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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 명품육교가 등장했다. 몸값도 적지 않다. 68억 원. 천안 최초 원형육교이다. 승강기도 4대나 갖춰졌다. 밤이면 LED조명으로 세련된 외양을 자랑한다. 천안시는 새로운 랜드마크라며 치켜세우지만 명품육교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명품육교에 가린 또 다른 육교들 때문이다.

68억짜리 불당원형육교 완공... 작년엔 30억짜리 천안삼거리교 

68억원을 들여 완공한 불당원형육교 모습.
 68억원을 들여 완공한 불당원형육교 모습.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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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불당동 월봉중학교 인근 불당대로 사거리. 지난 8일 오후 7시 이곳에서는 '불당원형육교' 준공식이 열렸다. 작년 7월 착공한 불당원형육교는 총 길이 206m, 폭 4m의 사장교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육교 상단은 사거리를 모두 연결하는 원형으로 제작됐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천안의 정체성과 미래상을 상징하는 이미지 주탑도 네 개 세워졌다. 주탑 상부와 케이블, 육교 하단부, 난간 등에는 LED조명이 설치되어 야간에는 색다른 경관을 연출한다.

당초 계단과 경사로만 설계됐다가 장애인단체 반발로 계단은 사라지고 승강기가 4대 설치됐다. 불당원형육교 완공에 들어간 돈은 68억 원.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30억 원, 천안시가 38억 원을 부담했다.

천안에 경관까지 가미한 수십억 원 명품 육교의 등장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8월엔 '천안삼거리교'가 만들어졌다.

삼거리공원과 천안박물관을 잇는 국도 1호상의 천안삼거리교는 지역 명소화 전략 아래 경관보도육교로 세워졌다. 경관조명시설을 구비한 길이 54.6m, 폭 4.5m의 천안삼거리교 완공에는 30억 원이 사용됐다. 승강기는 없지만 경사로가 완만해 노인이나 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육교 이용 시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지난해와 올해 수십억 원이 투입되어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는 명품 육교가 잇따라 선보였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낡은 육교들도 천안에는 수두룩하다.

낡은 육교, 돈 없어 편의시설 설치 못해

만들어진 지 18년 된 유량육교 모습.
 만들어진 지 18년 된 유량육교 모습.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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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현재 천안에 소재한 육교는 최근 건립한 불당원형육교까지 포함해 총 19개소. 1970년대에 세워진 육교 2개소는 어느덧 30여 년이 훌쩍 넘었다. 1개소는 1982년 신축됐다. 1990년대 초반에 세워진 육교도 7개소에 달한다. 15년 이상 경과한 낡은 육교가 절반을 넘는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여러 해 동안 비바람과 자동차 매연 등 악조건에 노출되며 자리를 지켜온 육교들은 겉모습부터 다르다. 육교 곳곳이 부식되고 계단은 낡아 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낡은 육교는 경관도 저해하지만 더 큰 문제는 편의시설 부재. 편의증진보장법 제정으로 편의시설 설치가 강제된 1997년 이전에 만들어진 육교들엔 경사로나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 계단만 있을 뿐이다. 천안의 19개 육교 가운데 편의시설을 갖춘 육교는 7개소에 불과하다. 이들 중에는 승강기 없이 경사로만 설치됐지만 기울기가 급격해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육교들도 있다.

천안시 서북구청은 편의시설이 없고 만든 지 오래된 낡은 육교 2개소에 올해 승강기 설치 사업을 구상했다. 2010년도 천안시 본예산에 사업비 6억 원 편성을 요구했지만 시 예산부서 심의에서 제외됐다. 내년도 본예산에 다시 요청한다는 방침이지만 반영 여부는 불투명하다. 동남구청은 육교 도색경비가 없어 낡은 육교 도색 사업을 내년으로 미뤘다.

김우수 천안YMCA 시민사업팀장은 "보행약자와 교통약자들의 이동편의를 위한 기존 육교 재정비는 도외시한 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경관육교만 신축하는 것은 지자체의 대표적인 예산낭비 행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8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안시, #육교, #불당원형육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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