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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추락, 심각한 고용 현실

지난 2월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실업자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만8000명이나 늘어난 121만 6000명을 기록하면서 줄곧 3%대에 머물던 실업률도 5.0%로 치솟았다.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실업률이 5%대로 올라서기는 각각 2001년 3월 이래 8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 1월 고용률 역시 56.6%로 2001년 2월(56.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9.3%에 달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9퍼센트에 진입하였고, 청년경제활동참가율은 44.0%로 전년대비 0.8% 하락했다. 이는 청년층의 미취업문제, 즉 노동시장 진입에 대한 소극성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학력 청년층의 공급이 증가하는데 반해 양질의 일자리가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용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취업애로계층이 연초부터 200만명을 넘어섰다. 2월 1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의 실업자와 비경제활동 인구 중 구직이 힘든 계층을 포함한 취업애로계층은 200만명 초반대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취업애로계층 평균인 182만명을 크게 뛰어넘은 것으로 200만명 선을 돌파한 경우는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정부는 올해 고용 정책 목표에서 취업애로계층을 188만명 수준에서 묶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같은 목표치가 연초부터 어긋난 셈이다.

빈 깡통이 요란한 MB의 고용정책

"가끔 정부가 만드는 자료들을 보면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는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제2차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 각 부처가 내놓은 정책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 자신은 국민들의 일자리 걱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대통령 자신부터가 "정부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겨줄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들의 자활 노력", "기대 수준에 맞지 않는 데 가느니 차라리 취업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보다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며 국민들의 태도를 문제삼고 있다.

지난 10월 인터넷 구직사이트 '파인드 잡(find job)'과 '알바천국'이 공동으로 조사한 '대졸자 미취업자 현황' 설문조사에 응답한 대졸 2년제 이상 736명 중 619명(84.2%)은 "눈높이가 높아서 취업이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대답했고, 전체 응답자의 66.7% (490명)는 "취업이 안 된다면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겠다"고 답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문제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일자리가 없다'는 구체적 현실이다. 이런데도 대통령은 국민들의 자세가 잘못되었다고 호통만 치고 있으니 이런 정부가 제대로 된 고용정책을 내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난 1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진행하며 정부가 어떤 고용정책을 내놓았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문제투성이의 국가고용전략회의

정부는 올해 1월 21일, 1차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고 취업자 증가 목표를 기존 20만명에서 '25만명+α'로 상향 조정하고, <2010 고용회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2010 고용회복 프로젝트> 중 중소기업이 전년보다 상시근로자를 늘렸을 경우 증가인원 1인당 300만원씩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한다는 방안은 시행법안 통과로 3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04년에도 실시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대기업까지 포함해 고용 1명당 100만원을 세액공제한다고 했지만 1명을 고용하는데 드는 인건비가 훨씬 더 많아 실제 유인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폐지된 바 있다. 이번에는 세액공제액을 1명당 300만원으로 늘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용비용이 더 높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호응이 미진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 정부의 "세액공제"는 고용정책이란 걸 만들고 있다는 흉내만 낼 뿐이지, 직접적 효과가 거의 없는 무늬만 고용정책인 것이다. 2월 18일에 개최된 2차 국가고용전략회의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단시간 일자리 확대를 뼈대로 한 '유연근무제 확산 방안'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단시간 근로비율이 낮은 점을 개선하고 육아 등의 문제로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예방하는 등 유연근무제를 통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으며 일자리창출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주 30시간 미만 근로자의 비중은 15.5%에 이르지만 한국은 9.3%에 불과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연근무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높다. 기업들이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를 여러 개의 단 시간 일자리로 쪼개면서, 임금 수준을 대폭 삭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여성·고령자를 노동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단시간 일자리가 일부 필요하지만, 이 정책이 국가 고용전략의 중심이 되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3월 4일, 3차 국가고용전략회의가 열렸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경비를 절감하여 3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올 5월까지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경상경비와 축제 관련 경비를 절감한 돈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대책에 따르면 지자체들이 일자리 추경으로 3600억원을 편성해 자전거 수리사업, 도시 숲 조성, 생활형 자전거길 조성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 공공근로의 또 다른 연장일 뿐이며 정부가 돈이 없으니 공공근로 비용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충당한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정부가 세 차례 회의를 걸쳐 각종 대책을 내놓았으나 하나같이 엉성할 뿐 구태의연한 정책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인턴제가 시행되어 공공기관에서 6만60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대기업에서도 1만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임시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일자리 만드는 과학기술 투자가 필요

MB정부 수준의 고용정책으로는 실업자 신세를 변할 방법이 없다. 긴 안목으로 실질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개발이 시급하다.

한국의 산업기반이 기술집약산업 중심으로 편제된 조건에서 4대강 삽질에 돈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주변 경쟁국과 차별화되고 실질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과학기술에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연구 개발 분야의 취업유발계수가 10억원당 16명으로 제조업 9.2명, 전기·전자기기 6.5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 조사결과도 발표되었다.

국민들의 절박함을 가슴으로 느끼고 참신한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 보여주기식 구태의연한 정책을 반복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에 고통받는 국민들의 분노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진일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태그:#이명박, #고용정책, #국가고용전략회의, #서민정책,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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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연대노조 정책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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