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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아까시'(권해효씨 왼쪽)의 정치견해를 권해효씨를 비롯한 다른 참석자들이 유심히 듣고 있다. 커피당은 '친구, 동료, 지인들이 커피 한 잔하면서 정치적 견해를 나누는 모임'으로 올해 4월부터 한국에 도입되었다.
 참석자 '아까시'(권해효씨 왼쪽)의 정치견해를 권해효씨를 비롯한 다른 참석자들이 유심히 듣고 있다. 커피당은 '친구, 동료, 지인들이 커피 한 잔하면서 정치적 견해를 나누는 모임'으로 올해 4월부터 한국에 도입되었다.
ⓒ 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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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에서 보니 사람들이 커피 마시며 가볍고 즐겁게 (정치 이야기)하는 모임이라고 해서 왔어요."(닉네임 '한서정')

"군인 유권자들이 어떻게 하면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지 나누고 싶어요."(닉네임 '임태훈')

"수원에서 여성 문제와 관련한 '커피당'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어떻게 하는지 보러 왔어요"(닉네임 '아샤')

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인문학 서점 '이음' 안에서 그윽한 커피향과 함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퍼졌다. '권해효의 커피당'이라는 정치 수다 모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20여명의 참석자들의 이야기 소리였다. 다양한 연령대의 참석자들은 이곳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자기 소개와 함께 커피당에 참석하게 된 이유를 나누고 있었다. 

이날 파티 플래너를 자처한 영화배우 권해효씨는 자신의 닉네임을 '해요'라고 소개하며 "내 닉네임 앞에 '투표'란 말이 숨어있다, 오늘 '투표율을 높이는 20가지 방법'에 대해서 꼭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러자 커피파티 참석자들은 진지하게 자신의 정치 견해와 생각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 모임이 진지해졌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자유롭게 입 속에 과일과 김밥을 넣었고, 시종일관 웃음보를 터트렸다.

"'내 동생도 공짜 밥 먹을 수 있다'고 쉽게 말해야"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말하고 들으면서 즐겁게 웃고 있다. 커피당의 원칙 중 하나는 "늘 웃는 모습으로 말하고 들어주세요"로 이날 이야기 도중에 분위기가 심각해지면 파티 플래너인 영화배우 권해효씨가 "웃으면서 말해달라"며 환기하도 했다.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말하고 들으면서 즐겁게 웃고 있다. 커피당의 원칙 중 하나는 "늘 웃는 모습으로 말하고 들어주세요"로 이날 이야기 도중에 분위기가 심각해지면 파티 플래너인 영화배우 권해효씨가 "웃으면서 말해달라"며 환기하도 했다.
ⓒ 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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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은 하루 종일 학교에 있다가 일과가 끝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야기 외에 사회문제가 피부로 와닿지 않아요. 무상급식처럼 '내 동생도 공짜 밥 먹을 수 있다'고 쉽게 말해야 해요."(닉네임 '지훈')

"투표는 정치에 관심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정치에 대한 논의가 터부시돼 있고 서로 관심을 멀리두는 분위기 같아요. 정작 대학생들도 등록금 문제가 자신의 문제라는 걸 알지만, 내 투표가 직접적으로 등록금 인하로 연결된다는 (구체적인) 고리가 안 보이니까(문제예요)." (닉네임 '참')

"'보통 투표를 왜 하러가야돼?'라고 물으면 우리가 '우리가 민주주의를…'이러면서 대략적인 개념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말아요. 낮고 쉽게 설명하는 문화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지금 사는 동네를 좋아해서 예쁘게 잘 가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나 선거를 하려는 사람들이 이런 사소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요."(닉네임 '룽고')

커피당에 참석한 대다수의 참석자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대담론을 이야기하기 보다 피부에 와닿는 정치적 의제를 꺼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20대 참석자들은 오늘날 20대에게 정치적 이슈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그들은 젊은 유권자에게 낮은 자세로 쉽게 정치에 대해 설명하는 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권자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의사인 닉네임 '베스트힐러'는 " 국가의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국민은 반드시 다른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인인 국민이 잘 알지 못하면 공무원한테 끌려가게 된다"고 말했다.

권해효씨는 "우리 때는 투표 안 하면 사람 취급을 안 하는 분위기였다"면서 "투표를 안 한 적 있는데 아버지께서 그 사실을 알고서 '너 앞으로 다시는 떠들지 마라, 선거도 안 하고서~!'라고 호통치셨다"고 개인적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투표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이들 사이에 다리 놓아야죠"

이외에도 투표율이 높은 계층과 아닌 이들이 극명하게 나뉜다는 의견도 있었다. 누리꾼 '지훈'은 "보통은 투표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뭉쳐있고 안 하겠다는 사람도 그들끼리 뭉쳐있어 이들 사이를 이을  다리가 없다"면서 "아고라나 트위터에서는 투표를 꼭 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분위기이지만 그 외 사람들은 또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누리꾼 '아샤'는 "강남지역 사람들처럼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만 지키고 싶은 게 없는 사람들은 투표를 안 한다"면서 "투표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 (투표의 중요성을) 진심을 담아서, 감성적으로 전하는 방법도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그는 "그런 의미에서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정치이야기 할 수 있는 '커피당'과 같은 모임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연스럽게 모임의 의의를 전했다. 

뒤늦게 모임에 참석한 '투표함닷컴'은 투표참여계층이 나뉘어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투표가 전국적으로 유행이 되면 사실 포털 사이트들도 투표관련 정보를 제공하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며 "월드컵 때 할머니조차도 빨간 옷 입었듯이 모두 투표가 유행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해효 "커피당, 자발적 참여 속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권해효의 커피당' 참석자들이 6월 지방선거에 대한 자신의 정의를 담은 플래카드를 들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
▲ "투표를 권해요!"라고 외치는 참석자들 '권해효의 커피당' 참석자들이 6월 지방선거에 대한 자신의 정의를 담은 플래카드를 들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
ⓒ 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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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축제의 개념보다는 일상, 즉 당연히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축제는 즐길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생활은 언제나 누려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일상 속의 커피파티를 통해서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으면 해요."(닉네임 '베스트힐러')

"커피파티같은 모임이 지역 곳곳에서 이루어져서 그 사람들이 자기 지역에서 자기 이웃들에게 투표를 독려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닉네임 '한서정')

이날 모임은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인해 오후 9시가 훌쩍 넘은 후에야 끝났다. 커피 파티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6월 지방선거에 대한  밝힌 플래카드를 들고서 커피당 참석을 증명하기 위한 '인증샷'을 찍었고 서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뒤풀이를 하기도 했다. 

권해효씨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면서 "특히 20대 참여자들의 이야기는 40대인 나에게 신선해서 흥미로웠다"고 개인적인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앞으로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커피당'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속에서 전국적으로 유행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커피당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유쾌하고 즐겁게 정치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커피당'(Coffe Party Korea)은...

'커피당'은 '친구, 가족, 동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정치수다를 떠는 모임'으로 미국의 커피파티(Coffee Party USA) 운동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미국의 '커피파티'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사회운동가인 한인 2세 에너벨 박(41·박수현)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며 현재 40여개 주에서 390여개의 커피모임이 진행된 상태이다.(오마이뉴스 기사 참고) 한국내에서는 6월2일 지방선거를 위해 340여 시민단체가 모인 '2010 유권자 희망연대'를 통해서 '커피당'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 커피당 모임 진행은 어떻게 할까요? (출처: 다음카페 '커피당' 매뉴얼게시판)
스텝 1. 친구나 가족, 동료들에게 "커피나 한잔 하자!"고 전화합니다.
스텝 2. 커피당 카페(<파티플래너 신청하기> 게시판이나 <지역별> 게시판)에 모임을 공지하고 진행자 메뉴얼을 훑어봅니다.
스텝 3. 매뉴얼을 참조하여 모임을 진행합니다.
스텝 4. 모임이 끝나면, 사인판을 만들고 인증샷을 찍어 커피당 카페에 올립니다.

* 커피파티 시작하기(진행 방법)
- 인사하기 (30분)
① 이름 말하기, 왜 왔는지 말하기 (지인들끼리 모인 경우에는 생략합니다 ^^)
② 커피파티를 모은 이유, 커피파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지 말하기

 - 이야기 나누기 (1시간)
① 함께 나눌 이야기 주제 찾기 : 각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종이에 적어서 발표하기 --> 가장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주제로 정하기
② 주제에 대해 편하게 즐겁게 이야기 나누기
③ 사인물 만들기
④ 인증 사진 찍기

 - 모임 마무리 (20분)
① 참여자 정보(연락처 등) 공유하기
② 다음 모임을 할 경우 : 다음 모임 계획하기

커피당 카페에 인증샷과 모임 후기 올리기


* 커피파티 플래너를 위한 10가지 Tips

① 늘 웃는 모습으로 말하고 들어주세요~
② 모든 참여자를 존중해주세요. 나이나 성별로 차별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마세요~
③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④ 함께 정한 주제에 집중해주세요~
⑤ 나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논쟁은 가급적 하지 말아주세요~
⑥ 소극적이지 않아야 하지만, 지나치게 나서지도 말아야 해요~
⑦ 토론에서 방해가 되는 사람은 진행자가 최대한 존중하며 파티에서 떠날 것을 공지해주세요~
⑧ 한 사람의 발언시간은 5분을 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⑨ 부적절한 재정을 권유하면 안되요~
⑩ 다음에 또 만나고 싶도록 커피파티는 무조건 즐겁고 유쾌해야 되요~


태그:#커피당, #권해효, #커피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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