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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국내외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인과 인연이 각별한 로버트 김씨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로버트 김씨는 18일 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지 시각으로) 오전 5시쯤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생전에 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셔서 감사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깝다"고 마음 아파했다.

 

김씨는 "얼마 전부터 건강이 위독하시다는 소식은 보도를 접해 알고 있었다"면서 "막상 서거 소식을 들으니 사람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비통해했다. 그는 이어 "2005년 방한 당시 댁으로 찾아뵈었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고 아쉬워했다.

 

로버트 김씨는 지난 1996년 미국 해군정보국(ONI) 정보분석가로 근무하다 군사기밀을 주미대사관 관계자를 통해 한국에 넘겨준 혐의로 구속되어 미 사법당국에 의해 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로버트 김씨의 인연은 1997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방문길에 김씨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가족들을 격려하고 힘을 북돋워 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직시 공개적이진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김씨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씨는 이후 2005년 11월 형집행정지로 자유의 몸이 되자 10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서 부인 장명희 여사와 함께 김 전 대통령 내외를 방문해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사건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무관이었던 백동일 예비역 대령 등과 함께 동교동을 찾았던 김씨는 이 자리에서 그즈음 세균성 폐렴 증세로 치료를 받은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을 염려하며 "사랑해주시고 염려해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무 힘이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모든 것을 훌륭하게 견디고 잘 처신해주어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이희호 여사도 "오랫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고 김씨 부부를 격려했다.

 

김씨는 "한미 관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이 때문에 상심이 컸을 것"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을 배신한 것도 아니고, 돈을 받고 한 일도 아니다. 양국 모두에 떳떳하다.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되기 위한 충정에서 한 일인데, 오히려 우리 정부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밖에 김씨의 가족관계와 거주지, 건강상태와 직업, 향후 계획 등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연금도 못 받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한편 로버트 김씨는 현재 가족과 함께 미국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으며, 당분간 방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태그:#로버트 김,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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