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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덕분에 재매각 순익만 5조 원을 예정하고 있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존속이라는 임직원과 고객들의 최소한의 바람마저 짓밟은 데 이어 마지막 순간까지 고액 배당으로 외환은행의 기업가치 훼손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반대와 인수 중단을 위한 공동 투쟁을 결의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아래 '금융노조')이 31일 "론스타에 대한 '850원 추가배당'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겨레> 등 일간지에 의견광고 형태로도 게재된 이날 성명에서 금융노조는 "850원 추가배당은 가진 돈이 없는 하나금융이 론스타에게 최대한의 수익을 챙겨주려고 '야합'한 결과이며 인수될 은행의 돈으로 인수대금을 감당하는, 불법적인 차입매수(LBO)와 다를 게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미 챙길 만큼 챙긴 론스타에 또 70% 배당비율?

 

이와 같은 성명은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외환은행 이사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배당규모를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최대 주주인 론스타는 한 주당 최대 850원의 배당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인수 계약을 맺은 상태다. 배당금이 850원을 밑돌면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그만큼의 부족분을 채워 줘야 한다. 하나금융으로서는 외환은행 인수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또 이사회가 '850원 추가 배당'을 결정할 경우 이미 올해 중간배당에서 주당 235원을 챙긴 론스타는 결과적으로 주당 1085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외환은행의 작년 순이익 규모를 1조원으로 추정했을 때, 이 경우 배당 성향(비율)이 70%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로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먹튀'인 셈이다. 따라서 외환은행 이사회로서는 '고배당' 결정이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외환은행 배당 성향은 50%를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도 촉각 곤두세우고 있지만...

 

더구나 금융 당국 또한 이사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은행들의 연말 결산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배당 자제와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론스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무리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자금 마련이 순탄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대투증권이 보통주 1주당 7750원의 총 2717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한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역대 배당금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이와 같은 배당 결정이 외환은행 인수 자금 마련 때문이란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따라서 지주사 필요에 따라 자회사를 '껍데기'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도 배당 철회를 요구하며 지주사 해체 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도 이날 성명에서 "인수대금 25%는 펀드(증자), 25%는 빚이며(회사채), 스스로 자랑하는 '내부조달'은 당기순익 7000억 원의 하나은행에서 1조9000억, 자본금 1700억의 하나대투증권에서 2700억원의 배당금을 뽑아낸 것"이라면서 "하나금융이 본계약 두 달이 넘도록 건전한 자본을 구하지 못해 쩔쩔 매고 있다"고 주장했다.

 

8일 외환은행 이사회... '그들만의 이해관계' 어떻게 작동할까

 

결국 하나금융으로서는 '850원 추가 배당'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선택'이 되는 셈이다. 이와 같은 하나금융의 이해관계가 자칫 이사회를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외환은행 노조 등에서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금융노조가 이날 성명에서 강력한 투쟁 의지를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노조는 "외환은행 이사회는 1대 주주의 끝없는 탐욕에 들러리를 설 것이 아니라 외환은행의 기업가치와 건전성 유지를 위한 양심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며 "투기펀드의 이러한 행패를 금융당국이 만약 용인한다면 전 금융인의 투쟁을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금융노조는 "이렇게 무리한 딜(Deal)을 무엇 때문에 강행해야 하는가"라며 "과도한 차입 등 무리한 자금 조달에 따른 '승자의 저주' 및 두 은행의 동반 부실, 그리고 금융산업 공멸로 이어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그들만의 이해관계'가 우선 가동할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먼저 상식적으로 '안전장치'가 작동할 것인지, 2월 8일 열릴 외환은행 이사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금융 반론] "배당금이 850원 밑돌아도 추가비용 발생 안한다" 

위 기사에 대해 하나금융 측이 다음과 같은 반론을 보내왔다.

 

먼저 추가 비용 발생 여부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주당 배당금이 850원을 초과하면 금액만큼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돌려받으며, 850원에 미달하는 경우 미달 금액만큼 하나금융의 보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배당금이 850원을 밑돌 경우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미달하는 금액을 보전하지만, 동 금액만큼 외환은행의 자기자본이 증가하게 되므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나금융 측은 이어 "론스타의 2006년 순이익이 1조원을 상회했으며 당시 배당성향은 64%였다"면서 "계약 당시 2010년도 외환은행 순이익을 1조1천억원으로 추정, 이에 따라 64%를 초과하는 과다 배당을 제한하기 위해 주당 850원으로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건전한 자본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는 금융 노조 주장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하나금융이 조달하는 자본의 구체적인 투자자나 투자조건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와 같이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하나금융의 자금조달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75%를 확보하였으며 나머지 25%도 곧 개최될 이사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 측은 "하나금융으로서는 '850원 추가 배당'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선택'이 되는 셈"이란 표현과 관련해서도 "외환은행의 배당금 결정은 외환은행 이사회 및 대주주인 론스타가 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주주도 관계사도 아닌 하나금융에게는 어떠한 결정권한도 없다"고 무관함을 강조했다.


태그:#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론스타, #하나은행, #김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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