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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에 따른 매몰 대상 가축이 100만 마리를 넘는 등 국내 축산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롯데마트가 미국산갈비 할인행사를 시작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할인판매중인 미국산쇠고기 하루 판매량 400kg이 모두 판매되어 텅빈 판매대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롯데마트는 이번 할인행사를 위해 미국산 LA갈비 250톤을 준비했다.
▲ 구제역 확산 속 롯데마트 '미국산갈비' 할인행사 구제역에 따른 매몰 대상 가축이 100만 마리를 넘는 등 국내 축산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롯데마트가 미국산갈비 할인행사를 시작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할인판매중인 미국산쇠고기 하루 판매량 400kg이 모두 판매되어 텅빈 판매대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롯데마트는 이번 할인행사를 위해 미국산 LA갈비 250톤을 준비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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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의 통큰 시리즈가 연일 언론의 주요 기삿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대형 유통 업체들로 인해 지역의 자영업자들은 이미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매출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때에 대형 유통업체들이 먹을거리까지 진출하고 나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소비자들의 따가운 눈총 또한 적지 않다. 물론 따가운 눈총과 비난의 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를 실리적으로 해야지 이념적으로 하느냐며 대중의 비난을 전혀 의식치 않고 시장 논리를 펴기도 하고 소비자들의 싸게 살 권리를 사회적 가치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논란은 결국 대형 유통업체의 실속을 톡톡히 챙겨주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논란이 가중될수록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통큰 시리즈니 뭐니 해서 화제의 중심에 설 때마다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예일대 교수 로버트 쉴러는 <야성적 충동>이란 책을 통해 '사고의 전염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시장에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논쟁이 불붙으면 오히려 이야기가 증폭되어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마케팅에서 자주 진행하는 방법론인 노이즈 마케팅과 비슷하다. 욕을 먹더라도 주목을 받고 그에 따라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이다. 덧붙여 저가로 구매할 소비자 권리라는 시장의 개념까지 끌어들여 사회적 비난에서 완전히 망가지지 않을 최소한의 방어막은 친 셈이다.

통큰 시리즈는 미끼일 뿐이다

'5천 원 치킨'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9일 오전 11시 롯데마트 영등포점에 예약 번호표를 받아든 고객 50여 명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5천 원 치킨'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9일 오전 11시 롯데마트 영등포점에 예약 번호표를 받아든 고객 50여 명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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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들의 염가 제품 논란은 바로 상당히 계산된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거나 아니면 우연히 그 성과를 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이미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러한 노이즈 마케팅의 재미를 지난해 초부터 톡톡히 보고 있다.

천원 삼겹살이니,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격파괴 이벤트를 벌였다. 그 당시만 해도 한정 기획 행사였기 때문에 주변 지역 상권에서까지 반발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대형마트끼리 가격 파괴 경쟁을 벌였다. 언뜻 보면 기업들끼리의 과당경쟁으로 소비자가 덕분에 횡재를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적으로 상당한 오해이다. 대형마트들은 그 당시에도 가격 파괴 전략으로 인해 이전에 비해 매출이 증가했다.

본질은 이러하다. 애초 가격파괴 대상 제품은 몇 가지에 한정된다.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제값 주고 사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더 자주 마트 쇼핑에 나선다. 이왕 발을 들여놓은 김에 할인 제품 외에도 할인 대상이 아닌 제품까지 더 구매하게 된다. 결국 대형마트끼리의 과당경쟁은 그들 모두의 매출을 증대시키는 그들끼리의 아름다운 윈윈게임으로 종결된 셈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지갑은 이전보다 더욱 얇아졌다. 염가 제품이 미끼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염가 제품은 소비자들의 손실 회피 심리를 자극해 구매욕구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나중에 제값 주고 사게 될지도 모른다는 손실 회피 심리가 소비의 양을 늘려 버린다. 지난해 초부터 벌이고 있는 대형마트의 가격파괴 전략, 1등을 두고 벌이는 경쟁, 최근의 통큰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염가제품의 사회적 논란 등이 어쩌면 치밀하게 계산된 대형마트의 마케팅 전략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그로 인해 마트 방문자 수를 늘린다. 일단 마트까지 끌어들이면 손실 회피 심리를 자극해 충동구매의 함정에 빠뜨린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염가 제품을 미끼로 다른 제품까지 충동구매하도록 만든다. 바로 이러한 과정이 지금까지 무방비 상태의 소비자들의 지갑을 제대로 털어가고 있다. 당장 피자나 치킨이 먹고 싶지 않음에도 싸다는 이유로 '지금 사러 가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욕구, 즉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욕구에 반응하는 것뿐이다.

배는 부를지 모르지만 정말 먹고 싶은 때에 적합한 욕구를 채운 것도 아니다. 단지 피자와 치킨을 제값 주고 사지 않은 요행을 경험했을 뿐이다. 게다가 그 요행은 알고 보면 다른 불필요한 제품들을 충동 구매해 버리면서 쉽게 날려버렸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지갑은 상술이 부린 요술에 도둑질당한 것이다.

언론을 전단지로 이용하는 대단한 대형마트

롯데마트가 '통큰' 시리즈 3탄을 내놓자마자 언론이 자처해서 극대화시켜주고 있다. 최근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면, 마치 롯데마트 홍보전단지를 접하는 기분이다. 제목만 봐도 '통큰 한우, 농심을 다스려? 병주고 약주고...' 등 엇비슷한 제목으로 롯데마트의 염가 제품 판매를 알리고 있다.
 롯데마트가 '통큰' 시리즈 3탄을 내놓자마자 언론이 자처해서 극대화시켜주고 있다. 최근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면, 마치 롯데마트 홍보전단지를 접하는 기분이다. 제목만 봐도 '통큰 한우, 농심을 다스려? 병주고 약주고...' 등 엇비슷한 제목으로 롯데마트의 염가 제품 판매를 알리고 있다.
ⓒ 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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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형 유통 업체들의 마케팅을 언론이 자처해서 극대화시켜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기사들을 접하다 보면, 롯데마트의 통큰 시리즈의 홍보전단지를 접하는 기분이다. 제목만 보면 그럴듯하다. '통큰 한우, 농심을 다스려?, 병주고 약주고...' 등등 롯데마트의 염가 제품이 축산농가에 끼친 민폐를 다룰 듯하다.

그러나 막상 기사를 열어보면 기가 막히다. 통큰 갈비로 인해 미안한 나머지 통큰 한우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롯데마트의 깊은 뜻을 소개하는 기사가 한둘이 아니다. 언제부터 어느 정도의 양으로 해당 제품의 가격 파괴 행사를 하게 될 것인지 행사 일정을 자세히 안내하는 것은 물론이다. 기사의 마무리는 해당 기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하면서 행사의 취지와 의도를 친절하게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결국 해당 업체의 마케팅 전략을 자세히 소개해주고 기업 입장에서의 조작된 의도까지 친절하게 포장해 주고 있다. 이쯤 되면 대형마트는 돈 안들이고 언론을 노이즈 마케팅의 대리인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언론이 이 문제에 접근하는 이유와 내용은 어떤 종류의 제품이 어느 정도로 싸게 팔리느냐 하는 팩트가 아니다. 도대체 개별 기업의 할인 행사가 주요 기삿거리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통큰 시리즈를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염가 제품 논란은 다른 데에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상생의 문제이고 선진국 대부분이 시장논리를 전제로 하더라도 가장 경계하는 독점의 문제이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는 소비의 질에 대한 성찰을 제시해야 한다.

싸게 사는 것이 소비를 잘하는 것인지, 가격에 의한 소비 의사결정이 과연 소비 만족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인가, 결국 소비자들이 미끼를 물어버리고 이념적 소비는커녕 실리적 소비도 못 챙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의 지나친 탐욕을 제한하고 질 낮은 마케팅 자극을 경계하도록 사회적 논의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그러나 현실은 기사를 접하면서 기사에 나와 있는 할인 행사 기간에 맞춰 쇼핑 일정을 짜야 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들게 한다. 언론을 접하면서 미끼에 제대로 낚이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http://cafe.daum.net/edufp



태그:#통큰 한우, #이념적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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