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번엔 대박 한번 터지려나? 하고 기대해 봅니다.
▲ 이번에 또 산 로또 이번엔 대박 한번 터지려나? 하고 기대해 봅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저는 화투나 카드놀이 같이 노름과 연결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돈 따먹기 놀이를 하면 딴 사람은 기분 좋겠지만 잃은 사람은 기분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은 또 무지하게 좋아 하더군요. 어떤 사람은 그런 것을 실내 스포츠라며 건전하다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지난 2002년 12월, 로또복권이 한국에도 만들어져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문에 당시 복권으로 명성을 날리던 주택복권의 인기가 시들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반면 로또의 인기는 날로 상승하였고 지금은 로또복권이 일상화 된 듯보입니다.

저도 처음엔 로또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었습니다. 일확천금, 벼락부자 뭐 이런 문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실히 일해서 벌어먹고 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로또도 하나의 사행심 조장이라고 여겼습니다.

로또복권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흘러 나왔습니다. 어떤 분은 집 팔아 3천만 원어치 로또복권을 구입하였지만 건진 건 몇 백만 원 밖에 안 된다는 내용이라든지 로또 1등에 당첨되어 부부가 싸우고 갈라서 가정이 파괴되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좋은 내용보다는 로또로 인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내용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성실히 일해서 벌어먹고 살자'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 되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로또복권을 구입하자 1등 당첨금이 400억 원이나 되었습니다. 저도 은근히 기대를 걸고 만원어치 로또복권을 구입했었습니다. 로또복권이 2000원 할 때라서 5개를 구입했지만 결과는 모두 꽝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당첨 되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1등 당첨자 소식은 순식간에 전국에 퍼져나갔는데 들리는 소문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강원도 어느 경찰이 휴가를 냈는데 다음 날 그 경찰의 사표가 우편으로 배달되었다는 것입니다. 사표 내고 잠적한 그 경찰관은 얼마 후 서울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 집을 구해 들어갔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경찰관이 로또 400억 1등 당첨자라고 신문에 난 거죠. 그때 저는 성실이고 뭐고 그 경찰관 아저씨가 너무도 부러웠습니다.

"우리도 로또복권 한 번 사 볼까?"

아내도 로또복권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400억 원 당첨 사건이 나온 후 그렇게 말하더군요. 저도 아내에게 한 번 사보라 권했습니다. 아내는 어려서부터 숫자에 능통하니 조금씩 해보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심리가 발동했습니다. 아내는 그때부터 만원 내로 로또를 사기 시작 했습니다. 로또 전용 공책도 한 권 샀습니다. 아내는 꿈이 잘 맞는다며 꿈에 대한 연구도 시작 했습니다. 저보고 꿈 해몽 책도 한 권 사오라 했습니다. 사다주니 연구하는 학자나 된 듯이 꿈에 대해 공부하더군요.

"와, 3등 당첨 되었다."

어느 날 저녁 퇴근해 집에 가니 아내가 매우 기뻐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보여주는 로또복권을 보니 6개의 숫자 중 5개가 맞았더군요. 아내는 꿈의 내용과 로또 번호를 연구하여 조합하는 방식으로 로또를 구입하였습니다. 그러다 3등에 당첨된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200만원이 넘는 돈을 당첨금으로 받아 왔습니다. 속으로 저도 기분 좋더군요. 당첨금이 당시 제 월급의 두 배나 되었으니까요. 아내는 그 돈을 모자란 생활비에 보태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그 후 4등에 한 번 더 당첨되었습니다. 세금 공제하고 20여만 원 받아 왔더군요. 그리고는 지금까지 5등만 더러더러 당첨될 뿐 계속 꽝입니다. 그래도 아내는 1등 당첨의 미련을 못 버리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남편의 불안한 미래를 바꾸는 일은 로또 1등 당첨뿐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아내가 3등에 당첨된 후 아내 몰래 용돈 있으면 2000원어치 로또복권을 사두곤 합니다. 매번 1등과는 거리가 멀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이 누릴 수 있는 신분상승의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할까요? 그나마 로또복권에 희망이나 걸고 사는 게 낙이지요.

"자, 로또복권."

얼마 전 강화도 사시는 장인장모님이 내려 오셨습니다. 울산에 아들과 딸 넷이 살고 있어서 다니러 오신 것입니다. 장인어른은 울산에 내려 오셔서 아들 집과 딸 집을 일일이 방문 하면서 로또복권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것도 5000원짜리 한 장씩 해서요. 퇴근하고 온 저에게 아내는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버지가 강화도서 내려 올 때 돼지꿈을 꾸셨대요. 그래서 혹시나 로또복권 사면 1등 당첨 되려나 싶어 5000원짜리 다섯 장을 사서 집집마다 한 장씩 나누어 주었대요. 그 이야기 듣고 얼마나 웃었던지 눈물이 다 날 정도였어요."

장인어른은 울산에 내려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 다녔다고 합니다. 울산에서 자식들 다 키우셨지요. 지금은 나이가 드셔서 강화도에 사는 처형님 댁에서 함께 살고 계십니다. 자식들 모두 서민으로 고만고만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생하며 살아오신 장인어른은 아마도 고생하며 살고 있는 자식들이 안쓰러워 로또복권을 구입하여 자식들에게 선물로 주신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당첨된 자식이 하나도 없어서 조금은 서운해 하지 않으셨을까요?

로또 판매점 어디서나 볼수 있는 현수막입니다. 나에겐 복권 모두에겐 행복권 이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그래 2천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지 하고 또 삽니다. 그러나 언제나 꽝~입니다.
▲ 길거리 점포마다 내걸린 로또 현수막 로또 판매점 어디서나 볼수 있는 현수막입니다. 나에겐 복권 모두에겐 행복권 이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그래 2천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지 하고 또 삽니다. 그러나 언제나 꽝~입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로또 응모글



태그:#로또, #대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