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로또 당첨의 행운이 내게도 왔다. 로또가 생긴 이래 한주일도 거르지 않고 5천원에서 1만원씩 줄기차게 투자한 보람이 있다. 당첨금 22억3천만원을 어떻게 써야할까?

우선 3억원은 홀로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어머니께 드린 후 필요한 것을 마음대로 사실 수 있도록 하고 이웃에게 폼도 잡도록 해드려야겠다. 평생을 고생고생 하시다가 10년 전에 홀로 되시어 고희(古稀)가 넘도록 고향에서 쓸쓸히 여생을 보내고 계시는 어머니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지곤 했다. 이것이 도리가 아닌 줄은 알지만 이렇게나마 해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런 다음 그 동안 살아오면서 쌓인 빚을 정리해야겠다. 집장만하면서 얻은 빚 5천만원 중 상환하고 남은 3천만원에, 생활비 충당을 위해 마이너스대출로 야금야금 축냈던 은행 빚이 3천만원 정도 된다. 올해로 11년째가 되어 늘 말썽을 일으키는 차도 한 대 사야겠다. 3천만원이면 충분하겠지.

그러고 보니 집도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이곳 아파트로 이사해서 대학교 2학년이 된 지금껏 살고 있으니 꼬박 13년을 살아온 셈이다. 크게 불편한 것은 없으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조금은 비좁고 건물이 낡아 수리를 요하는 곳이 늘어난다. 저렴한 가격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지방에 사는 특권이다.

빚 정리하고 차와 집을 장만한다 해도 3억원이면 족하다. 그래도 아직 16억3천만이나 남았다. 동생들에게 2억원씩은 떼어줘야 할 것 같다. 맏이인 나 때문에 제대로 학업도 마치지 못하고 도회지의 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청춘을 보낸 동생들이다. 그런데도 이제까지 불평 한마디 없이 가정을 꾸려 나이를 먹으며 착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동생들에게 2억원씩 떼어준다 해도 아직 8억원이 내 수중에 있다.

그 중 3억원은 내 비밀창고에 묻어두고 나머지는 아내 몫이다. 아내가 그걸로 밥을 하든 죽을 쑤든 내 알 바 아니다. 나에게 시집와서 그동안 고생한 대가다.

로또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로또에 당첨된다 해도 내 생활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생활이 조금 풍요롭고 삶은 여유로워 질 것이다.

당첨금 22억3천만원은 1회부터 383회까지 로또를 발매하여 2,077명이 1등에 당첨되었는데 1인당 평균 당첨금이다. 우리 생에 로또 당첨의 행운이 찾아올지는 모르겠으나, 당첨되면 그 당첨금을 어떻게 활용해야겠다는 계획쯤은 준비해 둬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당첨의 충격과 흥분으로 인해 불행해 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복권위원회가 정한 기금사업의 목적과 필요에 의해 2002년에 로또가 국내에 처음 출시되었다. 로또는 지금껏 국민들에게 대박과 인생역전 등 사행적 이미지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로또에 담겨있는 진정한 의미는 대박, 인생역전이 아닌 행운과 즐거움, 그리고 나눔과 기부이다.

로또는 전체 판매액의 42%이상이 공익을 위한 복권기금으로 운영된다. 이 기금은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사업, 문화예술 진흥 및 문화유산 보존사업, 임대주택 건설,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지원사업 등에 쓰이며, 매년 약 1조원의 복권기금이 조성되어 사회 곳곳으로 환원되고 있다.

복권은 국민 개개인의 자그마한 희망을 사회의 큰 발전으로 환원시키며 흥미와 건전한 오락을 제공한다. 불건전한 도박에 유입되는 자금을 간접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나아가 국민정신건강에의 기여로 도박과 관련되는 범죄를 줄이는 파급효과도 가져다준다는 것이 복권위원회의 설명이다.

1주일에 1만원을 투자하여 사는 기대와 즐거움치고는 그 가치가 크다. 1만원을 투자하여 무엇이 이만큼 나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줄 것인가? 더욱이 그 절반은 공익사업에 쓰인다니 간접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1주일분의 희망과 즐거움을 얻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1만원을 투자하시라. 로또 당첨자들 대부분이 장기적으로 투자하여 얻은 행운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