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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大學)'

아마도 큰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대학(大學)이라고 칭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요즘 대학을 보면 과연 큰 가르침이란 것이 그곳에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회사 맞춤형 휴머노이드를 대량으로 양산해내는 공장이 대학의 진짜 모습인 듯하다.

요즘 상황을 보면 소위 대학이라고 불리는 그 곳에서는 인간과 삶, 그리고 우리 공동체의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의 부스러기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학점과 스펙의 족쇄에 묶여 자신의 상품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몸부림들만이 처절하다. 큰 가르침을 찾기 위해 간 그곳에 큰 가르침이 없다면 어찌 해야 할까? <청춘대학>의 저자 이인씨가 3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것은 우리 시대의 대학에서는 얻을 수 없는 '큰 가르침'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이인씨가 쓴 <청춘대학> 표지
 이인씨가 쓴 <청춘대학> 표지
ⓒ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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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그리웠습니다. 휘청대는 젊음에게 토닥여주면서도 이따금 매섭게 호통도 쳐주시는 선생님. 어깨동무를 하면서 같이 콧노래를 부르지만 어디로 갈지 헤맬 때는 저 멀리서 이리로 오라고 손짓을 해주시는 선생님. 그런 분이 있었다면 지금 맞고 있는 폭풍우 속에서도 내동댕이쳐지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존경할 만한 분보다는 저렇게 되진 말아야지 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지라 '참선생님'이 간절했습니다."
- <청춘대학> 중에서 -

이인씨는 본명보다는 '꺄르르'라는 필명의 파워블로거로 잘 알려져 있다. 방문객이 천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그의 블로그에는 매일매일 '큰 가르침'을 좇아온 이인씨의 구도자적 발자국으로 가득하다. 그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만난 300여명의 사람들 중에 그에게 '큰 가르침'이 되었던 열일곱 분 참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따로 엮어낸 것이 바로 <청춘대학>이다.

철학자 강신주, 수유+너머의 고미숙과 고병권, 방송인 김미화, 경제학자 우석훈, 역사학자 한홍구, 언론인 홍세화, 사회학자 한완상 등 참선생님들과 만나면서 이인씨는 대학시절 학점과 스펙만을 추구하던 시절에는 얻을 수 없었던 '큰 가르침'을 얻어나간다. 독서방법, 인문학 정신, 생활 속의 철학, 인터넷 문화와 파시즘, 다중지성, 고전 읽기, 행복한 삶 등 다채로운 주제를 넘나드는 대화만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라, 각 대화가 끝나고 이인씨가 자신의 내면에 일어난 변화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글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인씨 자신이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청춘대학>을 읽으며 저자 이인씨가 자신이 만나온 사람들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철학자 강신주와의 만남 후 앎은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이끄는 길이라고 고백하는 모습에서, 수유+너머의 고미숙을 만난 후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모습에서, 경제학자 우석훈을 만나 그의 '명랑좌파' 기운을 받아 안는 모습에서 이인씨는 그가 만난 사람들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대학(大學)이 아닌가! 꼭 멋드러진 캠퍼스가 있어야, 짜인 강의 시간표가 있어야, 학사모를 쓰고 졸업장을 받아야 대학이 아니다. 큰 가르침이 있는 바로 그 곳이 대학이다. 자신만의 대학을 찾은 이인씨는 자신이 꿈을 발견했노라고 고백한다.

"이제는 다행히도,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습니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시인이 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사랑을 노래하고 신나게 춤추며 아름다운 사람들과 도란도란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풍악을 울리며 재미있게 살기엔 세상 곳곳에 아직 눈물이 넘쳐납니다. 누군가가 흐느끼고 있는데 옆에서 '꺄르르' 하는 건 예의가 아니죠. 그래서 모두 함께 꺄르르 웃을 수 있을 때를 꿈꾸며 지금은 조금은 날이 선 글을 세상에 던지고 있습니다. 사회의 그늘을 조금이라도 밝히고 싶거든요. 언젠가는 사랑의 노래를 쓸 테지만 이에 앞서 사랑할 수 있을 만한 사회를 꿈꾸며 땀 흘리는 것, 이것이 제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 <청춘대학> 중에서 -

이 책 <청춘대학>에는 한 젊은이가 참선생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나가는 '큰 가르침'의 길이 펼쳐져 있다. 인생의 길을 찾는 청춘에게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청춘대학 - 대한민국 청춘, 무엇을 할 것인가?

이인 지음, 동녘(2010)


태그:#청춘대학, #이인, #꺄르르,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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