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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 영혼의 편지>를 통해 불운했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났다. 한 천재화가의 생애와 그의 예술세계...'무엇'에 바쳐진 삶이란 어떤 것일까. 발레리나의 지존(?) 강수진, 1년에 천여켤레의 토슈즈가 닳아 없어지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는 강수진의 발을 보면서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는 것, 최고가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었다. 거의 하루 온종일 벽만 마주보며 피아노를 여습 하는 피아니스트, 먹고 자고 싸고 하는 것 외에 글을 쓰는 작가들, 온종일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바쳐진 삶이란 어떤 것일까. <반고흐, 영혼의 편지>를 통해 영혼과 생명을 바친 화가 반 고흐를 만나면서 생각했다.

 

반 고흐의 생애는 그림에 바쳐진 삶이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묶어 펴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 지음/신성림 옮김/예담), 여기 실린 편지는 668통의 편지 가운데 고흐의 삶과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편지를 선별하여 묶은 것이다. 고흐의 육성을 듣는 듯한 편지와 고흐 그림의 탄생배경을 알 수 있는 그림까지 함께 실려 있어서 가깝게 고흐를 만나는 듯 하다.

 

화가입문 이전부터 보리나주까지(1872년 8월~1881년 4월)그가 생을 마감하기까지 실린 이 책을 통해 고흐가 그린 그림들을 책에서 칼라로 만나는 기쁨도 있고, 그림을 위한 예술적 깊은 고뇌와 격렬한 열정, 숙명과도 같은 지독한 가난 등 고흐의 마음을 읽는 듯 했다. 고흐는 예술이든 뭐든 한 가지 자기 하는 일에 대해 어떤 열정과 열심과 성의를 다해 추구하며 힘써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힘들고 외롭고 고독하고 가난했지만 절망하지 않았고 쉼 없이 그림을 그린 고흐.

 

태양의 화가 영혼의 화가라 불리는 네델란드 인상파 화가 반 고흐. 불꽃같은 정열과 격렬한 필치로 눈부신 색채를 표현했으며 서양미술 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고흐는 1853년 3월 30일, 네델란드의 브라반트 북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엄격한 목사의 맏아들이었던 그는 1869년에서 1875년까지는 미술품 상점의 점원으로 일했고, 1877년에는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패했고 화가의 길을 찾았다. 1881년 12월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 1890년 안타깝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숙부 세 사람이 모두 화상인 덕분에 1867년 7월부터 유명한 미술품 매매점인 구필 화랑의 수습사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역자는 말한다.1872년엔 같은 이를 하게 된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평생에 걸친 두 사람의 편지 왕래가 시작되었고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무려 668통이었다. 1873년 6월, 구필화랑 런던 지점으로 옮겼던 고흐는 이 무렵 열아홉 살의 하숙집 딸 유제 로이어에게 구혼했지만 거절당하고 충격을 받았다.

 

1875년 파리 본점으로 옮긴 고흐는 성서를 탐독하기 시작, 이를 계기로 종교에 몰입하게 된 그는 미술품 거래를 혐오하게 된다. 고객이나 동료직원들 사이가 나빠져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고흐는 잠시 고향에 내려갔다가 1877년 5월, 신학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갔지만 신에 대한 이론적 학습과 실제로 복음 전하려는 갈망 사이에서 방황, 1878년 7월엔 신학공부를 그만두고 전도사가 되어 가난한 광부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벨기에의 탄광지역인 보리나주로 간다.

 

하지만 그는 지나치게 엄격한 태도와 광적인 신앙심, 가난한 사람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인해 다른 종교인과 갈등을 빚었고 여러 가지로 힘든 생활을 하는데, 1879년 여름, 고흐는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어 테오에게 데생기법에 관한 책과 물감을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마침내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 테오는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다.

 

빈센트 반고흐는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보듯 고흐의 끊이지 않는 이야기와 고민은 두 가지다. 돈 이야기와 그림에 관한 이야기. 그림을 그려야하지만 물감, 붓, 모델 등 그림 그리기 위한 도구의 부족과 궁핍한 생활로 인한 어려움들에 대한 것이다. 그것의 필요가 더하면 더해갈수록 그림에 대한 열정과 열심 애정도 강해지고 더 나은 그림으로 점진적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목도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고흐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창조성은 격렬해진다. 열정적인 그림 그리기와 그것에 대한 애착은 실로 경외감마저 든다.

 

"나는 늘 두 가지 생각 중 하나에 사로잡혀 있다. 하나는 물질적인 어려움에 대한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색에 대한 탐구다. 색채를 통해서 무언가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p208) 라고 테오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언급했듯이 편지 속에는 고흐의 물질에 대한 궁핍과 그림 그리기의 열정이 격렬하게 묻어난다. 그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어떠한지를 편지글을 통해 만난다. 고흐 영혼의 고뇌, 그 뿌리 깊은 고뇌가 느껴진다. 그는 그림만을 위해 산 사람이었다.

 

고흐의 그림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을 그렸던 것 같다. 농부들, 이삭 줍는 여인, 바느질하는 여자, 재봉사 등 소외된 자들이다. '감자먹는 사람들'은 참 많은 것을 시사한다. 램프 불빛 아래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손은 자연과 가깝고 정직한 손, 노동의 손, 겸허한 손이다. 그는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농부를 그리려면 자신이 농부인 것처럼 그려야 한다고 농부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똑 같이 느끼고 생각하며 그려야 한다'고 쓰고 있다.

 

고흐는 언제나 현장에 있는 화가였다. 피상적인 그림이 아니라 무릎으로 그린 그림이었다. 그는 또한 '색'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이 있었고 맹렬하게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을 통해 만난 고흐는 성실한 화가였다. 그림의 변화, 그림에 온전히 바쳐진 그의 삶과 노력을 글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는 테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화가는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어쩌면 내 그림의 거친 특성 때문에 더 절실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그것이 나의 야망이다."

 

"화가의 의무는 자연에 몰두하고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감정을 작품 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된다. 만일 팔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면 그런 목적에 도달할 수 없다. 그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눈을 속이는 행위일 뿐이다..."(p68)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그림 그리는데 방해가 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피해갈 생각이다. 그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림 이외의 어떤 것에도 주의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p67)

 

고흐의 미술세계, 오늘의 고흐는 테오가 뒤에 있어서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흐와 테오는 영혼의 쌍둥이처럼 그의 생애에 기여했다. 그림에 바친 삶, 그의 영혼과 생을 바쳐 그림 그린 고흐의 삶과 예술세계를 편지글을 통해 만나면서 인생을,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살아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예담(2017)


태그:#고흐,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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