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경제교육전문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가정경제 119'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서민과 중산층이 주식·부동산 등 무모한 재테크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 집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최소한의 안정된 삶을 지키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편집자말]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매장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 시세판을 보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매장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 시세판을 보고 있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종합주가지수가 1600선을 돌파하면서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주가가 오르고 있고 상승 추세를 이어가면서 경기가 회복될 거라고도 하고, 주가는 경기를 선반영하니 경기는 회복되겠지만 단기 급등한 주가는 조정을 거친 후 상승할 것이라고도 한다.

한편에서는 업종별로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거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량주와 비우량주로 주가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거라고도 한다.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니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은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섞여 있다 보니 헷갈린다. 그동안 당연시 받아들였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한 번 되짚어보자.

경제 성장하면 주가 오른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투자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주가가 오를 것이다."

우리는 전문가의 말이라고 하면 의심의 여지없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왔다. 그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말은 그만큼 그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들한테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해 경제가 성장하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동안 투자를 해왔다. 그래서 펀드에 가입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브릭스, 동유럽 등 신흥국가에 투자를 했다. 이들 국가의 경제전망이 좋으니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와 경제성장을 동일시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동안의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의 흐름만 봐도 금방 답은 나온다.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는 1989년도에 처음으로 1000을 넘었지만 이후 15년간 500과 1000사이를 지루하게 반복을 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에 들어 상승세를 유지하며 2000선을 돌파하긴 했지만 작년에 다시 1000 밑으로 주저 앉았다. 처음 1000을 돌파하고 20년이 지났지만 주가지수는 제자리로 돌아와버린 것이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경제는 1998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국민소득은 5400달러에서 19000달러로 4배 가까이 상승했다. 종합주가지수만 제자리다. 지난 20년 동안 살아남은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소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한다. 기업들의 경쟁으로 인해 이익률의 변동도 심하다. 한 업종이 뜬다 싶으면 금세 후발주자들이 따라붙어서 1등기업의 이익률을 나눠먹는다. 그래서 경제성장률과 주가상승률이 다르고 또 종합주가지수와 개별기업의 주가가 다르게 움직인다.

물론 우량기업에만 투자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우량주라는 이름은 현재에만 해당될 뿐이다. 우량기업을 이야기하면서 삼성, SK텔레콤, 포스코 등을 이야기하지만 1980~90년대에 재계 2~3위를 지키던 대우는 늘 빼놓는다. 잘 나간다는 금융주만 하더라도 그렇다. 90년대에 대형은행으로 불리던 한일은행, 상업은행, 조흥은행, 제일은행, 서울은행이 IMF 이후 하나둘 사라졌다. 우량주 장기투자도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기업 자체가 극소수에 불과하단 걸 생각해보면 안전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실물투자도 마찬가지다. 바로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인플레 시대에는 실물투자가 정답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금에 투자하기 위해 몰려갔다. 금이 안전자산이니 경제가 불안정할 때는 금만한 자산이 없고 실물자산이기 때문에 물가상승을 헷지(inflationary hedge)하기에도 금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이 정말 그런지는 다시 살펴봐야 한다. 금 값은 30년 전 오일쇼크로 인해서 폭등한 적이 있다. 온스당 200달러를 밑돌던 금 값이 순식간에 700달러까지 치솟은 것이다. 그러나 81년 이후 금 값은 폭락했고 98년에는 온스당 30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 닷컴버블 이후 인플레이션 헷지에 대한 기대감과 금융시스템에 의해 온스당 900달러선까지 키워진 것이다. 금이 안전자산이고 실물자산이라고 하면 변동이 적고 늘 물가상승을 따라갈 것 같지만 금 값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투자자들을 유혹할 때 늘 숨겨진다. 투자자들을 유혹할 때는 단지 오를 때의 정보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관련 전망은 오른다는 이야기만 있고 자료도 오를 때의 자료만 돌아다닌다. 그닥 유쾌하지 않은 떨어질 때의 이야기는 이야기해봤자 투자 결정을 끌어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다보니 숨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승만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앞으로의 주가 방향는 언제나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처음으로 2000을 넘던 2007년에는 과거 상승장과 지금의 상승장을 비교하면서 "이번만은 다르다"면서 지속적인 상승을 얘기했었고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하락후 반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주가가 불안정하던 올 해 초에는 "하반기에는 상승"이었고 한참 오르고 있는 지금은 "추가상승 지속"이다. 개별 주식에 대해서도 기업실적에 비해 저평가되었으니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그래서 삼성전자 목표주가 100만 원 설이 나왔다. 며칠 후에 발표되는 지난 분기 실적도 맞추지 못해서 "어닝서프라이즈"니 "어닝쇼크"니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내년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면서 주가상승을 단정짓는다.

이런 식으로 전문가들은 대체로 상승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들은 언론에 등장하는 유명인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금융회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면 다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의 상승의견 자체가 잘못 됐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상승만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다.

투자자산의 가치는 오를 때도 있고 떨어질 때도 있다. 투자를 할 때는 당연히 오를 때의 이득과 떨어질 때의 손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오를 때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오르면 그냥 돈을 버는 것이고 번 돈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떨어질 때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게 된다. 많은 가정에 있어 투자 손실의 대가는 단순히 돈을 까먹는 수준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는 폼 좀 내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투자로 돈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눈물로 뒤범벅이 되어 극단적인 상황으로 매스컴에 비쳐지는 경우가 많다. 애당초 보통 사람들에게 까먹어도 되는 돈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에 의해서 떨어질 때의 상황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물론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는 한다. "설마 그렇게 많이 떨어지겠어요?" 내지는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인해서 오를 확률이 훨씬 더 높습니다"라고 말이다. 투자로 돈을 까먹게 되는 사람들의 위험에 비해서 투자 위험에 대한 경고는 너무나도 약한 수준이다. 하락보다는 상승 쪽에 무게를 둬서 이야기를 하기에 무조건 오를 것이라고 단정짓지는 않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오른다고 단정짓게 만든다.

전문가들의 말 한 마디가 일반 가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과감하고 자신 있는 상승예측은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전문가는 상승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끊임없이 불어넣어주는 전문가가 아니라 오를 때와 떨어질 때, 양측의 가능성을 균형감 있게 전달하는 전문가다.



태그:#재테크, #투자, #주가전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들이 돈에 관해 올바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모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행복을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