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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당선자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당선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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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혁명지'의 주인공, 인천 남동구청장 배진교(41·민주노동당) 당선자와 동구청장 조택상(51·민주노동당) 당선자는 '잡초'를 연상시켰다.

난초와 같은 유려한 멋은 없지만 친숙함이 있었고 강인한 의지와 생명력이 돋보였다.

"진보정당의 무덤(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이었던 수도권에 교두보를 마련한 이들다웠다. 이들의 이러한 일면은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서강대 학생 30여 명과 함께 한 '열린 인터뷰'(사회 오연호 대표)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대 86학번으로 민주화 운동을 했고 4학년 때 교도소를 가게 됐다. 1년 간 복역을 마치고 돌아와 노동현장에서 잠깐 일을 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 프레스공으로 일했는데 그 때 새끼손가락이 잘렸다." -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당선자

"1983년부터 현대제철에서 밑바닥 노동자 생활을 해왔다. 막 결혼했을 때 아내에게 탄광 노동자의 속옷보다 더 새까맣게 변한 속옷을 보여주기 싫어 찢어서 버리기도 했다. 매일 같이 속옷을 찢을 순 없어 아내 몰래 세탁기에 속옷을 넣기도 했다. 결국 아내에게 속옷이 발각됐다. 그 때 집사람이 한없이 우는 모습을 보고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 당선자

'새끼손가락이 없는 구청장', '속옷을 찢어버려야 했던 구청장'. 분명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었던 정치인이다. 

"현장에서 잘린 새끼손가락 1만 개의 삶, 벗어날 수 없었다"

▲ 수도권 첫 진보구청장 배진교·조택상 열린인터뷰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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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과 '속옷'은 두 당선자가 현재 걷고 있는 삶의 길을 결정한 계기이기도 했다.

배 당선자는 손가락 절단 사건을 87년 6월 민주화 항쟁 경험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결정한 계기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노동 현장에선 새끼손가락이 1만 개 이상이 잘려나간다"며 "그런 아픔을 겪으면서 서민·노동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몸소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 분들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당선자는 '속옷' 때문에 투신한 노동 운동의 길목에서 만난 구청장의 태도 때문에 선거에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노조 활동 당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요구해 복지관 건설 등을 하기로 노사 합의가 됐는데 시장·구청장과의 협의과정에서 불발됐다. 당시 구청장이 하도 답답한 얘기를 해 면전에 대고 '구청장 그만 하라'고 말했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 구청장이 '그럼 누가 하냐'고 따졌다. 대뜸 '제가 하겠다'고 했다. 그게 결정적 계기가 된 것 같다."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 당선자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 당선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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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당선자는 이어, 자신을 '못생긴 나무'라고 표현했다. 집안 사정으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가방끈이 짧은 자신을 낮춘 말이었다. 그러나 그는 "못생긴 나무가 아름다운 산천을 지키는 거지 잘생긴 나무 하나가 산천을 지키는 게 아니란 생각을 새기며 도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당선 가능성이 낮은 선택이었기에 주변의 반대도 있었다. 지난 2004년 총선 출마 이래 국회의원 3번, 구청장 2번의 도전 끝에 당선의 감격을 맛본 배 당선자는 "가족에게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는 말을 들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아내의 강한 반대로 출마선언 후 한 달 동안 홀로 명함을 돌려야 했던 조 당선자는 "아내와 친지, 친구들이 반대할 때도 저는 당선의 기쁨보단 노동운동과 당원으로서의 기여를 생각했다, '이것이 제 활동의 마무리'란 생각으로 출마했다"며 "아내는 승리가 확정됐을 때 '대단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MB정부 극복해야 진보정당의 존재가치 있어"

두 당선자 모두 "'야권연대'를 밑거름으로 한 승리가 아니냐"는 지적엔 동의하는 한편, "일하는 사람들을 향해 칼을 들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극복하지 않는 한 진보정당의 존재가치는 없다"고 '연대·연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배 당선자는 "범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됐을 때 저를 아는 분들이 하늘이 준 기회라고 했다"며 "후보가 아무리 잘나도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 지지자들과 함께 어우러져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범야권 단일화를 만들어 준 장본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라면서 "'4전 5기'로 당선된 내 그동안의 준비와 지역 활동이 밑받침 돼 있지 않았다면 단일후보가 되지도, 승리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당선자는 이어, '독자노선'을 택한 진보신당과 달리 민노당이 '연합 정치'를 택한 명분에 대해서도 "진보정당이 국민에게 완전히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우리것을 다 버리는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보신당의 선택에 대해선 "더 큰 진보정당의 출발을 모색하기 위해선 진보신당 역시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등이 많이 당선돼야 하는데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다"며 "후보들의 정치적 판단이 (독자노선 선택에서)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그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조 당선자도 "MB정부가 야권연대를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해준 것"이라며 "민주당, 민노당 등 각 야당이 독자노선을 걷다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모든 것을 다 버리더라도 연대해야 한다는 적극성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미 인천지역에선 민노당-진보신당 간 기초의원 출마 지역 조정이 다 이뤄진 상태였는데 중앙 협의가 무산되면서 문제가 생겼다"면서 짙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화합·소통 강조한 진보구청장, "4년 동안 함께 해달라"

인천의 배진교 남동구청장 당선자와 조택상 동구청장 당선자가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의 배진교 남동구청장 당선자와 조택상 동구청장 당선자가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인터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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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두 당선자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역일꾼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여러 번 약속했다.

조 당선자는 '전문성 부재', '노동운동가 출신 구청장' 등 주변의 우려에 대해서 "매출 11조 원이 넘는 기업의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행정적인 데 있어서 전문성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한 쪽으로 편승된 정책을 펴려고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다, 구민들의 뜻에 호흡을 맞춰서 원만하게 구정을 이끄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모르는데도 아는 척해 구정을 망치지 않겠다"며 기존 구청 공무원과의 화합을 통해 구정을 이끌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주요하게 내걸었던 저소득층 소액대출을 위한 '희망은행' 공약에 대해서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가 되고, 빈집·쪽방촌이 많은 동구에서 100~150만 원의 소액대출사업은 구민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역 기업과 협의해 30~50억 원 정도의 자본을 유치해 운영할 계획이고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배 당선자는 '소통'을 중요시했다. 그는 "과거 정치가 훌륭한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철학·사상을 관철시키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며 "소통을 통해 만든 정책적 대안을 잘 집행하도록 하겠다, 4년 동안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배 당선자는 '민노당 출신 구청장 당선'에 불안감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진 남동공단의 경영인들을 향해서도 "그 분들과 저와의 공통 목표가 있다"며 "조만간 그 분들과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구의원·시의원·국회의원은 비판하고 견제하는 자리이지만 단체장은 정책이 잘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자리"라며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구민들의 선택이 각각 다를 순 있지만 그렇다고 구민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남동구민"이라고 강조했다.

서강대 학생들이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배진교 남동구청장 당선자와 조택상 동구청장 당선자 열린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다.
 서강대 학생들이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배진교 남동구청장 당선자와 조택상 동구청장 당선자 열린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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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6.2 지방선거, #배진교, #조택상, #인천, #진보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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