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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피는 나비처럼 생긴 노란 꽃을 보면 그 작은 꽃에서 어떻게 그런 땅콩이 열리는지 신기할 정도랍니다. 그 꽃이 수정된 후에 꽃대가 길게 늘어지면서 씨방이 땅으로 들어가지요. 그리고 땅속에서 열매가 자라요. 그래서 이름이 땅콩인가 봐요. 그 열매 속에 고소한 씨앗이 들어있지요. 땅속에서 자라며 딱딱한 껍질로 싸여 있기 때문에 농약 오염도 덜하답니다.-<살아있는 생태박물관 2-우리 식물 이야기> '땅콩' 편에서

책에서 만난 땅콩의 생태가 신기하기만 하다. 맥주 안주나 심심풀이로 흔하게 먹는 땅콩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이제까지 감자나 고구마처럼 땅속의 덩이줄기가 자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책을 보다가 지난 가을 수확한 땅콩을 보내주신 친정어머니께 전화하여 이 사실을 알려드리자 깜짝 놀라신다. 전혀 모르셨단다. 눈 여겨 보시고 싶단다.

<살아있는 생태박물관 2:우리 식물 이야기>겉그림
 <살아있는 생태박물관 2:우리 식물 이야기>겉그림
ⓒ 채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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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혹은 씨앗은 둘 중 하나의 방법으로 생기는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다. 사과나 감, 혹은 수많은 꽃들의 씨앗처럼 꽃이 진 후 그 자리에 열매가 맺거나, 감자나 고구마, 무 등처럼 땅속에서 생겨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거나. 그런데 땅콩은 이것 저것 모두 선택한 거다. 땅콩은 왜 이런 방법을 선택했을까?

시골 태생이라 땅콩이 자라는 것을 흔하게 보고 자랐다. 땅콩의 노란 꽃도 썩 낯익다. 그런데 왜 여태껏 땅콩이 이렇게 열매 맺는 것을 몰랐던 걸까? 어서 빨리 봄이 오고 땅콩이 자라는 밭에 찾아가 꽃잎을 떨어뜨린 꽃대가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만 하다.

<살아있는 생태박물관 2:우리 식물 이야기>는 우리 주변 식물들을 이처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이제까지 식물과 관련된 책들을 참 많이 읽었다 싶었는데 땅콩처럼, 이 책에 실린 또 다른 식물들처럼 모르는 것들이 참 많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들었던 생각이다.

-민들레는 겨울 동안 바닥에 몸을 납작하게 붙이고 로제트 잎으로 추위를 견디다가 봄이 오면 꽃대를 위로 쑥 내밀지요. 우리가 볼 때 한 송이로 보이는 민들레꽃은 하나가 아니라 약 100~200개가 모여서 핀 거예요. 곤충들이 꽃가루를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말이에요. 물론 씨앗도 많이 맺을 수 있지요. 꽃가루받이를 한 민들레는 꽃을 오므리고 다시 땅에 누워서 익기를 기다리지요.…민들레라는 이름도 사립문 둘레에 핀다고 '문둘레'라고 부르다가 '민들레'가 된 거라고 해요.-'민들레' 편에서

-작고 노란 꽃같이 생긴 3개의 수술은 곤충을 꾀어 모으는 일을 하는 가짜 수술이에요. 나머지 3개의 긴 수술이 꽃가루가 있는 진짜 수술이지요. 꽃가루를 아끼면서 가루받이를 하려는 속셈이랍니다. 파랗고 예쁜 꽃잎은 먹을 수도 있어요. 비빔밥에 이 꽃을 넣으면 아주 예쁘겠지요? 염색을 하면 연한 푸른색으로 물이 들기 때문에 물감이 귀한 옛날엔 비단에 밑그림을 그리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어요.-'닭의장풀' 편에서

닭의장풀(2008.9.12 경가도 고양시)
 닭의장풀(2008.9.12 경가도 고양시)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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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없던 시절 분꽃이 피면 밥 지을 준비를 했다

민들레와 닭의장풀은 한줌의 흙만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쉽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는 우리의 대표적인 풀꽃들로 봄부터 가을까지 흔하게 볼 수 있다. 풀꽃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이 없는 사람들조차 이들의 이름은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나는 이런 사실들은 민들레나 닭의장풀 외에 좀 더 많은 풀꽃을 아는 사람들도 잘 모를 것 같다.

민들레 뿌리를 볶아 커피처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닭의장풀 꽃잎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책속 엉겅퀴도 반갑다. 엉겅퀴의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된장과 고추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다는 것, 어떤 나라에서는 줄기로 샐러드나 튀김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엉겅퀴는 쉽게 자란다. 보라색의 꽃도 참 예쁘기 때문에 꽃집에서 사는 어떤 꽃들 못지 않다. 텃밭이나 화분에 몇 그루 심어 꽃도 보고 잎이나 줄기를 먹어 보는 것은 어떨까? 엉겅퀴를 가까이 심어두면 좋은 이유가 또 있다. 피를 엉기게 하는 성분이 있기에 엉겅퀴란다. 넘어지거나 칼에 베여 피가 날 때 찧어 바르면 놀라울 만큼 빨리 피가 멎는단다.

엉겅퀴처럼 도움이 되는 것은 흔하디흔한 '분꽃'과 '애기똥풀'이다.

분꽃은 꽃봉오리를 줄곧 오므리고 있다가 해질 무렵이면 피어난다. 때문에 'four-o'clock(4시) plant(식물)이라고 부르는데, 이처럼 해질녘에 피기 때문에 시계가 없던 시절의 어머니들은 분꽃이 피기 시작하면 밥 지을 준비를 했단다. 이런 분꽃이 더욱 유용한 것은 분꽃에 어느 정도의 마취 성분이 있어서 마당에 이 분꽃을 키우면 모기를 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기똥풀도  집 가까이에 몇 포기 자라고 있으면 썩 유용한 풀이다. 모기 물린데 줄기를 잘랐을 때 나오는 노란 즙을 바르면 가렵지도 않고 아픈 것도 금세 사라지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오해하실라. 이 책이 이런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이런 식물들의 생태 특성과 함께 들려주는 것들이므로 절대 오해마시길!

-한 알의 볍씨가 잘 자라면 1500~3000알 정도의 벼가 생긴다니 농부들이 그 쌀 한 톨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길지 짐작이 가지요?…(중략) 전 세계 인구의 40% 정도가 쌀을 주식으로 한다니 정말 귀중한 작물이지요.… (중략)쌀은 주로 밥을 짓는데 쓰고, 술·떡·과자·엿 등의 원료로 쓰이기도 하지요. 볏짚은 초가지붕이나 신발(짚신)을 만드는 등 여러모로 쓰였고요. 요즘은 공예품을 만들거나 사료로 쓰일 뿐 아니라 휘발유 대신 쓸 수 있는 기름을 만드는 연구도 하고 있답니다.-'벼' 편에서

한 식물의 생태적인 특성과 한톨의 씨앗이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등의 과정을 담았다.
 한 식물의 생태적인 특성과 한톨의 씨앗이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등의 과정을 담았다.
ⓒ 채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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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생태박물관 2:우리 식물 이야기>의 저자들은 길동 생태공원(서울)의 생태 해설가 4명이다. 저자들은 70여 종에 이르는 식물들의 생태 특성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짧고 명확하게 설명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그리하여 종종 현장 학습의 주인공들이 되는 식물들을 모았기 때문에 벼나 보리·밀·감자 등과 같은 작물들도 함께 다루고 있다.

또한 벼나 애기똥풀·엉겅퀴 등처럼 실생활과 연관지어, 땅콩이나 닭의장풀·민들레처럼 흔하게 봐 왔지만 잘 몰랐던 것들을 들려줌으로써 아이들이 식물에 관심을 갖고 바짝 다가가 눈여겨 보게한다. 아이들 뿐이랴. 사실 이 책은 어른인 내게도 식물과 생태 관련 다양한 것들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어서 봄이 오고 꽃들에게 바짝 다가가 들여다보고 싶을 만큼.

생생한 사진들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줄기를 잘라 즙을 내먹는 익모초나 자리 등을 짜는데 쓰이는 부들의 줄기 단면, 볍씨를 뿌려 벼를 수확하기까지의 12과정, 참나무열매(도토리)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 등을 담은 사진들은 아주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사진들도 많아 책을 읽는 눈이 즐겁다.

족두리풀(2009.5.18 북한산 노적사 뒷숲)
 족두리풀(2009.5.18 북한산 노적사 뒷숲)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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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의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하얀 액이 나와요. 이 액에는 독성분이 있는데 이 독성분으로 자기 몸을 지키는 나비가 있어요. 왕나비의 애벌레는 박주가리 잎을 먹고 몸속에 독 성분을 바로 저장해요. 그러면 새나 다른 곤충이 왕나비 애벌레를 잡아먹었다가 독 때문에 고생을 하고, 다음부터는 이 애벌레를 먹지 않지요.-'박주가리'편에서

-넓은 잎에는 애호랑나비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나비가 알을 낳으러 오지요. 족두리풀 잎을 뒤집어보면 작은 애호랑니비 알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알에서 깬 애벌레가 족두리풀을 먹고 자라거든요. 애호랑나비는 족두리풀의 영양 상태에 따라 알의 개수를 조절한다고 하니 애벌레가 잎을 먹어도 족두리풀이 아주 죽는 일은 없어요.-'족두리풀'편에서

대체적으로 화려하고 예쁜 꽃에만 관심을 그 나머지는 소홀하기 쉽다. 이 책은 이처럼 눈을 행복하게 하는 꽃 그 나머지 것들에게도 관심을 두게 한다. 잎의 영양 상태에 따라 알을 맞춰 낳는 애호랑나비가 기특하고 신기하다.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까.

▲쑥떡은 왜 쫄깃쫄깃할까? ▲아스피린을 만드는데 쓰이는 식물들은? ▲해바라기에 하나에 씨앗 2000개? ▲목이 아프거나 기침이 날 때에는 꽈리를 ▲소금이 열리는 붉나무와 설사에 특효한 오배자의 실체 ▲고양이가 뜯어먹어 괭이밥? ▲어사화였던 능소화가 정말 위험한 이유는? ▲할미꽃이 무덤가에 많은 이유는? ▲때죽나무의 바나나처럼 생긴 열매의 정체는? ▲부레옥잠 1포기 1년에 1000포기로 번식 ▲밥을 지어먹고 김치를 담가 먹는 원추리꽃 ▲하루살이 꽃들은? ▲부들의 꽃 이삭 하나에 35만개 이상의 씨앗이 ▲꽃창포의 꽃말이 '심부름'과 '소식'인 이유는? ▲옛사람들이 버드나무와 무궁화를 함께 심은 이유는? ▲제비꽃이 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들이 먹는 콩의 원조는? ▲왜 '신갈나무'라 부를까?

덧붙이는 글 | 살아 있는 생태박물관 2:우리 식물 이야기|김란순 김지연 박경현 차명희|2009-12-20|18,000원
※ 살아있는 생태박물관 시리즈는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관찰, 감상할 수 있도록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 생태 체험 길잡이로 제1권은 우리 곤충 이야기, 제3권은 우리 새 이야기입니다.



살아 있는 생태박물관 2 - 우리 식물 이야기

고상미 그림, 김란순 외 글, 서정화 사진, 채우리(2009)


태그:#현장학습 길잡이, #길동생태공원, #애기똥풀, #족두리풀, #생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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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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