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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발견한 아이들
 처음으로 발견한 아이들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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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아픈 토끼를 이렇게 맨바닥 쓰레기통에  버리다니….

너무나 놀라웠다.

추석 전날인 오늘(2일) 빠뜨린 것들을 사러 시장으로 빠쁘게 가는 길이었다. 골목 한쪽 쓰레기통에서 남자아이 두명이서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상해서 나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이들은 "어, 이거 고양이가 아니고 토끼잖아"한다. 나도 "어머나, 누가 여기에 갖다버렸나 보구나"하곤 얼른 카메라를 찾았으나 바삐 나오는 바람에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 쓰레기통에 버려진 토끼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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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꺼내어 찍었지만 마음에 차지 않아 얼른 집으로 뛰어 가서 카메라를 가지고 다시 왔다. 토끼를 자세히 보니 아직 살아있었다. 숨도 쉬고 몸도 가끔 움직였다. 한 아이가 "어, 다리 부분에 상처가 났네. 파리가 달려드네" 하면서 파리를 쫓는다. "그러게, 살아 움직인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마음씨가 참 곱다. 그곳에서 집은 1~2분거리고 주변에 동물병원은 없다.

토끼는 사람소리가 나자 눈도 살짝 떠본다. 있는 힘을 다해 눈동자를 움직여보기도 한다. 마치 구해 달라고 하는 것처럼. 잠시 후 지나가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들었지만 아픈 토끼가 버려진 것을 알고는 혀를 끌끌 차며서 "에이, 나쁜 사람들"하곤 가버린다. 나도 동물이 이렇게 버려진 것을 처음 본다.

버려진 토끼
 버려진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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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난 부분
 상처가 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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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난 부분에는 파리가 달라붙기도 했다.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언제 죽을지 모를 일같았다. 상처가 나서 버린 것인지, 버려져서 상처가 난 것인지 알 수도 없는 일. 만약 버리지 않고 치료를 해주었더라면 저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란 생각도 들었다.

바람이 불자 쓰레기로 덮여버린 토끼
 바람이 불자 쓰레기로 덮여버린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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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거는 아이
 전화를 거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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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어쩌지? 신고해야지. 너희들이 먼저 봤으니깐 신고하면 어떻겠니? 나도 함께 이야기 할게."
"휴대폰이 없는데요."
"그럼 내 휴대폰으로 해."
"어디다 하지? 112? 114?"
"119에 해보면 어떨까?"

119와 연결이 되었다. 위치를 정확하게 가르쳐 주었다. 금세는 못나온다고 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그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 명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었다. 119에서 내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 만약 그곳을 못 찾으면 전화를 하겠다면서.

얼마 전부터 나도 '호금조'란 새와 열대어를 기르고 있다. 하루 하루 그것들과 생활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다. 그것들은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잘잤냐고, 저녁에는 잘자라고 인사를 주고 받는다. 이래서 사람들이 동물들을 기르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며칠 전에 열대어 한마리가 죽었다. 어찌나 마음이 아팠는지. 하여 공원 화단에 잘 묻어주었다. 아주 작은 것이라 그렇게 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그들이 살거나 아프거나, 죽음을 맞이할 때에도 늘 함께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힘없이 뜨고 있던 토끼의 눈이 눈앞에서 아른아른거린다.


태그:#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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