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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비가 멈추고 화창한 햇살이 내리쬡니다. 우리 역시도 내리쬐는 태양에 발맞추어 길을 나섰습니다. 며칠을 쉬고 걷는 통에 발이 약간 아프기도 했지만 걸음이라는 것이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힘들지만은 않았습니다.

오늘(18일)은 나주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습니다. 그 걸음을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14일차 도보일정>

05시30분 기상. 06시 아침식사. 07시 도보시작. 12시 30분 나주 시내 도착. 점심식사 후 15시 까지 휴식. 휴식 후 17시까지 도보. 17시 30분 저녁식사. 18시 30분 취침 장소 결정후 도보 종료.

총 도보시간 8시간. 총 이동거리 약 32km

코 끝을 찌르는 홍어냄새..."야야! 코막어!"

나주에 들어서면서 우리가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은 '배' 였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는 먹지 못하였습니다. 대신 우리는 유명한 홍어 거리를 찾아 그곳에서 홍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4명 중에 홍어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자취생 한명 뿐. 차드는 어린시절 홍어를 먹고 기절할 뻔한 기억이 있기에 먹지 못하고 야생마와 삐삐는 코를 '톡' 쏘는 그 냄새 때문에 먹지 못합니다.

홍어거리를 가기 직전 건너는 영산포 다리에서부터 우리는 삭힌 홍어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차드는 코를 막은 상태로 다리를 건넜지요.

다리를 건너자마자 역시나 코를 뚫리게 하는 삭힌 홍어의 냄새가 전해져 옵니다.

나주시 영산포에 위치한 홍어 거리 입니다.
 나주시 영산포에 위치한 홍어 거리 입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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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번도 제대로 홍어를 보지 못했기에 한 가게에 들어가 홍어에 대해서 물어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도 주인 어머님께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홍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산 홍어와 칠레산 홍어, 그리고 삭힌 날짜, 암컷, 수컷 등의 차이로 인해 홍어의 맛이 결정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홍어의 값이 그리 비싼지도 처음 알았지요.

국산 홍어의 모습. 국산 홍어는 약 25일 가량 숙성되었을 때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국산 홍어의 모습. 국산 홍어는 약 25일 가량 숙성되었을 때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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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삭힌 홍어에서 나오는 그 알싸한 냄새는 여전히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주인 어머님께서도 "먹어보지 않으면 이 냄새를 참기 힘들다"고 말씀하십니다. 다들 겁이나 홍어를 먹어 보지는 못했지만, 홍어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학생들 힘들것네. 밥은 먹었소?"

오후 5시가 넘어서 우리는 취침할 곳을 찾기로 하였습니다. 마침 정자에 할머님들이 앉아 계셔서 마을회관 위치를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할머님들께서는 "허미 걸어서 가는겨? 겁나 힘들겄구만. 우선 앉아서 좀 쉬어"라며 우리를 맞아 주십니다. 더 이상 도보가 힘들것 같았던 우리들도 편안히 자리에 앉아 할머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중함과 따듯함을 알려주신 할머님들. 감사합니다.
 소중함과 따듯함을 알려주신 할머님들. 감사합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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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찰나 한 할머니께서 "밥은 먹었소?"라고 우리들에게 물으십니다. 저녁먹을 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배가 고팠던 우리는 "안 먹었어요 밥 주세요~" 라며 앙탈을 부렸습니다.

그러자 한 할머니께서 "기다려, 내 묵은지랑 해서 좀 갔다 줄랑게"라고 하시며 집으로 밥을 가지러 가십니다. 이어 다른 할머니께서도 "집에 고추랑 좀 있응게 나도 좀 갔다 줄게" 하시며 집으로 향하십니다.

잠시 앉았던 우리들은 얼떨결에 할머님들이 챙겨주신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전라도에 들어서면서부터 느꼈던 정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두 그릇이 넘는 양의 밥을 다들 게눈 감추듯 해치웠습니다.

할머님들께서 가져다 주신 저녁. 우리는 여행중 가장 맛있고 따듯한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할머님들께서 가져다 주신 저녁. 우리는 여행중 가장 맛있고 따듯한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 송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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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더 따듯하게 느껴지는 남도의 정. 분명 우리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오랜만의 걸음에 아픈 발에 대한 생각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하루를 걸음, 그리고 그 안에서 느끼는 많은 것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소중함과 따듯함이 가득했던 우리들의 하루. 오늘 하루 여러분들은 어떠셨나요?


태그:#도보여행, #청춘불패, #자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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