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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의 운전기사들이 반한 값싸고 맛있는 쌍암기사식당의 백반 상차림이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의 운전기사들이 반한 값싸고 맛있는 쌍암기사식당의 백반 상차림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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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과연 원조 명성이 헛되이 전해진 것이 아니었다. 순천 선암사 입구에 있는 'ㅆ'기사식당, 이름값 제대로 한다. 이곳은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의 운전기사들이 반한 값싸고 맛있는 백반집이다.

맛과 넉넉한 남도의 인심은 기본이다. 입소문 듣고 찾아간 소문자자한 밥상에서는 뭔가 특별함이 느껴진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데다 집에서 먹는 식사와 별다를 바 없다. 그만큼 남도의 게미('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의 전라도 방언)와 정성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하기야 맛이 없었다면 미식가인 기사님들을 상대로 어찌 40년 세월을 꿋꿋하게 버텨왔겠는가.

가족과 함께 외식 분위기 내도 될 만한 그곳

남도의 게미가 담긴 백반집 쌍암기사식당이다.
 남도의 게미가 담긴 백반집 쌍암기사식당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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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어린 밥상을 차려내는 이곳은 40년 역사를 자랑한다. 현 위치에서만 2대를 이어온 이집의 음식 맛은 맛돌이가 여수에서 이곳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했다. 사실은 하고많은 식당이 있지만 돈이 아깝지 않은 부담 없는 식사를 하기란 쉽지가 않다.

주인 입장에서야 손님이 많이 들면 좋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그것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물가속에서 단돈 몇 천 원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가. 그런데 값을 치르면서 전혀 돈이 아깝지 않고 오히려 미안함이 들게 하는 곳들도 더러 있다.

6천 원의 백반정식은 묵은지김치찜을 비롯하여 16찬이나 된다. 거기에다 된장국의 구수함까지 담아냈다. 이렇듯 푸짐한 밥상은 맛까지 받쳐준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찾아가 외식 분위기를 내도 될 만한 곳이다.

밥을 부르는 게미 담긴 찬과 묵은지김치찜

밥에 묵은지를 쭉 찢어 돼지고기를 얹어 먹으면 이건 순전히 밥도둑이 된다.
 밥에 묵은지를 쭉 찢어 돼지고기를 얹어 먹으면 이건 순전히 밥도둑이 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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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계층이 있는 돼지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묵은지와 쪄낸 묵은지김치찜이다.
 비계층이 있는 돼지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묵은지와 쪄낸 묵은지김치찜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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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층이 적당히 붙은 돼지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넣어 묵은지와 쪄낸 묵은지김치찜이다. 묵은지를 쭉 찢어 돼지고기를 얹어 먹으면 이건 순전히 밥도둑이 된다. 한 손님이 "아줌마 여기 김치찜과 밥 좀 더 주씨요" 외치는걸 보니 김치찜이 어지간히 밥을 부르는 모양이다.

마늘을 넣어 만든 매실장아찌 무침의 맛 또한 돋보인다. 아삭아삭한 매실과 통마늘을 넣어 무쳐냈는데 둘의 어울림이 참 좋다.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매실장아찌는 그때그때 무쳐먹는 게 좋다. 미리 무쳐놓으면 윤기가 없어지고 맛도 덜하다.

"손님들이 먹어보고 환장을 해요. 그래서 올해는 매실장아찌만 천만 원어치를 담갔어요."

"손님들이 먹어보고 환장을 해요. 매실장아찌만 천만 원 어치를 담갔어요."
 "손님들이 먹어보고 환장을 해요. 매실장아찌만 천만 원 어치를 담갔어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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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아삭아삭한 식감의 매실장아찌다.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아삭아삭한 식감의 매실장아찌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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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대를 이어 22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기정숙(43)씨의 말이다.

상큼한 배추겉절이와 곰삭은 파김치, 살짝 데쳐 된장에 버무려낸 열무김치, 쌉싸름한 고들빼기김치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갈치속젓에 삼치구이까지, 찬은 한 끼니 식사에 넘치는 수준이다.

"시어머니 때부터 지금까지 식당을 했어"

원조로 불리는 1대는 박순임(85) 어르신이다. 무청을 다듬고 있던 할머니에게 식당의 내력을 들어봤다.

"19살에 시집와서 시어머니한테 일을 배웠어요. 그때는 곡성에서 '순천식당'을 했는데 기사들이 자꾸만 이쪽으로 오라고 해서 옮겨왔어. 여기 온 지 벌써 횟수로 40년 세월이 흘렀네. 시어머니가 곡성에서 50년을 식당을 했으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90년이지. 시어머니 때부터 평생 식당을 했어."

그러고 보니 3대를 이어온 맛집이다. 시어머니가 50년, 박순임씨와 현재 운영을 하고 있는 며느리가 40년이다.

"며느리한테 대물림을 했는데 며느리기 일을 기똥차게 잘해요. 음식만 했다면 다 맛있어. 고들빼기김치와 갓지(갓김치)가 최고제."

많은 찬이 있지만 그중에서 추천하고 싶다며 고들빼기와 갓김치를 언급했다. 갈치창자에 고추와 생강 마늘을 갈아 넣고 1년을 푹 삭혀 청양고추와 버무려낸 갈치창젓도 맛있는 음식이라고 했다.

원조로 불리는 박순임 어르신이 무청을 다듬고 있다.
 원조로 불리는 박순임 어르신이 무청을 다듬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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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식당일로 잔뼈가 굵으셨다는 할머니의 별명은 욕쟁이다. 걸쭉하고 진한 욕을 한바탕 내뱉더니 환하게 웃으신다. 손님들이 밥 달라고 하면 이렇게 대꾸한다며.

"밥 안주요?"
"야~ 씨발놈아 쫌만 기달려, 밥줄께"

음식이 맛있다고 느끼는 건 먹는 사람의 마음이 멋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의 운전기사들이 반한 값싸고 맛있는 밥집에서 남도의 맛과 넉넉한 인심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역마살을 주체하기 힘든 이 가을이 얼른 가기 전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쌍암기사식당, #게미, #맛집, #역마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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