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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조차 없었다. 덕유산이 어디에 붙어있는 지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날, 지인의 블로그에서 본 아름다운 설경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 후로도 드문 드문 올라오는 또 다른 지인들의 덕유산 포스팅들을 보며 몇날을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상사병이라도 걸릴 것 같았던 나는 주변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아직은 산이라는 곳을 혼자 오른다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1년 1월 12일, 드디어 그립던 그곳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무주리조트에서 설천봉까지는 곤도라를 이용하면 수월하다.
 무주리조트에서 설천봉까지는 곤도라를 이용하면 수월하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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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의 매력은 일반인들도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일반인은 등산을 즐기지 않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나도 그 일반인이라는 범주에 포함되는 사람이기에 몇 시간을 걸어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었다며 지레 겁부터 먹고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덕유산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고 오르면 그 아름다운 설경과 마주할 수 있다. 물론 걷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설천봉까지 오른 다음, 그곳에서부터 약 20분은 걸어야 덕유산의 정상 향적봉에 오를 수 있다.

곤도라를 타고 가면서 내려다본 무주리조트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스키어와 보더들이 눈밭을 점령하고 있다. 몇년전부터 보드를 타지 않는 나이지만 오늘만큼은 이 눈 밭을 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푹신푹신한 엠보싱처럼 뒤덮인 자연눈때문에 넘어져도 전혀 아프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눈밭이라면 몇백번을 굴러도 좋겠다.

설천봉의 모습, 많은 스키어와 보더들 그리고 등산객들로 붐빈다.
 설천봉의 모습, 많은 스키어와 보더들 그리고 등산객들로 붐빈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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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천봉에서 바라본 하늘,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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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보이는 설경에 정신을 놓고 있다보면 어느덧 설천봉에 이른다. 사진에서만 보던 설천봉의 명물 상제루의 모습이 또 한번 넋을 놓게 만든다. 천상 어딘가에 신선들이 노니는 누각이 있다면 딱 상제루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백발의 머리에 하얀 수염을 가슴까지 기른 신선들이 하얀 도포를 입고 원탁에 둘러앉아 인자한 웃음을 날려줄 것 같다. 거센 바람에 흩날리는 눈발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한참을 서 있었다. 바로 눈 앞에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신기해서다. 하늘과 가까워지니 구름의 움직임이 또렷하게 보인다. 바람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구름의 모습이 나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바람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실상은 구름처럼 살고 있었나보다. 스스로 이끌어가는 여행이 아닌 어딘가로 끌려가는 여행을 하면서 말이다.

향적봉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 앞에서 아이젠을 채웠다. 벌써부터 손이 꽁꽁 얼어 그거 하나 채우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덕유산을 다녀온 지인들의 조언을 받들어 급하게 저렴한 아이젠을 하나 질렀다.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온 정보가 중요하다. 구두를 신고서라도 오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만 참 힘겨워보였다. 향적봉을 오르는데 아이젠은 필수!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눈꽃터널을 이룬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눈꽃터널을 이룬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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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에 들어서면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와~" 감탄사만 내뱉을 뿐 더이상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하지 않다. 소복히 쌓인 눈길 위를 걷고 있노라면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기분을 들뜨게 한다.나뭇가지를 옹골지게 감싸안은 눈이 햇살에 반짝이니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다. 온통 하얗기만 한 풍경이 어쩜 이렇게 질리지도 않는지, 눈으로 덮힌 세상은 언제봐도 행복함을 만들어낸다. 산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설경 또한 압권이다. 바람은 구름을 움직여 파란 하늘을 보여주는가 하면, 눈보라를 일으켜 시야를 하얗게도 만든다.

덕유산 향적봉,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곳
 덕유산 향적봉,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곳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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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향적봉에 발을 디뎠다. 향적봉에서는 거센 바람에 몸을 그대로 내맡겨야 한다. 비석이 세워진 곳에서 인증사진을 찍겠다고 한참을 기다렸다.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 자리를 탐내기 때문이다. 몇분을 기다리다 겨우 기회를 얻었는데 한 어르신이 카메라를 건네주며 사진 한번만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주고는 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자리가 비어있었지만 사진을 찍어준 몇 초 사이에 손이 얼어버렸기 때문이다. 손이 시리다 못해 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고 하면 엄살이라고 할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아픔.

향적봉에서는 세 갈래의 길로 갈라진다. 다시 설천봉으로 내려가는 길, 중봉으로 향하는 길, 백련사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무주리조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와서 다른 길을 선택할 여지도 없이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야만 한다. 다른 길은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햇살에 반짝이는 눈꽃
 햇살에 반짝이는 눈꽃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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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려오는 길, 눈꽃 터널로 들어오니 향적봉 위에서의 추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달아난다. 어느덧 구름이 다 걷히고 따뜻한 햇살이 나뭇가지를 비집고들어와 온기를 전해준다. 나뭇가지에 앉은 눈들이 솜털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 순간, 한 걸음도 떼기 싫어 붙박이처럼 한참을 서 있었다.

사진 몇장으로 매료되었던 덕유산의 설경. 결국 보고 오고야 말았다. 지인들에게 사진 몇장을 전송해줬더니 이젠 그들이 덕유산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돌고 돌다 보면 덕유산은 어느새 모두가 그리워하는 만인의 연인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는 방법
-자가용 이용시 : 대전,통영고속도로 ⇒ 무주IC ⇒ 19번 국도 ⇒ 사산삼거리 ⇒ 치목터널 ⇒ 구천동터널 ⇒ 무주리조트
-대중교통 이용시
① 무주터미널 또는 구천동터미널까지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후 셔틀버스 이용
(자세한 내용은 무주리조트 홈페이지 참고 : http://www.mujuresort.com/resort/etc_map_s_bus.asp)
② 동계시즌 셔틀버스 이용 (자세한 내용은 KD관광 홈페이지 참고 : http://www.buspia.co.kr/_rental/ns/way_muju.asp)

◆곤도라 이용안내
-요금 : 왕복 = 어른 12,000원 | 어린이 9,000원
            편도 = 어른 8,000원 | 어린이 6,000원
-이용시간 : 상행시간 09:00~16:00 | 하행시간 16:30까지
-문의 : 063) 320-7381

◆맛집추천

별미가든
주소 :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713(구천동입구)
전화번호 : 063) 322-3123 / 322-3888
홈페이지 : http://www.byulmi-garden.co.kr
메뉴 : 산채비빔밥, 산채정식, 더덕정식, 민물쏘가리매운탕 등.


태그:#덕유산, #눈꽃, #트레킹, #설경, #겨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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