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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평전> 겉그림.
 <김광석 평전> 겉그림.
ⓒ 세창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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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평전>이 출간되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가수의 평전이 나온 건 아마 '김광석'이 처음일 것이다. 혹자들 중에는 '일개 대중가수에게 '평전'이라는 이름의 책은 너무 과분한 것 아니냐'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광석이 서른셋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음에도, 또 우리 곁을 떠난 지 14년이 흘렀음에도 그가 남긴 노래는 여전히 우리에게 큰 감동을 전하고 있기에 '평전'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기리는 것이 결코 과분한 일은 아닐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지금 칭송하고 있는 수많은 예술가들도 당대에는 대부분 대중예술인이었고, 어찌 보면 '광대'였다. 중요한 것은 '레테르'가 아니라 예술인으로서의 '진정성'과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울림'의 크기일 것이다.

<김광석 평전>은 김광석이 가객으로 살아온 '진정성'과 노래로 대중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울림'에 방점을 찍고 있다. 또 평전은 사람냄새 물씬 풍기던 김광석의 모습이 가식이 아니었음을, 그의 노래가 큰 울림을 주는 것은 노래에 그의 삶이 오롯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증거하고 있다.

짧은 삶을 살았지만, 많은 걸 남긴 김광석

뜬금없고, 생뚱맞은 생각이지만 나는 '김광석'하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떠오른다. 다들 잘 알다시피 이 영화는 한국군과 북한군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를 보면 한국군으로 분한 이병헌과 김태우는 북한군으로 분한 송강호 신하균과 함께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나지막이 틀어놓고 전쟁의 허망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러다 송강호는 김광석의 노래에 심취한 듯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그리고 또 이렇게 얘기한다.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그래 김광석의 노래라면 체제와 문화가 다른 북한 사람들도 충분히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고, 또 '김광석 노래에 감동받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의 죽음에 술 한 잔 올리고 싶을 거야!'라는 생각도 했다.

나 역시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성장했고, 특히 청춘의 전환기에는 그의 노래가 늘 곁에 있었다. 95년 군 입대로 착잡함과 서글픔이 가슴을 적시던 당시에는 <이등병의 편지>가 있었고, 각박한 사회생활로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이 희미해지던 서른 초입에는 <서른 즈음에>가 있었다. 또 힘들고 처질 때 <일어나>를 신나게 따라 부르고 나면 작은 미소와 함께 다시 한 번 해보려는 의지가 생기고는 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김광석의 노래는 마치 영화의 감동을 더해주는 'OST'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유유히 관통하고 있다. 그렇게 김광석의 노래에 공감하고, 위로받고, 힘을 얻었던 이들에게는 영화 <JSA>의 송강호처럼 '왜 그렇게 일찍 가야만 했을까'라는 안타까움과 허망함이 있다.

그의 삶, 우리의 삶이 녹아 있는 그의 노래들

사실 많은 사람들은 김광석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평전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속 시원한 답을 주지 않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평전'하면 보통 인물이 삶을 통해 이루었던 사회적, 역사적 성과와 의미를 정립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김광석 평전>은 엄혹한 시절을 살면서 김광석이 노래운동으로 이루었던 사회적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앞서도 말했지만 <김광석 평전>은 오로지 김광석의 '노래'와 '삶'에 집중하고 있다. 마치 김광석의 노래 한 곡 한 곡에 그의 삶을 주석 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평소 김광석이라는 가수는 잘 모르지만 그의 노래는 한 번쯤 들어봤던 이들에게 평전은 노래의 감동을 배가시켜주는 친절한 해설서 역할을 한다. 물론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사랑해 온 이들에게는 김광석이 남긴 작은 흔적까지 소중하게 추억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 해준다.

사실 김광석의 노래엔 그의 삶만 녹아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네 삶도 그대로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등병의 편지>에는 입대를 해야 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이, <서른 즈음에는> 꿈을 생각하는 청년에서 현실을 생각해야만 하는 서른의 삶이,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에는 반평생을 함께 해온 노부부의 삶이 절절하게 묻어 있다. 또 <사랑했지만> <외사랑> <사랑이라는 이유로> 등의 노래에는 사랑으로 가슴 먹먹해 하는 이들의 마음이 진하게 묻어 있다.

김광석 노래는 우리 삶, 우리의 힘

지은이 이윤옥은 평전의 말미에 김광석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고리'라고 했다.

내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떠올리며 부모님께 큰 절하고 입대했듯이, 미래 나의 아들도 입대를 앞두고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나에게 큰 절을 할 것이다. 이처럼 김광석의 노래는 소박하게는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고리이고, 거창하게는 영화 <JSA>처럼 이념과 체제를 극복시키고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이처럼 가객 김광석의 노래는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사람과 마음을 연결해 준다. <김광석 평전>은 그것이 김광석의 노래가 세월과 세대를 초월하여 깊고 큰 울림을 주는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마도 평전을 읽은 사람들에겐 김광석의 노래가 주는 울림이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울림이 커질수록 그에 대한 그리움도 커진다는 것이다.

어쨌든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김광석의 노래를 통해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위로를 받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광석의 <나의 노래> 가사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을 이렇게 개사해 보고 싶다.

'김광석의 노래는 우리의 힘, 김광석의 노래는 우리의 삶'


김광석 평전 - 부치지 않은 편지

이윤옥 지음,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2009)


태그:#김광석, #김광석 평전, #이윤옥, #이등병의 편지, #나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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