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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이야기] 며칠 전 부터 앞니가 거무스름해 보여서 치과를 찾았다. 간단하게 앞니 치료를 마쳤지만 그 이 하나만 치료해서는 타산이 맞지 않았는지 치과의사는 치석이 많다며 스켈링을 권했다.스켈링의 비용은 6만 원. 보험이 안 되냐고 물었더니 나는 잇몸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보험이 안 된다는 의사의 대답. 비싸기도 하고 정황이 약간 미심쩍기도 했지만 스켈링 받은 지도 오래되고 해서 받기로 했다.

그렇게 스켈링을 받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스켈링을 의사가 아니라 위생사가 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위생사가 했기 때문에 더 아프게 했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시대에 스켈링이 보험이 안 된다는 사실 역시 얼른 믿기가 어려웠다. 답답한 심정에 지인 몇에게 연락을 해 보니 역시나 스켈링은 보험 가격으로 진료받았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불쾌하긴 해도 그냥 넘어가려고 마음먹었지만 스켈링을 받은 이후로 오히려 이가 더 시리고 잇몸이 이전 보다 더 내려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냥 참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치과의사가 아닌 위생사가 했기 때문에 잇몸 상태가 전보다 더 나빠졌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스켈링을 받으면 이와 잇몸이 망가진다?

현직 치과의사로서 환자에게 스켈링을 권유하는 것은 무척 조심스럽고도 어려운 일이다. 자칫 '끼워팔기'의 상술로 비칠 수 있는데다 장기적인 예방 차원에서는 꼭 필요한 치료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불편감을 가중시킬 수 있는 술식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이유로 스켈링과 관련해 세간에 잘못 알려진 오해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스켈링 이전(위)과 스켈링 1주일 후(아래)의 비교
치석이 제거된 후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잇몸색도 건강해졌다.
하지만 가라앉은 잇몸 때문에 치아가 더 많이 시리거나
이 사이에 구멍이 느껴지기도 한다.
 스켈링 이전(위)과 스켈링 1주일 후(아래)의 비교 치석이 제거된 후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잇몸색도 건강해졌다. 하지만 가라앉은 잇몸 때문에 치아가 더 많이 시리거나 이 사이에 구멍이 느껴지기도 한다.
ⓒ dentphoto.com 민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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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링을 받고 난 환자들이 치과의사에게 하는 항의에는 '이가 깨졌다.', '이가 더 시려졌다', '잇몸이 더 내려갔다', '이에 구멍이 났다' 등이 있다. 환자마다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위의 4가지 설명은 같은 증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진에 보이 듯 사람의 치아는 씹는 쪽이 넓고 뿌리 쪽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치은이 퇴축되는 과정에서 치아의 뿌리가 드러나면 구멍이 생긴 것 처럼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스켈링을 받지 않은 환자의 잇몸은 치석때문에 부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은 상태의 잇몸은 정상적인 잇몸 보다 치아의 뿌리를 잘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는 구멍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린 증상도 적었지만 스켈링에 의해 부종이 없어지고 정상 잇몸이 된 다음에는 본래의 퇴축된 위치로 치은이 돌아가기 때문에 구멍이 느껴지거나 시린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이 밖에 치아 사이의 구멍을 치석이 막고 있다가 제거됐기 때문에 스켈링 이후에 구멍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 스켈링 도중에 치아가 파절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이 경우 해당 치아는 사전에 미리 눈에 보이지 않는 금이 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스케일러로는 치아를 파절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자동 세차 받은 후에 자동차 표면에 생기는 잔금 정도가 고작이다.

스켈링을 안 받고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치과의사들 역시 환자에게는 스켈링을 권하면서도 막상 본인들은 스켈링 받는 것을 기피하려 하고 있다. 차라리 마취를 한다면 잠시 아프고 말겠지만 시술을 받는 내내 느껴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쾌감은 누구나 싫어할 만하다. 그런 이유로 많은 환자가 스켈링을 대체할 방법은 없는지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전동 칫솔, 워터 픽, 특수한 치약, 잇몸 치료제 등이 떠오르는 독자분들 계시겠지만 애석하게도 '없다'가 정답이다. 잇몸병의 원인은 치석에 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치석을 제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병의 근원을 제거할 방법이 없다. 위에 열거했던 구강 용품들은 치과에서 치료를 받는 틈틈이 보조적으로 사용해야할 기구들이지 해당 기구를 사용했다고 해서 치과 치료를 받지 않아도 좋다고 믿는 것은 구강 건강을 망치는 길이다.

특히 몇몇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잇몸약에 대해 물어보는 환자들이 많은데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면 통증이 완화되기는 한다. 하지만 증상이 완화되었다고 해서 병이 나았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만성 간질환으로 피로를 느끼는 환자가 피로회복용 드링크만 마시면서 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스켈링도 진료인데 왜 치과의사가 직접 하지 않는가?

메디컬 의사의 간호사에 해당하는 치과의사의 보조 인력은 치과위생사이다. 치과 위생사는 단순히 치과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역할뿐 아니라 치아 홈메우기, 잇솔질 교육, 불소 도포 등의 예방적 치료 역시 시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스켈링이다.

치과의사가 직접해야만 하는 술식을 보조 인력이 시행하는 일부 치과 때문에 스켈링 역시 의사가 직접 해야만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스켈링에 관해서 만큼은 위생사들이 치과의사 보다 더 안 아프고 편안하게 시술하는 경우도 많다.

치주 질환의 단계에 따른 치료
 치주 질환의 단계에 따른 치료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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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켈링은 표에 나오는 2단계와 3단계 진료를 받기 전에 시술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건강 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가 있다. 치과협회에서는 스켈링의 보험화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보험 공단의 재정 문제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타짜를 보면 '물고기를 물 밖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어렵나, 아니면 물 밖으로 나온 고기를 때려 잡는 것이 어렵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치과의사 역시 환자를 보는 술식 자체도 중요하지만 환자에게 진료를 받도록 권하는 과정 역시 무척 어려운 일이다. 스켈링의 경우 현재 일선 치과에서 3~9만 원 정도로 상당한 고가인데다가 당장 눈에 띄는 치료 예후를 기대하는 환자의 기대감 때문에 시술을 권유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1년에 한번 씩 스켈링만 받아도
평생 치과 진료에 목돈 쓸일 없을 것이다.
▲ 스켈링 1년에 한번 씩 스켈링만 받아도 평생 치과 진료에 목돈 쓸일 없을 것이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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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예방적 치료로 스켈링 역시 건강 보험 적용을 받을 날이 왔으면 하지만 그 전에는 비싼 수가는 감수 할 수밖에 없다. 사견이지만 치과 진료를 보장하는 사보험의 연납입금 보다는 스켈링의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건강을 지키는데도 훨씬 효과적인 수단이라 생각한다. 1년에 1회 스켈링과 정기 검진을 받기만 해도 큰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평생 틀니와 임플란트 때문에 치과에 목돈을 쓸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1년 1회 스켈링은 너무 많은 돈을 벌어 얄미운 치과 의사들을 굶어 죽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기에 일석 이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노년에 틀니가 필요할 정도로 많은 치아를 잃은 환자들이 하는 푸념 중에는 '이가 썩지 않는 체질이었기 때문에 젊은 시절에는 치과 한번 안 다니고 살았는데 나이 먹고는 이 때문에 고생입니다'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해당 환자의 치아 상실을 노화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는 없다. 스무 살 이전의 어린 시절에는 치아 관리 능력의 부족과 설탕에 대한 높은 선호도 때문에 충치 유발률이 높다. 따라서 충치에 강한 이가 좋은 치아이다.

하지만 30대 이후 부터는 충치 유발률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대신 잇몸병이 중요해 진다. 이를 잘 닦지 않아도 충치가 잘 생기지 않는 체질은 타액과 관련된 경우가 많은데 접착력이 강한 침을 가진 사람은 침에 의한 세쳑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충치에 대한 방어능력이 좋다.

하지만 이런 접착력이 뛰어난 침은 치석의 침착 역시 용이하기 때문에 이런 체질을 가진 사람은 오히려 치주질환에는 취약하기 쉽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나는 이가 안 썩어서 치과 한번 안 가고 살았는데 뭐'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하루 빨리 가까운 치과를 방문하셔서 잇몸병에 대한 관리를 시작할 것을 권해드리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지난 번 잇몸병에 관한 기사를 보고 많은 분들이 쪽지와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소중한 의견을 보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더 좋은 기사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태그:#치과, #잇몸병, #치주질환, #스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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