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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후보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를 끝까지 성원해주신 당원 동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의 선택이 민주당을 위한 행운의 축배가 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저 한 사람이 독배를 마셨습니다. 고맙습니다."

 

6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승리자로 호명된 뒤 연단에 선 이계안 후보는 잠시 말문을 열지 못했다. 안주머니에서 꺼낸 원고를 꺼내보다 "길게 써온 것을 읽을 기회가 없을 것 같다"며 그는 이와 같이 짧게 소감을 밝혔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맞붙었던 지난 2006년 서울시장 경선에 이어 두 번째로 든 고배였다. 그러나 그가 100% 국민여론조사 방식의 경선룰을 받아들였을 때부터 예견된 결론이었다. 이 후보는 TV 토론 반영 및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 등 경선 방식 변경을 당 지도부에 계속 촉구하다 수용되지 않자, 지난 3일 "독배를 드는 심정으로 경선에 참여하겠다"면서 지금의 경선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고배의 징후는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경선 대회에서 한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경선 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 전 총리의 후보 확정을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벽에 내걸었다가 당의 제지를 받고 떼는 등의 모습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후보로서는 쉽게 웃음을 띄며 앉아 있기 힘든 자리였다.

 

두 번째 고배 마신 이계안, "저의 꿈과 도전 끝나지 않았다"

 

당 지도부와 한 전 총리는 경선 완주라는 결단을 내린 그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정세균 대표는 "특별히 이계안 후보는 지난 1년 동안 서울 구석구석을 발로 다 답사하면서 정책을 개발해, 언론인으로부터 '콘텐츠의 이계안', '내용 있는 이계안'이라는 평가를 받은 자랑스러운 후보"라며 "경선방식과 관련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런저런 내용이 있었음에도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경선을 완주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의) 당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결국 빛을 볼 것"이라며 "당 대표로서 1년 동안 애써주신 노고와 완주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경선 결과 발표 이후 이 후보의 손을 맞잡고 위로했다. 한 전 총리는 또 후보 수락연설에서 "특히 이계안 후보님께 감사드린다"며 "제 마음 한가운데 있는 진실을 갖고, 이계안 후보에게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거듭 표현했다.

 

경선 사회를 맡은 우상호 대변인은 "아름다운 경선이 되도록 한 이계안"이라고 그를 칭했다. 경선룰에 반발, 불참 의사를 밝혔던 경기·전남·전북 예비후보와 달리, 경선 완주를 택하면서 파행을 거듭하던 민주당의 6.2 지방선거 경선을 '구원'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 후보는 이날 경선 직후 "민주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마지막 뉴스레터를 내보냈다.

 

그는 "제가 약속했던 것처럼 저는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결과를 받아들인다"며 "이제 6.2 지방선거의 승리를 향해 나아갈 때이다, 가슴 밑바닥에서 타오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열정을 모아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6.2 지방선거의 승리를 향해 당당히 나아가자"고 말했다.

 

또 이 후보는 "합계출산율이 0.96인 서울을 2.1 서울로 바꾸기 위한 저의 꿈은 끝나지 않았고, 반칙과 특권이 사라지고 원칙과 정의가 살아 있는 정당으로 우리 민주당을 혁신하기 위한 저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며 향후 행보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태그:#이계안, #한명숙, #지방선거,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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