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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09화해상생마당 심포지움> '전환기에 선 한반도 -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09화해상생마당 심포지움> '전환기에 선 한반도 -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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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핵심은 '흡수통일론' 문제였다.

"이미 더 이상 분단관리가 가능한 시대가 아니다. 이미 북한 '체제위기의 시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깊어지고 있다.…결국 북한은 체제실패 내지 국가실패 즉, 경착륙(hard landing) 이외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박세일 서울대 교수(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가 말하는 북한의 현재와 미래다. 그는 '중도적 사회 원로들'의 모임인 '화해상생마당'이 2일 <전환기에 선 한반도,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이름으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연 심포지엄에서 발제한 '한반도 위기의 본질과 선진화포용 통일론'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구상하는 통일대강(統一大綱)에 담겨야 할 내용의 하나로 "북한사회에 '올바른 통일세력', 즉 '선진화 통일세력'을 만들고 그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은 대당국자 전략만 있었고 대민전략이 없었다는 사실과 북한에 올바른 '선진화 통일세력'을 지원하기 위한 정치전 심리전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진정 만시지탄(晩時之歎)의 한이 된다"고도 했다.

박세일 "체제선택에 중간은 없다", 흡수통일론 인정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2009화해상생마당 심포지움> '전환기에 선 한반도 -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에서 '한반도 위기의 본질과 선진화포용 통일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박세일, "북이 남의 체제에 흡수되는 것은 불가한 당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2009화해상생마당 심포지움> '전환기에 선 한반도 -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에서 '한반도 위기의 본질과 선진화포용 통일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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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윤여준 화해상생마당 운영위원장(전 한나라당 의원), 김용호 인하대 교수 등 토론자 3인 모두 그에게 "흡수통일론 아니냐"고 물었다.

박 교수는 "북은 수령절대주의이고 남은 자유민주주의체제인데, 어디가 어디로 동화되는 것이 민족전체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며 "체제선택에 중간은 없는 것이고, 북이 남의 체제에 흡수되는 것은 불가피한 당위"라고 인정했다.

이명박 정부를 포함한 보수세력 전체에 영향력을 인정받는 박 교수가 '흡수통일론'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교수에 대해 윤여준 위원장은 "북이 체제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까운 장래에 경착륙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최악은 면한 채 답보하는 상태도 상정할 수 있고, 어떤 체제든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으며 (중국, 베트남, 쿠바처럼) 진화의 과정을 겪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온당하다"고 지적했다.

▲ 박세일 '한반도 위기의 본질과 선진화포용 통일론' '화해상생마당'이 <전환기에 선 한반도,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이름으로 2일 연 심포지엄에서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한반도 위기의 본질과 선진화포용 통일론'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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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에 통일세력? 공작차원의 대북정책은 대립 부추길 뿐"

김용호 교수는 북한 내에 '통일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북한당국의 남한당국-남한주민을 이간질시키는 전략과 동일하다"면서 "대결적 공작차원의 대북정책은 남북 간의 대립과 반목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세일 교수는 또 발제에 지난 30년간의 대북통일정책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그것에 대해, "대북정책이 지도자의 사익추구의 도구로 활용되고 대통령 개인의 이념과 소신의 산물이었다"고 비판하면서, 특히 6·15공동선언을 맹비판했다.

6·15선언 직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반도에서 전쟁은 영원히 사라졌다'는 발언에 대해 "통일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비판했으며, 선언 2항(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에 대해서도 "헌법일탈은 없었는지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 개인의 정치이념에 따라, 민족공동체방안에서 일탈해 북한의 연방제에 동조했다는 것이 선언2항에 대한 보수 세력의 일관된 주장이다.

<2009화해상생마당 심포지움> '전환기에 선 한반도 -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에 참석한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인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 전 장관은 최근 과로때문에 눈 치료를 받던 중이어서 선글라스를 끼고 자료를 보기도 했다.
 <2009화해상생마당 심포지움> '전환기에 선 한반도 -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에 참석한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인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 전 장관은 최근 과로때문에 눈 치료를 받던 중이어서 선글라스를 끼고 자료를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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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서는 정세현 전 장관이 "지금까지 수없이 설명이 있었음에도 색깔론 때문에 마이동풍식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공산권 붕괴, 동서독 흡수통일을 목격하면서 연방이라는 표현은 계속 쓰면서도 '국가연합'으로 내용을 바꿨다"면서 "1989년에 이홍구 당시 통일원 장관이 국회에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보고할 때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공화국 연방 개념도 참고했다'고 말한 것은, '공화국 연방'도 국가연합의 일종이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날 '한반도 역사에 대한 자기주도성'을 강조하는 등 기존 보수세력과의 차별성을 나타내면서도, 북한 내에 '통일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작적 구상을 밝혀 냉전시대 대북관과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였다.

박세일 교수에 앞서  '포용정책 2.0버전이 필요하다'는 제목으로 발제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창작과 비평> 편집인)는, 북한의 미래에 대해 박 교수와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면서 '흡수통일론'을 비판했다.

"북의 '급변사태' 내지 위기심화를 기다려서 남한주도의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도 그 동기가 무엇이건 또 하나의 환상이다. '급변사태'가 언제 일어날지와는 별도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 자체는 설득력이 있지만, 이 위기를 남한의 일부 보수세력의 현안 중심으로 타개하려는 것은 한국자본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수준과 주변국들의 엄연한 현실주의적 선택을 아울러 무시한 치명적 처방이다."

▲ 백낙청 '포용정책 2.0 필요하다' '화해상생마당'이 <전환기에 선 한반도,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이름으로 2일 연 심포지엄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포용정책 2.0 필요하다' 발제를 하고 있다.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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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연합-동북아평화체제 동시에 추진해야"

그는 이어, "포용정책이 재가동되면 북이 중국 또는 베트남식의 개혁·개방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진보진영 일각의 생각도 안이한 낙관론"이라고 비판했다.

백 명예교수는 "북의 비핵화가 간단치 않은 것은 북의 정권담당자들이 분단체제의 현상을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정권의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모든 당사자들이 6·15선언과 9·19공동성명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가운데 남북연합과 동북아 평화체제의 동시추진이라는 거대한 새 구상 즉 '포용정책 2.0버전'에 합의함으로써만 해결될 문제"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남의 민간사회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야겠지만, 일단은 포용정책 자체에 반대하는 세력이 국정을 멋대로 주무를 수 없도록 하는 국내 정치사업이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제3차 핵위기'가 '남한발'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호 교수는 "북한의 개혁개방없이 국가연합이 가능할 것이냐"면서 "또 남북연합과 동북아평화체제 구축 때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거꾸로 비핵화 없이 남북연합과 동북아 평화체제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이어 "북은, 이명박 정부가 6·15선언과 10·4선언을 지키지 않는다고 하지만, 6·15선언에서 제일 중요한 내용인 남한 답방을 지키지 않는 것은 북이므로 이에 대해서도 비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북, 기본합의서-비핵화선언-6·15-10·4 예외없이 수용해야"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화해와 상생을 위한 명상곡' 단소 연주를 위해 무대에 선 김영동 전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이 '오늘 주제가 화해와 상생인데 토론의 합일점이 나오고 잘되면 마치고 한 곡 더 할 수 있다'고 하자 이홍구 전 총리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화해와 상생을 위한 명상곡' 단소 연주를 위해 무대에 선 김영동 전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이 '오늘 주제가 화해와 상생인데 토론의 합일점이 나오고 잘되면 마치고 한 곡 더 할 수 있다'고 하자 이홍구 전 총리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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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전 총리는 앞서 '민족공동체와 통일을 다시 생각한다'는 제목의 기조발표에서, "오늘날 남과 북이 두 개의 국가체제의 잠정적 공존공영을 수용하고 하나의 민족공동체 건설에 협조하는 것이 궁극적 국가통일에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는 데에 동의한다면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남북공동선언, 10·4공동선언을 예외 없이 수용하고 재확인해야 새로운 전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여기서 '예외없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네 전임 대통령이 남북간에, 그리고 전 민족에게 약속한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와, 김일성 주석과 본인의 약속을 예외 없이 지키겠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결심이 없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상태 해소와 민족전체의 안전과 복지를 추구하는 남북공동의 노력은 성공적으로 출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화해상생모임'이 이 심포지엄을 주최하면서 하고 싶었던 주장으로 보인다.


태그:#박세일, #백낙청, #정세현, #윤여준, #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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