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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커져만 가는 나랏빚에, 시민들의 삶의 질은 뒷걸음질입니다. 20조 원이 넘는 4대강 사업에, 대통령 형님과 부인 예산까지. 지방 자치단체 역시 이런저런 건설사업으로 빚더미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세금혁명'을 외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12회에 걸쳐 우리 주변 곳곳서 벌어지는 세금낭비 실태와 현장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합니다. - 편집자 말

인천 서구 연희동 2014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부지의 모습. 대회 개최 3년 5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주경기장 부지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인천 서구 연희동 2014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부지의 모습. 대회 개최 3년 5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주경기장 부지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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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4월 17일 오후

쿠웨이트에서 인천이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됐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인천시청 앞에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은 환호성을 울렸다.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은 "20조 원의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과 27만 명의 고용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인천시와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까지 포함하면 수백조 원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흥분했다.

# 2011년 4월 14일 오후

인천시 부채 문제 토론회에서 "아시안게임을 반납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박준복 인천참여예산센터 소장은 "100% 빚으로 진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강행하면 인천시는 파산한다"고 말했다. 이성만 인천시의회 지방재정건전화추진특별위원장 역시 "2013년 공기업 포함 인천시의 부채가 11조 원으로 예상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4년 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안상수 시장은 영웅 대접을 받았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은 환영 논평을 내놓았고, 언론들은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재 아시안게임과 그에 맞춰 개통 예정인 도시철도 2호선으로 인해, 안 그래도 어려운 인천시 재정은 '비상' 상황이다.

위기에 빠진 인천시... "'100% 빚' 아시안게임 반납해야"

 
ⓒ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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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에 찾은 인천 서구 연희동 아시안게임 주 경기장 부지는 황량했다. 여러 채의 폐가가 눈에 띄었고,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한쪽에서는 문화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당초 계획대로 오는 5월 착공은 어려워 보였다. 2014년 9월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기간은 3년 5개월이다.

당초 주 경기장은 문학경기장을 재활용할 예정이었다. 안상수 전 시장은 낙후된 서구를 개발한다는 명분으로 민자 유치로 바꿨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무산됐다. 인천시는 정부에 주 경기장 건설비용(4900억 원)의 30%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인천시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시간은 촉박하고 돈은 없다.

주 경기장 부지 인근에 건설 예정이던 메인미디어센터와 선수촌 아파트는 재정 문제로 취소됐다. 또한 서구 백석동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 지을 예정이던 조정·카누 경기장 건설도 무산됐다. 대신 충북 충주에서 경기를 개최한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기장에서도 일부 종목을 치를 계획이지만, 예산 문제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인천 아시안게임이 위기에 처한 이유는 간단하다.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인천시가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2~2010년 안상수 시장 재임 시절 인천시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2009년 인천시(공기업 포함)의 부채는 6조245억 원으로, 인천시 1년 지방세 수입(2조424억 원)의 약 3배에 달했다.

여기에 총사업비(경기장 건설비)가 2조123억 원(시 부담 1조5700억 원)인 아시안게임과 2조1839억 원의 건설비가 들어가는 도시철도 2호선은 인천시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아시안게임 사업비는 전액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한다. 100% 빚이라는 뜻이다. 도시철도 2호선은 개통을 아시안게임에 맞추느라 당장의 국비 지원도 마다했다. 

이성만 특별위원장은 "2010년 부채는 7조7848억 원이었고, 2013년엔 11조1232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마저도 미지급 학교용지부담금 등 1조3000억 원가량의 숨겨진 부채가 빠진 것이다. 박준복 소장은 "인천이 재정 위기에 빠지는 것은 명백하다"며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아시안게임 반납 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인천 서구 검암동에서 인천 도시철도 2호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13일 오후 인천 서구 검암동에서 인천 도시철도 2호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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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경제 효과 수십조 원?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반납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가 신인도 하락 등을 고려해볼 때, 이제 와서 아시안게임을 반납하자는 주장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이라고 전했다.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관계자도 "경기장은 모두 인천시의 자산으로 남는다"며 "개최하면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안상수 전 시장은 2007년 유치 당시 경제적 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2006년 7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 아시안게임 개최로 인한 전국의 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각각 12조9328억 원, 5조5575억 원으로 예상됐다. 고용유발 효과는 26만9000명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제적 효과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02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부산시의 경우, 2000년 34조1270억 원이던 지역 내 총생산(GRDP)은 2004년 45조984억 원으로 34.7% 성장했다. 이는 16개 시도 중 10위로, 전국 평균(37.3%)을 밑돈 것이다. 대신 빚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부산은 아시안게임과 지하철 건설 등으로 많은 빚을 졌고, 현재 전국에서 유료도로가 가장 많고 지하철 요금마저 최고"라며 "아시안게임이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 개최를 포기하는 게 낫고 꼭 해야 한다면 재정 투자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시가 1330억 원을 들여 2009년 8~10월 송도에서 연 세계도시축전은 아시안게임의 경제 효과를 더욱 불신하게 만든다. 인천시는 도시축전의 생산·부가가치·소득 유발 효과만 모두 1조9800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1만 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규 소장은 "정치적 목적의 행사로, 경제효과는 커녕 세금만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도시축전은 무료입장권 배포와 강제 동원 등의 뒷말을 낳았고, 급기야 감사원 감사로 이어졌다. 특히, 도시축전에 맞춰 추진된 사업비 853억 원의 도심형 모노레일 월미은하레일은 부실시공으로 인한 각종 안전사고로, 운행 한 번 못하고 철거될 예정이다. 철거비를 포함해 10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공무원 임금도 못 준다"

13일 오후 인천 중구 중산동 영종하늘도시에서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그 주변 상업용지는 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황무지로 남아있다.
 13일 오후 인천 중구 중산동 영종하늘도시에서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그 주변 상업용지는 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황무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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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한성원 인천시 경제기획관은 "인천의 재정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세출 예산 구조조정, 아시안게임 이후 채무 감축, 세수 확충, 삼성 바이오제약 유치 등으로 재정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을 그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다. 박준복 소장은 "2007년 748억 원이던 지방채 원금 상환액과 이자가 2011년 3986억 원에 달하고, 2014년 이후에는 7000억 원을 넘을 것"이라며 "6조5637억 원인 2011년 예산의 10%가 넘는 수치로 공무원 임금도 제대로 못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맹순 전 인천시의회 의장은 "공무원 월급 삭감과 아시안게임 포기 그리고 모라토리엄 선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 내용을 비롯해 세금 낭비와 조세정의 논의에 참여하실 분은 세금혁명당 페이스북 페이지(www.fb.com/taxre)를 방문해 주세요.



태그:#인천시는 아시안게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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