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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의원이 민주당 '사퇴 3인방' 의원들에게 쓴 글.
 전여옥 의원이 민주당 '사퇴 3인방' 의원들에게 쓴 글.
ⓒ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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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의원님!

2008년 4월 총선 때 먼발치에서 뵈었는데 이렇게 지면으로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의원께서 생계를 염려해 준 민주당 '사퇴3인방'의 보좌진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의원께서 '사랑하는' 영등포 지역구민이기도 합니다.

의원께서 지난 2일 홈페이지에 쓴 글 잘 읽었습니다. 정당을 떠나 의원 보좌진의 생계까지 걱정해준 '다정'(多情)에 대해선 어찌됐든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게 오해가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부득이 실례를 무릅쓰고 공개 편지 글을 씁니다.

보좌진 위해 농성 중단하라? 그건 혹세무민입니다

의원께선 <농성하는 세 의원님, 확실히 하십시오>란 글에서 "(사퇴한 보좌진은 방치해 놓고)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코미디"라고 하셨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나라당 보좌진은 어떤 위치인지 모르겠으나 '사퇴3인방'의 의원과 보좌진은 봉건적인 주종관계가 아닙니다. 뜻을 함께하는 '정치적 동지'입니다.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각자의 길을 찾아가면 될 뿐 의원이 다시 부를 때까지 굶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또, 의원직사퇴에 대해 보좌진이 "항명도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단언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언론악법 때문에 2009년 새해마저 국회 본관에 갇힌 채 맞이하고, 더군다나 한나라당 보좌진은 무시로 자유롭게 출입하는데 우리는 창문을 넘어야 겨우 국회 본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 민주당 보좌진들이기에 언론악법이 재투표․대리투표 끝에 억지로 통과될 때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눈앞에서 처절히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보며 분노하지 않은 이 없습니다. '의원들의 독단적 사퇴 때문에 보좌진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의원의 주장은 때문에 더 치욕스럽게 다가옵니다.

우리를 거리로 내몬 건 한나라당입니다

미디어법 재논의를 촉구하며 국회의장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강제 퇴거당한 민주당 최문순ㆍ천정배ㆍ장세환 의원.
 미디어법 재논의를 촉구하며 국회의장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강제 퇴거당한 민주당 최문순ㆍ천정배ㆍ장세환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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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실 겁니다. 7월22일이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사전에 "의장석을 점거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했던 일 말입니다. 그런데 동료 한나라당 의원들께선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의장석을 점거했습니다. 그뿐입니까. 본회의장 문도 안쪽에서 걸어잠그셨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충돌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그 뒤 상황은 TV를 통해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본 그대로입니다. 피땀으로 일궈낸 대의민주주의가, 국민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국회가 눈 앞에서 무너졌습니다.

결국 다음날 최문순 의원이, 그리고 그 다음 날 천정배 의원이 더 이상 의원직 수행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퇴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를 포함한 두 의원실 보좌진들도 함께 국회를 떠나게 된 것입니다. 그게 본질입니다.

'탈당계를 내라', 총구를 돌리라고요?

특별히 '비례대표의 진정한 사퇴 방법'에 대해 조언해 주셨으니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맞습니다. 탈당계만 내면 모든 게 정리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과적으로 혹세무민입니다.

'사퇴3인방'은 고뇌 끝에 국민들이 부여한 신성한 권한과 의무를 내놓고 싸우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그래도 진정성을 가지려면 탈당계를 내라? 원인제공자는 바로 전 의원께서 속해 있는 한나라당에 있는데 총구를 안으로 돌리라고요? 마찬가지로 의원직사퇴서를 낸 정세균 대표와 담판을 지으라고요? 그렇게 탈당계를 내고 나앉아라?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진정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일까요?

어느덧 면직된 지 120여일이 가까워 옵니다. 그동안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다시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기간 거리에서 많은 국민들을 만났습니다. 대다수는 성원을 보내며 반드시 악법을 바로잡으라 명령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헌법재판소도 법 제정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입법부가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제 얘기가 미덥지 못하다면 지역구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봐도 좋겠습니다. '사퇴3인방' 보좌진이 아닌 지역구민 자격으로 정중히 요청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우리 생계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국민복지에 신경을 쓴 덕택에 실업급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정 우리들의 생계가 염려된다면 김형오 국회의장과 정몽준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께 '미디어법 재논의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충언해 주십시오.


태그:#전여옥, #최문순, #미디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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