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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딧골 전통 제 15회 무주 반딧불축제에서 시연된 무주 전통 장례행렬. 장례행렬의 고갱이라고 할 수 있는 요령소리도 제것이 아니고, 장례행렬도 뒤죽박죽, 얼렁뚱땅이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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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축제가 열리고 있는 무주읍내는 온통이 축제분위기였습니다. 하늘에는 축제를 알리는 대형풍선이 두둥실 떠있고, 거리에는 축제를 알리는 깃발들이 펄럭입니다. 등나무운동장과 반딧불체육관은 물론 무주 읍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남대천 주변 모두가 축제분위기로 들썩거립니다.

준비한 것도 많고 차린 것도 많은가 봅니다. 거반 동시에 남대천에서는 맨손으로 송어를 잡는 행사가 열리고, 또 다른 행사장에서는 다문화가정을 이룬 신랑각시들에게 전통방식으로 혼례를 올려주고 있는 전통혼례식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곳이면 양념처럼 따라다니는 풍물패나 먹을 것을 파는 곳까지 기웃거리기엔 발걸음이 벅찰 만큼 이것저것 많이도 차렸습니다. 

무늬만 흉내 낸 무주 반딧골 무주 전통 장례헹렬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한 사람들의 입장만을 생각하면 칭찬 일색이어도 모자라겠지만 이 또한 축제를 사랑하는 참가자로서의 역할이기에 조금은 쓰게 들릴 수도 있는 소리 좀 하려고 합니다. 그래야만 더 나은 축제로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보고 느낀 것을 가감 없이 지적합니다.  

섶다리를 건너고 있는 장례행렬
 섶다리를 건너고 있는 장례행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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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잡이는 요령만 흔들 뿐이다.
 요령잡이는 요령만 흔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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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군청이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는 행사내용 중 섶다리에서 시연되는 전통문화, 장례행렬을 보려고 갔었습니다. 전라북도 무주의 전통 문화 중 장례행렬은 어떤 특색이 있을까가 궁금해서 직접 보고 들으려고 갔었지만 최소한 축제장에서 본 무주에는 전통이 없었습니다.

섶다리에서 시연되는 반딧불 전통문화는 5시부터 시연되었습니다. 시연에 앞서 행사를 준비하고 곳으로 찾아가 장례행렬이면 빠지지 않는 선소리꾼(요령잡이)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요령잡이를 만나니 요령을 흔들기는 하지만 선소리는 매기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군청에서 준비한 녹음기를 틀고 당신은 그냥 요령만 흔든다고 하였습니다. 장례행렬의 고갱이라고 할 수 있는 요령소리가 빠진다고 하니 무늬만 전통인 장례행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향을 송출할 곳으로 갔더니 시연에 방송할 여러 가지 내용들을 사전점검 하고 있었습니다. 사전 점검 중에 들리는 선소리는 인터넷에서 들을 수 있던 소리였습니다. 한사람의 요령잡이가 하는 선소리가 아니라 최소한 2사람 이상이 한 각기 다른 선소리를 3곡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설명과는 달리 공포가 제일 앞 서 간다.
 설명과는 달리 공포가 제일 앞 서 간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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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장례행렬 시연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조금 전에 들었던 선소리 곡을 들려주며 무주 선소리가 이런 곡이 맞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합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더니 그런 곡이라고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주 반딧불축제장에서 시연된 장례행렬만큼은 어느 지방의 선소리인지도 모르는 소리, 무주의 것이 아닌 것이 무주의 전통으로 참가자들을 귀속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늬조차도 뒤죽박죽, 얼렁뚱땅

시연되는 장례행렬은 선소리만 이렇듯 짝퉁이었던 게 아닙니다. 멀쩡한 눈으로 보고 있는 장례행렬 그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상여는 전통이라는 이미지와는 먼 종이 꽃상여였고, 꼭 있어야 할 명장이 빠진 것은 물론이고 시연되고 있는 행렬도 설명과 달랐습니다.

무주에서는 상두꾼이 10명이다.
 무주에서는 상두꾼이 10명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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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되고 있는 장례행렬에서는 공포가 제일 앞서고 그 뒤로 만장, 승려, 상여 순로 행렬을 이루고 상제들과 복인이 따르는 순서였지만 영어로 까지 설명하고 있는 안내방송에서는 만장, 공포, 요여, 상여 등의 순서라고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공포와 만장의 순서가 뒤바뀐 것은 물론 있지도 않은 요여(혼백을 싣고 가는 작은 가마)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무늬뿐인 전통조차도 얼렁뚱땅 뒤죽박죽입니다.

몇 년 전까지는 대차리 주민들이 직접 시연을 했었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공공근로를 하시는 분들을 동원해 치르는 행렬이라고 했으니 조금 서툴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용도 없고 무늬도 엉망인 시연이라면 전통이라는 말 대신 흉내 내기나 가장행렬쯤으로 명명을 하는 것이 전통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전통, 짓고 빗어야만 보존 되는 무형의 가치

아무리 축제라고 하지만 사정이나 여건에 따라서 생략하거나 덧붙일 수 있는 게 전통이 아닙니다. 여건에 따라 생략하고 형편에 따라 덧붙인다면 그거야 말로 전통을 왜곡시키거나 변질시키는 작태입니다. 

섶다리를 건너고 있는 꽃상여
 섶다리를 건너고 있는 꽃상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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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이 여의치 않아 생략으로 왜곡하고, 변형으로 변질시킬 수밖에 없다면 아예 축제에서 빼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만 다음에라도 온전히 재현, 시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은 뭔가를 만들어 내듯이 뚝딱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듯 땀과 관심으로 짓고, 송편을 빗어가듯 인고와 정성으로 빗어가야만 보존되는 무형의 가치입니다.   

내년에 치러질 제 16회 무주반딧불축제에서는 짝퉁이 아닌 진짜 무주의 전통 장례행렬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무주 반딧불축제에는 6월 4일 다녀왔습니다.



태그:#무주, #반딧불축제, #장례행렬, #반딧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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