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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이식 콩나물국밥은 독특하게도 콩나물국에 금방 만 밥, 반숙한 달걀, 김 등이 따로 나온다.
▲ 전주 콩나물국밥 왱이식 콩나물국밥은 독특하게도 콩나물국에 금방 만 밥, 반숙한 달걀, 김 등이 따로 나온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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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놈! 못된 신종플루야
니가 길어봐야 내 몸뚱아리만큼 길겠냐
니가 품고 다니는 무기가 무엇이더냐
그깐 콧물감기, 발열 따위야
내 긴 몸 씻은 목욕물이면 끽 아니더냐
모두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니를 저승으로 영원히 보내주마

-이소리, '콩나물국밥이 신종플루에게' 모두

'어이~ 추워!' 소리가 절로 나도록 춥다. 서울과 인천, 수원에서는 올 가을 들어 첫 얼음이 얼었는가 하면 강원 산간마을에는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아직 계절은 늦가을인데 갑자기 찾아온 '반짝추위'가 한반도 곳곳을 꽁꽁 얼어 붙이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한파주의보까지 내려 이번 '반짝추위'가 꽤 매서울 것이라고 알리고 있다.

해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이런 때면 늘 안개 낀 추억처럼 살포시 떠오르는 안개 낀 음식이 있다. 콩나물국밥이다. 콩나물국밥은 추운 날 꽁꽁 얼어붙은 몸을 따스하게 감싸줄 뿐만 아니라 감기, 몸살, 숙취해소 등에도 탁월하다. 게다가 맛도 좋고 값도 싸 '경제 보릿고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민들 누구나 즐겨 먹는 음식이다.    

특히 신종플루가 길길이 날뛰는 요즈음 들어 콩나물국밥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끈한 콩나물국밥 한 그릇 땀 뻘뻘 흘려가며 후딱 먹고 나면 신종플루 초기증상인 콧물감기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콩나물국밥은 피부미용, 다이어트, 이뇨작용, 성인병 등에도 그만이다. 보약이 따로 없다는 그 말이다.

이곳에 들어서자 '왱이'란 말 그대로 손님들이 벌떼처럼 왱왱거리며 저마다 굵은 땀방울을 훔쳐가며 콩나물국밥을 맛나게 먹고 있다
▲ 콩나물국밥 이곳에 들어서자 '왱이'란 말 그대로 손님들이 벌떼처럼 왱왱거리며 저마다 굵은 땀방울을 훔쳐가며 콩나물국밥을 맛나게 먹고 있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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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벌떼처럼 왱왱거리며 몰려든다고 해서 왱이집이라 이름 지었지요
▲ 콩나물국밥 손님이 벌떼처럼 왱왱거리며 몰려든다고 해서 왱이집이라 이름 지었지요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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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깔끔한 왱이식, 걸쭉하고 구수한 삼백식 

콩나물국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맛의 고장으로 손꼽히는 전주다. 전주는 비빔밥과 막걸리도 이름이 드높지만 요즈음처럼 추운 날씨에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역시 콩나물국밥이다. 전주에 가서 콩나물국밥 골목을 찾으려면 동문사거리 안쪽(홍지서림)에 있는 중고 책방거리로 가면 된다.

이곳이 대한민국에서 콩나물국밥으로 이름 드높은 전주 콩나물국밥 골목이다. 이 골목에서 가장 손님들이 많이 들끓는 콩나물국밥집은 왱이, 삼백집, 풍전, 다래, 두레박 등이다. 하지만 전주콩나물국밥은 조리방법과 먹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왱이식 콩나물국밥과 삼백식 콩나물국밥이 그것이다.

왱이식 콩나물국밥은 독특하게도 콩나물국에 금방 만 밥, 반숙한 달걀, 김 등이 따로 나온다. 하지만 삼백식은 밥과 달걀을 콩나물국에 풀어서 나온다. 우리가 흔히 먹는 콩나물국밥이 이 삼백식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두 콩나물국밥에 대해 어느 것이 더 맛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다. 이는 사람마다 제각각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꼭 두 콩나물국밥에 대해 맛을 따져 말하자면 맑고 깔끔한 국물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왱이식을, 걸쭉하고도 구수한 국물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삼백식이 입맛에 딱 맞을 것 같다. 길손(나) 또한 그날 기분이나 몸 상태에 따라 왱이식을 찾기도 하고, 삼백식을 찾기도 한다. 음식 선택은 그날 기분과 날씨,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밑반찬은 별 거 없다. 그저 흔히 음식점에 가면 나오는 김치와 새우젓, 깍두기, 오징어젓갈뿐이다
▲ 콩나물국밥 밑반찬은 별 거 없다. 그저 흔히 음식점에 가면 나오는 김치와 새우젓, 깍두기, 오징어젓갈뿐이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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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다른 점은 수란(살짝 익힌 달걀)과 김이 나온다는 것이다
▲ 콩나물국밥 한 가지 다른 점은 수란(살짝 익힌 달걀)과 김이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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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

"손님이 벌떼처럼 왱왱거리며 몰려든다고 해서 왱이집이라 이름 지었지요. 저희 집은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무공해 콩나물만을 사용합니다. 맛국물도 미역과 다시마, 무, 황태포 등으로 밤새 우려내 멸치 맛국물을 반씩 섞어 만들지요. 여기에 계약 재배한 무공해 콩나물과 묵은지, 몇 가지 해물을 넣고 끓여냅니다."-유대성 대표

지난 10월 11일(일) 11시쯤. 방현철(42, 북포스) 대표와 함께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았던 왱이콩나물국밥집.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란 글씨가 붉은 바탕 위에 하얗게 도드라져 있는 이곳. 이곳에 들어서자 '왱이'란 말 그대로 손님들이 벌떼처럼 왱왱거리며 저마다 굵은 땀방울을 훔쳐가며 콩나물국밥을 맛나게 먹고 있다.

마치 엄청나게 큰 벌통 속으로 들어온 듯 정신이 하나도 없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을 때 종업원이 '저쪽으로 가세요'라며 저만치 빈자리를 손짓으로 가리킨다. 자리에 앉아 콩나물국밥 두 그릇을 시킨 뒤 가지고 온 전주막걸리를 꺼내 한 잔 마악 마시고 있을 때 콩나물국밥(5천원)이 나온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다.

밑반찬은 별 거 없다. 그저 흔히 음식점에 가면 나오는 김치와 새우젓, 깍두기, 오징어젓갈뿐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수란(살짝 익힌 달걀)과 김이 나온다는 것이다. 밥그릇에 든 이 수란은 콩나물국밥에 넣어 먹는 것이 아니다. 수란에 콩나물국밥 국물 몇 스푼을 넣어 은근슬쩍 비벼 먹으며 먼저 속을 채우라는 것이다.

동그랗게 썬 파가 동동 떠 있는 콩나물국밥 국물을 한 수저 떠서 입에 넣는다. 감기가 절로 뚝 떨어질 정도로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 콩나물국밥 동그랗게 썬 파가 동동 떠 있는 콩나물국밥 국물을 한 수저 떠서 입에 넣는다. 감기가 절로 뚝 떨어질 정도로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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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아삭 씹히는 고소한 콩나물맛과 오징어 다리와 어우러진 밥알이 쫀득쫀득 입에 착착 감긴다
▲ 콩나물국밥 아삭아삭 씹히는 고소한 콩나물맛과 오징어 다리와 어우러진 밥알이 쫀득쫀득 입에 착착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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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절로 뚝 떨어지는 얼큰하고도 시원한 맛

"이 막걸리 어제 저희들이 전주막걸리 골목에서 사 온 건데 여기서 먹어도 되죠?"
"그럼요. 아, 손님이 막걸리 한 병 들고 와서 콩나물국밥과 함께 먹는데 누가 뭐라 그러겠어요. 마음 편히 천천히 드세요."
"고마워요."
"별 걸 다 고마워 하시네요."

전주막걸리 한 잔 쭈욱 마신 뒤 수란을 김에 비벼 입에 넣자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바다를 담은 김과 땅을 담은 부드러운 수란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고소하고도 향긋한 맛! 독특하다. 수란을 게걸스럽게 먹은 뒤 동그랗게 썬 파가 동동 떠 있는 콩나물국밥 국물을 한 수저 떠서 입에 넣는다. 감기가 절로 뚝 떨어질 정도로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잘게 썬 오징어 다리가 은근슬쩍 내비치는 콩나물국밥을 콩나물과 함께 한 수저 떠서 새콤하게 익은 깍두기 한 점 올려 입에 넣는다. 아삭아삭 씹히는 고소한 콩나물맛과 오징어 다리와 어우러진 밥알이 쫀득쫀득 입에 착착 감긴다. 김치 한 점 올려 먹는 콩나물국밥도 혀끝에 살살 녹아내린다.          

이 집 콩나물국밥 특징은 밥을 국밥에 넣어 팔팔 끓이지 않고 그냥 말아 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시커먼 뚝배기에 밥을 넣은 뒤 콩나물, 오징어, 묵은지를 넣고 팔팔 끓는 맛국물을 부으면 그만이다. 그래서일까. 이 집에서는 콩나물국밥을 급히 먹다 입천장을 데이는 그런 일은 결코 없다.

콩나물국밥을 먹다가 밥이나 국물, 콩나물이 모자란다 싶으면 종업원을 부르기만 하면 무한대로 갖다 준다
▲ 콩나물국밥 콩나물국밥을 먹다가 밥이나 국물, 콩나물이 모자란다 싶으면 종업원을 부르기만 하면 무한대로 갖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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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주 한 잔(1천원) 서비스로 드릴 게요?
▲ 모주 제가 모주 한 잔(1천원) 서비스로 드릴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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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팔리는 콩나물국밥 500그릇 넘어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요. 이 집 소문 듣고 일부러 찾아왔어요."
"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기 위해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셨어요? 제가 모주 한 잔(1천원) 서비스로 드릴 게요?"
"단풍도 보고, 전주막걸리, 콩나물국밥도 먹을 겸 놀이 삼아 왔지요. 모주 잘 먹을게요."

한 잔 천 원 받는 모주를 그냥 주다니. 참 인심도 좋다. 그뿐이 아니다. 콩나물국밥을 먹다가 밥이나 국물, 콩나물이 모자란다 싶으면 종업원을 부르기만 하면 무한대로 갖다 준다. 그렇게 콩나물국밥을 후루룩 짭짭 소리내어 정신없이 먹다 보면 어느새 쓰린 속이 스르르 풀리면서 이마와 목덜미에서 굵은 땀방울이 구슬처럼 송글송글 흘러내린다.   

이 집 주인 유대성(47) 대표는 "저희 집 콩나물국밥을 먹은 손님들이 고소하면서 독특한 시원한 맛이 난다고 그래요"라며 빙그시 웃는다. 유 대표는 "오로지 콩나물국밥 하나만 20여년 넘게 해오고 있습니다"라며 "저희 집 콩나물국밥은 맛국물에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국물맛이 깔끔하고 시원하지요"라고 자랑한다.

함께 자리를 한 방현철 대표는 "서점관리를 하러 여러 출판사 영업자들과 함께 전주에 올 때마다 이 집을 찾는다"며 "이 집은 300석 규모에 하루에 팔리는 콩나물국밥만 해도 500그릇이 넘는다"고 마치 주인처럼 말한다. 방 대표는 "이 집 콩나물국밥은 콩나물이 비리지 않고 아삭아삭한 맛이 좋고 국물 맛이 따라올 수 없는 맛"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방송과 신문에 난 맛집 소개 액자가 벽에 일렬횡대로 쭈욱 걸려 있는 전주 콩나물국밥 전문점. 이 집에 가서 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고 나면 쓰린 속이 확 풀린다. 신종플루를 몰고 오는 감기가 뚝 떨어진다. 그래.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단풍놀이 겸 전주로 가서 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어보자. 추위마저 '걸음아 날 살려라' 잽싸게 달아나리라.   

덧붙이는 글 | ☞가는 길/서울-천안-논산천안고속도로-전주-동문사거리 안쪽-홍지서림 쪽 중고 책방거리 -왱이콩나물국밥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왱이콩나물국밥, #전주 콩나물국밥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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