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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인류와 함께 존재해왔다. 논란은 있지만 아담과 하와가 먹은 것도 사과이다. 백설공주가 먹은 것도 사과이고, 빌헬름 텔이 활을 쏴서 맞힌 것도 사과이다. 뉴턴이 떨어지는 것을 본 것도 사과이다. 그렇게 사과는 선악과 아름다움과 정의와 진리의 대명사가 되어 인류의 역사와 같이 흘러왔다.

하지만 현대의 사과는 농약의 대명사이다. 열매가 달리는 농산물 가운데서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기 가장 힘든 것이 사과라고 할 정도이다. 일 년에 열세번을 넘게 농약을 뿌려야 하니 농약으로 만든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농업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한 역사는 인류의 오랜 역사와는 달리 고작해야 100년 가량이다. 가장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뉴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1700년대에는 분명 농약이 없었다. 하지만 사과는 잘 달렸고, 사람들은 사과를 잘 먹었다. 그런데 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는 사과를 먹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품종 때문이다.

쌀이나 보리의 야생종은 익으면 낱알이 이리저리 흩날린다. 우리가 먹는 쌀과 보리는 인간이 수확하기 편리하게 품종을 개량한 것이다. 사람들은 보다 편리한, 보다 맛있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품종만을 만들어 재배한 것이다. 멘델의 유전법칙을 이용한 품종 개량과 이에 의한 농약 사용은 19세기를 기점으로 해서 널리 퍼졌다.

인간의 입맛에 맞는 품종으로 개량된 사과나무는 병충해에 약했다. 즉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자랄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농약과 함께 순환되는 것이다. 농약을 사용해야 더 맛있고, 더 큰 사과가 달리는 나무로 개량되는 것이다.

농약을 사용하는 것에도 기준은 있다. 잔류농약을 기준치 이하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안전한 사과를 만드는 것과 안전하게 사과를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기무라 아키노리씨는 말한다. 즉 소비자에게 가는 사과에는 농약이 검출되지 않을지 몰라도 사과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꾸준하게 농약에 노출이 되는 것이다.

또한 비료를 사용하면 더 큰 열매를 맺는다. 해충을 죽이면 보다 많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그래서 비료를 뿌리고 농약을 사용하는 방법을 발달시킨 결과 농작물은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석유화학제품이 되어 버렸다. 즉 현대농업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투입하고 농기계를 사용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1978년 경 무농약 사과에 도전하다

기무라씨의 사과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유기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하여 오래 저장이 된다. 이는 간단하게 실험을 해보면 바로알 수 있다. 같은 조건에 두 가지의 농산물을 두고 살펴본다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기무라씨의 사과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유기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하여 오래 저장이 된다. 이는 간단하게 실험을 해보면 바로알 수 있다. 같은 조건에 두 가지의 농산물을 두고 살펴본다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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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씨는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일에 도전을 했다. 그가 무농약 사과농사를 시작한 1978년 경에는 어느 누구도 도전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무농약을 고집했다. 유기농을 고집하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당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풀을 키우고, 온갖 벌레들을 죽이는 농약이 아닌 함께 살기 위한 농약을 사용한다. 왜 풀을 베지 않느냐고, 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느냐며 이웃들이 자꾸만 말을 한다. 심지어 곁에 붙어 있는 자신의 논과 밭으로 해충들이 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와는 전혀 반대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농약을 뿌린 곳에서 오히려 넘어 온다. 이른바 생태계의 천국이 되는 셈이다.

기무라씨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지 9년이 지나서야 사과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나자 사과를 수확했다. 그동안 기무라씨의 사과나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기무라씨의 사과나무는 웬만한 태풍이 불어도 사과가 바람에 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병해충에 대하여 자가치유까지 한다. 그리고 다른 새잎을 키운다. 반점낙엽병에 걸린 사과나무 잎 이야기를 해준다. 동그랗게 구멍이 뚫린 잎을 보여준다. 그것은 병에 걸린 부분에 수분을 공급하지 않아 말려 없애고 대신 옆의 건강한 잎에 영양분과 수분을 더 공급해 자기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비료와 농약을 통해 죽어가던 흙과 사과나무를 자연농법으로 되살려놓으니 사과나무가 본래 가지고 있던 자연의 힘을 끌어낸 것이라고 말한다.

기무라씨는 일본 생명농법의 창시자인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이라는 책을 읽고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농법을 시도했다. 그때까지는 엄청난 농약 옹호론자였다. 하지만 농약은커녕 비료도 쓰지 않으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나방과 자벌레 등 병충해가 들끓었고, 사과나무는 말라 죽어 갔다.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어렵다고 느낀 그는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살하려는 그 순간 희망을 봤다.

모든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겨울이면 일을 하러 갔다. 카바레에서 일을 할 때 야쿠자에게 맞아 이가 빠졌다. 그리고 그게 그를 다시 사과나무에게 불러 들인 것이다. 그렇게 일을 하여 결국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의 사과밭에는 수많은 벌레들이 숨 쉬고, 개구리가 알을 낳고, 들쥐와 토끼까지 이러 저리 뛰어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신기하게도 사과나무는 병에 걸리지도 않고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기무라씨는 농약을 끊은 직후 풍경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벌레들이 어린 새잎이 붙은 가지 끝까지 바글바글 몰려들어서는 만원 전철처럼 밀치락달치락 야단법석을 떨지. 벌레 때문에 사과 가지가 휠 정도라니까." 하루에 나무 한 그루에서 잡은 벌레는 비닐봉지 세 개 분량.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잡았어"라고.

올해 예순인 기무라 아키노리. 그는 이를 사과의 잎과 바꾼 것이라고 말한다. 10년 가량 농약을 사용하지 않자 사과의 수확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일자리를 찾아 카바레에서 일할때 야쿠자에게 맞아 이가 빠졌다고 한다.
 올해 예순인 기무라 아키노리. 그는 이를 사과의 잎과 바꾼 것이라고 말한다. 10년 가량 농약을 사용하지 않자 사과의 수확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일자리를 찾아 카바레에서 일할때 야쿠자에게 맞아 이가 빠졌다고 한다.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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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김영사(2009)


태그:#기적의 사과, #썩지 않는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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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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