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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성꼬와 진꼬. 우리집에 와서 산 지 여러 해. 진꼬와 성꼬를 처음 모시고 왔을 때 나는 닭의 자연수명을 다하고 우리나라 최고령 닭이 되라는 축원을 했다. 이런 축원을 뒤로하고 며칠 전 진꼬와 성꼬는 유명을 달리했다. 자살한 것이다. 여전히 많은 의혹이 남아 있지만 일단, 자살로 단정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일주일 동안 동학수련을 떠났다가 집에 왔을 때 대신 어머니를 돌보고 계시던 형님이 저녁 밥상을 물리고 심상치 않은 얼굴로 내 앞에 앉았다.

"참 이상한 일이 있었다."

이렇게 입을 뗀 형님이 들려주는 진꼬와 성꼬의 사망사건 이야기는 이렇다. 내가 없는 동안 누님과 여동생, 매형과 매제까지 와서 이틀을 같이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내가 돌아오기 사흘 전.

뒷밭 뒤에 있는 방사형 닭장 위쪽에서 돗자리를 깔고 어머니까지 모시고 가서 부침개를 부치며 막걸리도 마시고 계곡물에 목욕도 하며 놀았다고 한다. 이때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진꼬와 성꼬를 보고 한마디 했다고 한다.

"저 닭들을 잡아먹자."
"희식이는 안 잡아 먹으니까 우리가 잡아먹자."
"야생 닭이라 맛있겠다."

닭장을 내려다 보며 취기를 빌려 한 말이긴 해도 살생의 난도질을 거침없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보다 먹이도 더 주며 다음날 잡아 먹기 위한 모의를 완성하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다음날.
닭 장에 갔더니 두마리 다 죽어 있더라는 것이다. 오전 10시 무렵. 고추밭에 세번째 줄매기를 하고 닭장에 갔더니 두 마리가 통 안에서 죽어 있는데 손을 대 보니 체온이 따뜻한 게 바로 직전에 죽은 것 같았다고 한다.

닭장에는 외부에서 야생동물이 침입한 흔적도 전혀 없고 닭 몸에도 닭털 하나 손상된 게 없더라는 것이다. 이 닭장은 비록 뒷밭 뒤쪽에 지었지만 외부 야생동물이 여러 달 동안 단 한번도 침입한 적이 없고 침입도 불가능하다. 아주 잘 만들어진, 족구장 크기 만한 넓고 쾌적한 닭장이었다.

너구리나 산돼지가 왔더라도 한밤중에 왔을 터이니 체온이 따뜻할 리 만무하다. 더구나 방사형 닭장이라 진꼬와 성꼬는 건강하기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땅 속 벌레와 풀씨, 잡초 등을 먹고 사는 진꼬와 성꼬는 몸도 날쌔고 한번 날았다 하면 5-6미터를 날아 가기도 한다.

형님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이 모골이 송연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 끝내 두 마리 닭을 다 묻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주인님인 나를 못 뵈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진꼬와 성꼬는 우리 형제들에게 살생의 악업을 짓지 못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나 싶다. 물론 추정일 뿐이다.

까뭉이와 바람이가 이들이 묻힌 곳을 가끔 배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래 영상은 진꼬와 성꼬, 까뭉이와 바람이가 한 때 다정했던 모습이다.

▲ 까뭉이와 성꼬의 힘 겨루기 우리집 고양이 두 마리. 까뭉이와 바람이. 우리집 꼬꼬닭 두 마리. 성꼬와 진꼬. 그들의 아웅다웅 이야기다.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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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 <바람이 꽃이되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양이,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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