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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정부로부터 훈·포장을 받은 202명 중 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선정해 소개했다.
▲ 표지 이 시집은 정부로부터 훈·포장을 받은 202명 중 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선정해 소개했다.
ⓒ 얼레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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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 66주년을 맞아 조국 독립을 위해 온몸을 받친 여성독립운동가의 처절한 삶을 그린 시집이 나와 시선이 집중된다.

어두운 암흑의 일제 강점기에 조국 광복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걸었던 독립운동가. 특히 여성의 몸으로 그 험난한 길을 걸었지만 조명을 받지 못했던, 그 숭고한 얼과 정신을 그린 시집이 이윤옥 시인의 <서간도에 들꽃이 피다>(도서출판 얼레빗, 2011년 7월)이다.

이 시집은 정부로부터 훈·포장을 받은 202명 중 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선정해 소개했다.

겨레의 큰 스승 백범 김구 선생의 모친 곽낙원 애국지사를 비롯해 '황거를 폭격하리라'고 선언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비행사 권기옥, 독립운동가 3대를 지켜냈고 일제고문으로 두 눈을 잃은 김락, 기생의 몸으로 독립을 외쳤던 수원의 논개 김향화, 손가락 무명지 잘라 혈서 쓴 남자현, 부산이 낳은 대륙의 들꽃 박차정, 평남도청에 폭탄 던진 당찬 임신부 안경신, 개성 3.1만세운동을 주도한 어윤희, 어두운 암흑기 임시정부의 횃불 연미당, 광활한 중국대륙의 여장 광복군의 맏언니 오광심.

용인의 딸 류쩌우(유주) 열네 살 독립군 오희옥, 춘천의 여자 의병대장 윤희순, 공주학생독립운동의 도화선 댕기머리 소녀 이광춘, 이육사 시인 시신 거둔 이병희, 일제의 여공착취에 항거한 이효정, 열여섯 조선의용대 처녀 독립군 전월순, 압록강 군자금 나른 임시정부 안주인 정정화, 이토 히로부미 암살한 안중근 사의 모친 조마리아, 가슴에 유혈탄과 다이너마이트 품고 다닌 조신성, 한국의 잔다르크 지청천 장군의 딸 지복영 등 여성 애국지사의 처절한 삶을 시로 표현했고, 글을 통해 후손들이 알아야할 역사로 남겼다.

기생의 몸으로 독립을 외쳤던 수원의 논개 김향화.
▲ 김향화 애국지사 기생의 몸으로 독립을 외쳤던 수원의 논개 김향화.
ⓒ 얼레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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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형을 앞둔 아들을 위해 수의를 직접 만드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의 천길만길 찢어진 심정을 표현한 이 시인의 시가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목숨이 경각인 아들 안중근에게(조마리아)

아들아
옥중의 아들아
목숨이 경각인 아들아

칼이든 총이든 당당히 받아라

이 어미 밤새
네 수의를 지으며
결코 울지 않았다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 지어다

비굴치 말고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

하늘님 거기 계셔
내 아들 거두고
이 늙은 에미 뒤쫓는 날

빛 찾은 조국의
푸른 하늘
푸른 새
다시 만나자

아들아
옥중의 아들아
목숨이 경각인 아들아

아!
나의 사랑하는 아들 중근아.

친일로 고간대작이 돼 재산을 물러줘 떳떳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 친일 후손들에 비해 조국광복을 위해 혼신을 다한 생존 애국지사들의 삶은 처절하다.

수원 보훈아파트 13평에 어렵게 생존을 영위하고 있는 오희옥(86) 애국지사. 그의 집안은 할아버지부터 부모님과 언니 내외 등 일가족 3대가 독립운동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리고 조국 독립을 위해 열일곱 번이나 투옥한 저항시인 이육사 선생과 함께 경성감옥(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 이병희(95) 애국지사. 경성감옥에서 옥사한 이육사 선생의 시신을 직접 거둔 장본인이다. 현재 그는 경기 부평 사랑마루 요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생존해 투병생활을 하고 이병희 애국지사와 저자 이윤옥 시인. 이병희 지사는 저항시인인 육사 선생의 시신을 거둔 장본인이다.
▲ 이병희 애국지사 생존해 투병생활을 하고 이병희 애국지사와 저자 이윤옥 시인. 이병희 지사는 저항시인인 육사 선생의 시신을 거둔 장본인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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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인과 함께 옥살이를 한 이병희 애국지사는 지난 1944년 1월 11일 석방됐고 바로 며칠 뒤인 1월 16일 이육사 시인이 순국을 하게 돼 유품과 시체를 수습한 사람이다. 최근 이병희 애국지사는 이윤옥 시인과의 만남에서 마흔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이육사 시인의 죽음과 관련한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났다고.

"그날 형무소 간수로부터 육사가 죽었다고 연락이 왔어, 저녁 5시가 되어 달려갔더니 코에서 거품과 피가 나오는 거야. 아무래도 고문으로 죽은 것 같아. 내가 출옥할 때만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저자 이윤옥 시인은 지난 3.1일을 맞아 출판한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불나방>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8.15 광복 66주년을 맞아 시로 읽은 여성독립운동가 20인의 애절한 삶을 그린 <서간도에 들꽃이 피다>는 여성 애국지사의 저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이 시인은 애국지사의 무덤과 사는 집, 생존자 등을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남겼고, 이무성 화백의 도움으로 맛깔스러운 삽화도 곁들었다.

 손가락 무명지 잘라 '조선독립원' 혈서 쓴 남자현 애국지사의 삽화.
▲ 남자현 애국지사 손가락 무명지 잘라 '조선독립원' 혈서 쓴 남자현 애국지사의 삽화.
ⓒ 얼레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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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 통해 이윤옥 시인은 "친일도 기억해야 하고 항일도 기억해야 하는 것이 우리민족의 과제"라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현실의 쾌락과 미래의 발전과 행복만을 추구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 견주어 무거운 역사의 돌덩어리를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시집을 펴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기자에게 보낸 편지글을 통해 "광복 66주년을 맞아 어두운 암흑의 일제 강점기에 불나방처럼 일제에 밀붙어 구차한 목숨을 이어간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서간도의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고 조국광복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건 사람들이 있었다"고 피력했다.

이어 "구국의 길에 남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만, 특히 여성의 몸으로 험난한 시간들을 보낸 분들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면서 "크게 조명 받지 못했지만 그 숭고한 얼과 정신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퇴색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일본의 우익 의원들이 자기의 땅이라고 우기며, 독도 방문을 강행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우리 민족을 압살한 그들의 반성 없는 행동을 되짚으면서 이 시집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서간도에 들꽃이 피다>를 펴낸 이윤옥 시인은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문학세계> 시 부문으로 등단해 시를 썼다.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한국외대 연구평가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시원하게 풀이한 <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 사상사, 2010년), 친일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얼레빗, 2011) 등이 있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 1 - 시로 읽는 여성독립운동가 20인

이윤옥 지음, 얼레빗(2011)


태그:#서간도에 들꽃피다, #이윤옥 시인, #여성독립운동가 2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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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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