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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겸임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진중권 교수가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서라벌홀에서 '진중권교수 재임용과 학생처벌시도 규탄을 위한 비대위' 주최로 마련된 특별강연에서 '마지막 수업-화가의 자화상' 주제로 강의를 마친 뒤 학생들과 강의실을 나서고 있다.
 중앙대 겸임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진중권 교수가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서라벌홀에서 '진중권교수 재임용과 학생처벌시도 규탄을 위한 비대위' 주최로 마련된 특별강연에서 '마지막 수업-화가의 자화상' 주제로 강의를 마친 뒤 학생들과 강의실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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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진중권 교수의 '마지막 수업-화가의 자화상' 특별강의가 열린 강의실 앞에서 진중권 교수의 재임용과 학교측의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학생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학생들이 진중권 교수의 '마지막 수업-화가의 자화상' 특별강의가 열린 강의실 앞에서 진중권 교수의 재임용과 학교측의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학생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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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다소 어색한 걸음으로 중앙대 교정을 찾은 문화평론가 진중권씨.

"안녕하세요. 이런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겸임교수 직함을 벗고, 일반인 신분으로 강단에 선 진씨의 첫마디는 초청해 준 학생들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남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커다란 등가방을 한쪽 어깨에 맨 '수수한' 차림새는 평소 그대로였다. 그의 입이 떨어지자, 소란스럽던 교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이윽고 교실을 가득 메운 200여 개의 젊은 눈동자는 동시에 칠판 쪽 진씨에게로 향했다.

이 대학 겸임교수 직에서 사실상 '퇴출'된 그다. 진씨는 가을학기 수강신청까지 다 받은 상태에서 돌연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자동적으로 그의 모든 강의는 전면 무효화됐다.

그런 진씨가, 중대라면 '치를 떨' 그가 다시 학교를 찾은 것은 재학생들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다. 더 이상 진씨의 강의를 들을 수 없게 된 재학생들이 아쉬운 마음에 직접 수업 자리를 마련했다. 진씨도 흔쾌히 수락해, '화가의 자화상'이란 제목의 고별강연이 열리게 됐다.

▲ 마지막 강의 마친 진중권 "알 수 없는 묘한 심정"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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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강연 장에 선 진중권씨 "학점과 관련 없는 수업이라..."

중앙대 겸임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진중권 교수가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서라벌홀에서 '진중권교수 재임용과 학생처벌시도 규탄을 위한 비대위' 주최로 마련된 특별강연에서 '마지막 수업-화가의 자화상'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중앙대 겸임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진중권 교수가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서라벌홀에서 '진중권교수 재임용과 학생처벌시도 규탄을 위한 비대위' 주최로 마련된 특별강연에서 '마지막 수업-화가의 자화상'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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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기를 보여주듯, 강의실은 순식간에 꽉 찼다. 복도에도 걸터앉고 보조의자까지 동원됐다. 그래도 자리가 모자랐다. 앉기를 포기하고 뒤에서 서서 보는 학생들도 많았다.

진씨는 평소 수업 때 학생들을 살갑게 대하는 다정다감한 선생님은 아니었다고 재학생들은 말했다.

평소 수업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원래 '까칠한' 그의 성격 때문일까? '석별의 정'을 나누는 마지막 수업임에도, 감정적이거나 가슴 뭉클한 장면이 연출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단지 평소와 같이 특유의 '달변'만으로 학생들을 몰입시키는 모습이었다. 진씨의 날카로운 언변과 학생들의 또렷한 눈망울만 이글거리는, 평상시 수업 광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장면이 쭉 이어졌다.   

진씨는 다음과 같은 말로 포문을 열었다.

"학생들한테 굉장히 미안했습니다. 지난 학기 멋없게 헤어졌는데, 학점 때문에….(웃음) 오늘 강연은 학점과 관련 없기 때문에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마지막 수업'에 들어간 진씨는 '자화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화가들의 자화상을 통해 위대했던 작가들의 삶의 애환과 철학 이야기를 학생들 앞에 풀어놨다. 

"내가 보는 내가 나일까요, 남이 보는 내가 나일까요?"

진씨가 '자화상' 이야기를 주제로 잡으며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내가 객관적일까, 사람들이 보는 내가 객관적일까,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한번 여러분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우리는 타인과 주변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위 사람들에 의해 내 견해를 바꿀 때, 즉 나 자신보다 남들이 생각하는 삶에 내 삶을 끼워 맞추는 상황이 많습니다. 이 속에서 과연 내가 가진 자화상은 무엇일까요? 내가 보는 나일까요 남이 보는 나일까요? 여러분께 이 물음을 던지기 위해 오늘의 주제를 택했습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아리송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태연한(?) 듯 '열변'을 토한 진씨와 달리, 마지막 수업을 듣는 재학생들의 표정에는 아쉬운 기력이 역력했다. '진중권 재임용 거부 항의 퍼포먼스'(총장실 레드카드 부착)로 인해 학교 측으로부터 '징계 경고'까지 받으면서도, 진씨를 향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외쳤던 학생들이었다.

아쉬운 학생들 "다른 분이 진 선생님 대신하긴 어려울 것"

진중권 교수가 강의를 마친 뒤 강의실을 떠나며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진중권 교수가 강의를 마친 뒤 강의실을 떠나며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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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대상자로 지목됐던 허완(독어독문·4)씨는 "앞으로 더 이상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며 "같은 제목의 수업을 개설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분이 진 선생님 같은 역할을 해주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최동민(석사과정)씨도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는 "저녁에 집에 가서 거울을 보며 나의 자화상은 무엇인가, 이 엄혹한 세상 어떤 자화상으로 살아야할지 곰곰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진씨의 강연은 '시 낭독'으로 끝났다. 그는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줄 건 없고, 마지막으로 시 하나를 준비했다"며 드라마 작가 페터 한트케의 시 '유년기의 노래'를 독일어로 직접 낭독했다.

"아이가 아직 아이였을 때, 팔을 흔들고 다니며, 시내가 강이 되고 강이 바다가 되었으면 했지. 아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아이는 자기가 아이인지 몰랐고, 그에게 모든 것은 영혼이 있었고, 모든 영혼들은 하나였지. 아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그는 아직 어느 것에도 견해를 갖지 않았고, 습관도 없었고, 책상 다리로 앉았다가 뛰어다니기도 했고, 헝클어진 머리에 사진을 찍을 때 억지로 표정을 짓지도 않았지… (중략)

아이가 아이였을 때, 그때는 이런 물음을 던지던 시절이었지.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에 있고, 저기에는 없을까.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고,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하략)"

진씨는 "이 시를 고른 이유는, 어른이 되면 Childlike(어린이다운, 순진한)는 다 사라지고 childish(유치한)만 남는 현실을 학생들이 잘 생각해 봤으면 해서"라고 설명했다.

시 낭독이 끝나자 학생들은 큰 박수로 감사의 표시와 아쉬운 감정을 동시에 전했다. 진씨도 거듭 고개를 숙이며 학생들의 성원에 화답했다.

강연을 마친 진씨는 학생들이 교실 뒤편 야외 농구코트에 마련해놓은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여기서는 학생들과의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가 이어진다. 진씨를 둘러싸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는 학생들의 요란한 모습을 보니, 간단히 술자리를 마칠 분위기는 아닌듯하다. 


태그:#진중권, #중앙대, #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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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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