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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진알시(진실을 알리는 시민), 삼국연합(소드, 쌍코, 화장빨), 지역 촛불의 연합체 '촛불 나누기' 등의 단체들의 주최로 '제1회 바보들, 사랑을 담그다'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영하 6도의 한파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당초 오후 5시에 끝나기로 했던 예정보다 2시간 이른 오전 3시에 5000포기의 김장을 마쳤다. 시민들이 쉬지 않고 김치를 담그는 통에 행사 진행자가 중간에 쉬었다하라는 방송을 할 정도였다. 

 

3열로 줄지어 김치 담그고, 나르고 "바쁘다 바빠"

 

오전 10시 목탁소리가 들리는 조계사 절 안에 젊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절 입구에 모인 사람들이 줄지어 자원 봉사자 명단에 소속과 이름을 적고 있었다. 한 쪽에서 시민들이 배추와 양념을 3열로 줄지어 작업대에 나르자 노란 앞치마와 장갑을 낀 시민들이 배추와 양념을 버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버무린 양념을 한쪽 바구니에 모아 놓으면 다른 시민들은 김치를 포장하는 작업대로 김치 바구니를 옮겼다. 포장된 김치는 전국의 독거노인, 정부 지원 없는 장애인 단체, 고아원으로 직접 배달된다. 삼국연합의 '봄날의 달님♥'(22세, 대학생)은 "이명박 정부의 복지 예산삭감에 반대하며, 생활 필수품인 김치를 담그는 행사부터 시작하려 한다"며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고 3 소녀들 "수능 끝나자 마자 부리나케 달려왔어요"  

 

12시경 따뜻한 오뎅 국물과 보쌈을 받기 위해 배식차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섰다. 점심을 서서 먹기도 하고 아예 바닥에 앉아 입김에 손을 녹이며 오뎅 국물을 마시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중에 유독 얼굴이 뽀얗고 어려 보이는 단발머리 여학생들이 있었다. 김종옥(19)씨는 "소울 드레서라는 까페에서 옷에 대한 취미를 공유하다가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생겨 고3 친구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8학기 대학생인 박아무개(24, 한국외대)씨도 취업 준비생이지만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한 경우다. 박씨는 "예전에는 경제적 부가 가장 중요한 가치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지금은 다 같이, 함께 하는 사회로 전환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 반경 점차 김장행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김치를 담그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한둘씩 앞치마를 벗기 시작했다. 직장인 이아무개(49)씨는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 왔는데 김장이 마무리가 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며 웃었다. 지난해 촛불 집회를 시작으로 사회 운동에 꾸준히 참여했다는 최문기(26)씨는 "남자 혼자서 와서 쑥스럽지만 도움이 되서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들은 모두 "시민운동은 내게 일상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상재 "시민들의 개별적 참여로 시작, 연대의 끈 놓지 않을 것"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은 "원래 작년 촛불 집회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온 시민들이 개별적인 참여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며 최근의 사회 운동의 분위기에 대하여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행사가 빈곤층을 위한 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MB정부의 정책에 대항하고 다시 시민들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단발성 행사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태그:#사랑을 담그다, #진알시 , #삼국 연합, #김장 , #불우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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