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 "그런데 저희들 입장에서는 마찬가지로 그분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고..." 박기준 : "제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당신한테 경고했을 거야. 그러니까 삥끗해서 쓸데없는 게 나가면 물론 내가 형사적인 조치도 할 것이고 그 다음에 민사적으로도 다 조치가 될 거에요." 최승호 : "경고만 하시니까 제가 좀 그러네요." 박기준 : "그리고 내가 당신한테 답변할 이유가 뭐있어? 당신이 뭔데?" 최승호 : "아니 그러면 제가 무슨 근거로..." 박기준 : "아니 네가 뭔데?" 4월 20일 'PD수첩'은 '제7검사'의 내부 고발을 소재로 한 '검사와 스폰서' 편을 다루었다. 박기준 부산지검장은 취재를 한 최승호 PD에게 '당신이 뭔데?'라고 했다. 최승호 PD는 PD이며 'PD수첩'의 PD다.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다룰 수 없었던 소재를 최승호 PD였기에, 'PD수첩'이었기에 다룰 수 있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다. 고발자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 전부였다.
흥분할 이유가 없는 찌질찌질한 소재였다. '검사(권력)와 스폰서'는 주변 일상에서 쉽사리 발견된다. 스폰서는 오늘날 비이성적 사회 구조를 지탱해내는 권력자들이 암묵적 동의를 통해 만들어낸 산물이다.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며 부정과 부패의 틈새를 헤집어 사실에 관한 진실을 알려내는 공영방송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 없는 소재이다. 저널리즘 기능이 살아있는 공영방송인 한 다루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PD수첩'은 살아있는 공영방송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MBC 방송장악의 노림수는 'PD수첩'을 없애는 일이었다. 뉴라이트 방문진 이사회를 구성하고 질 나쁜 김우룡 이사장을 투입하여 엄기영 사장을 몰아낸 자리에 김재철 사장을 내려앉혔다. 단 하나의 목표가 'PD수첩'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을 용인하면서까지 'PD수첩'을 지키고자 하였고, 'PD수첩'을 뿌리뽑기 위해 김재철-황희만 체제를 구축하려 하자마자 주저없이 총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총파업 투쟁은 방송장악을 저지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김환균 PD는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가능케 하는 자유다"라는 명언을 남겼고, 최승호 PD는 스폰서를 폭로하는 언론 자유의 뚝심을 보여주었다.
검사의 부패를 폭로할 수 있다는 것은 정치권의 권력 스캔들과 자본의 부정을 들춰낼 수 있음을 의미하며, 검사의 '당신이 뭔데'라는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회유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언제든지 '광우병 쇠고기' 편을 만들 수 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언제든지 '황우석 편'을 만들 수 있고, 권언정격 유착을 폭로하기 위해 언제든지 'X파일' 편을 만들 수 있음을 뜻한다.
관제방송으로 전락한 KBS와 돈벌이에 몰두하는 SBS, 방송의 사회적 책무가 황망하게 느껴지는 오늘, '검사와 스폰서'는 MBC를, MBC 'PD수첩'을 지키기 위한 MBC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당신이 뭔데? 최승호 PD는 'PD수첩'의 PD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