대통령 할아버지"

 

 

 안양역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은 경기중부 노사모와 안양자치연구소, 안양으로, 문함대(문국현과 함께하는 한 사람들)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다. 23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긴급회의를 열어 분향소 설치를 결정, 당일 밤 9시께 분양소 설치를 완료했다.

 

분향소를 설치한 지도 벌써 5일, 이들은 번갈아 가며 밤을 지새우며 상주 노릇을 했다. 지치고 피곤한 기색은 역력하지만 피곤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향소 설치에 필요한 자금은 회원들 주머니를 털어서 마련했다. 형편이 되는대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플래카드를 만들고 국화꽃과 향 등을 구입했다.

 

조문하러온 시민들이 필요한 물품을 가져오기도 한다. 향을 한 묶음 가져 온 시민도 있고 음료수 한 박스를 건네는 시민도 있다. 안양역 주변 상인들도 마음을 담은 선물을 보냈다. 햄버거 가게에서는 햄버거를, 슈퍼마켓 에서는 빵과 음료수를.

 

28일 저녁 7시 30분에는 이곳에서 '추모제'가 열린다. 추모사 낭독, 노래패 공연 등이 예정돼 있다. 23일, 안양역에 분향소를 차린 이후 27일 밤 9시까지 약 4만 5천명이 분향소를 찾았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노무현 서거, #안양역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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