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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좋은께 여길 오제, 이집 생겼을 때부터 단골이여~ 20년 맛이 한결같아요.”
 “맛이 좋은께 여길 오제, 이집 생겼을 때부터 단골이여~ 20년 맛이 한결같아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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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게 맛있당게"
"20년 맛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겠니? 이 집이 명관이어. 드셔봐, 후회 안 할 것인게"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자꾸만 먹고 싶네... 엄마표 팥죽"

7~8평 됨직한 조그마한 팥죽집 벽면에 글씨가 빼곡하다. 이곳을 오간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느낀 소감을 적은 것이다. 대부분의 글들이 음식 맛에 대한 찬사다.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우는 문근영의 사인도 있다. "너무나 맛있게 배불리 먹고 갑니다. 건강하시구요, 부자 되세요"라는 글귀와 함께.

광주 대인시장에 있는 팥죽집 풍경이다.
 광주 대인시장에 있는 팥죽집 풍경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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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집 벽면에는 이곳을 오간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느낀 소감을 적은 글이 빼곡하다.
 팥죽집 벽면에는 이곳을 오간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느낀 소감을 적은 글이 빼곡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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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좋은께 여길 오제... 20년 맛이 한결같아요"

광주 산수시장 골목길에 있는, 미식가들에게 꽤나 알려진 팥죽집이다. 오후 3시경, 한가한 시간에 식당에 찾아갔다. 조그마한 이집에는 홀에 4개, 방에 1개의 탁자가 놓여있다.

팥죽은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소금 간을 하면 된다.
 팥죽은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소금 간을 하면 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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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에서 김길주(69)씨 부부가 팥죽(팥칼국수)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김씨 부부는 이집이 문을 연 그해부터 이곳에 다녔다고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이들의 입맛 또한 변했을 법도 한데 20년을 일편단심이다.

찬은 달랑하나 물김치다.
 찬은 달랑하나 물김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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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맛이기에 20년 단골이 되었을까. 맛이 한결같아 단골이 되었다는 이들 부부는 팥죽이 '진미'라며 워낙 맛이 좋아 설탕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맛이 좋은께 여길 오제, 이집 생겼을 때부터 단골이여~ 20년 맛이 한결같아요."

새알심 넣은 팥죽과 일반 팥죽을 주문했다. 팥죽 1인분에 6000원, 새알심 넣은 팥죽은 6500원, 동지죽은 7000원이다. 찬은 달랑 물김치 하나다. 나이가 많은 주인장(68, 조연자씨)이 옛날 방식으로 담갔다는 물김치는 팥죽과 잘 어울린다.

"국물이 부족하면 더 드릴까요?"

대답이 끝나자마자 어느새 주인아주머니가 양푼을 들고 나타났다. 다른 그릇에 담아내면 맛이 없다며 양푼 채 들고 와서 팥국물을 국자로 퍼준다.

주인아주머니 "손님이 너무 많으면 맛있게 끓여줄 수가 없어요"

주인아주머니가 동지팥죽에 들어갈 새알심을 만들고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동지팥죽에 들어갈 새알심을 만들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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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아주머니가 양푼을 들고 와 팥죽 국물을 덤으로 더 준다.
 주인아주머니가 양푼을 들고 와 팥죽 국물을 덤으로 더 준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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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은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소금 간을 하면 된다. 설탕과 소금은 식탁에 놓여있다. 직접 팥을 삶아 걸러내 쑤었다고 한다. 혀끝에 감도는 감미로운 맛이 진짜배기다.

함께 간 지인은 시골 어머니의 손맛이 담겼다며 칭찬 일색이다. 정말 맛있다며 이구동성으로 우리 일행이 소문내주겠다고 말하자 주인 아주머니가 한마디 한다.

"소문나서 손님 많이 오면 맛 가버려, 손님이 너무 많으면 맛있게 끓여줄 수가 없어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팥죽, #팥칼국수, #산수시장, #동지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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