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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저는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사연이야 꽤 됐지만 오래 전부터 안절부절하고 행동이 과격해졌습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본래 내 모습이 그려러니 하며 살았습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조차도 저 아이는 원래 저런 아이야 하면서 그게 나의 성격이구나 했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어려웠던 집안 형편과 불안정한 가정 환경. 어머니는 항상 유약하고 정신적으로 나약했던 저를 보면서 8개월 만에 태어나서 몸과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면서 항상 미안해 하셨습니다. 꼭 좋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게 해주고 싶었다고,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가 저에게 말씀하기도 하셨죠.

 

생각해 보니 저는 어릴 적부터 안정적인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어른 중에서 저의 어린 시절을 자세히 아시는 분은 아버지, 그리고 이모님이 전부입니다. 이모님은 저를 항상 가까이서 지켜봐 주셨고 어머니와 저의 양육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어릴 적과 지금의 저를 보면서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하시더군요.

 

"병원에 가보라"는 이모님 말씀... 어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이모님께 안부전화를 하니 제게 그러시더군요. 요즘 심리상담사 공부를 하는데 책을 읽다가 너를 보는 줄 알고 아주 깜짝 놀랐다고, 책을 읽는 동안 저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베껴서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고요.

 

이모님 말씀은 이랬습니다. 산만하고 과격한 행동을 하고 극성맞은 성격을 지닌 아이 중 상당수가 정신적, 그러니까 뇌기능 중 전두엽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이런 아이들은 과격하고 산만한 행동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다고, 성장을 하면서 그 증세가 완화되기는 하지만 후유증이 남아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요.

 

그동안 이모님은 제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혹 장애가 아닌가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제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일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병원에서 검사를 받지 않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제 어린 시절을 기억해 보면 맞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ADHD? 내가? 그런데 왜 지금 이야기하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백하건데 이전에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ADHD? 정말 의외더군요.

 

이모님은 더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쉽게 우울해지고 감정을 잘 추스리지 못하고 그리고 간단한 지시나 역할을 자주 잊어 먹고(저는 그저 심한 건망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던 걸 보면(직장을 잡아도 쉽게 때려치거나 부적합 판정을 받아 자주 해고됨) 얼른 좋은 병원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다고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정신과라니... 솔직히 다신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신병자' 취급 받는 것도 싫었고 제 의지의 문제일 뿐 약으로 내 머리를 조종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어렵게 시작한 ADHD 치료... 나도 달라질 수 있을까요

 

그러나 역시 같은 문제로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저에게 그러더군요. 정상적인 거 같은데 마치 보면 일부러 지시를 어기는 것 같다고 저라고 노력을 안한 건 아니었습니다. 산만해지기 싫어서, 업무 지시를 잊어 먹기 싫어서 노트나 수첩에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도 결국 업무에 차질을 줄 정도로 빠트리는 일이 하루에 한두 가지씩 꼭 있었습니다.

 

어른 말 들어서 나쁠 거 하나 없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결국 제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 다녔던 병원에 가서 다시 상담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자기 전문분야가 아니라며 병원 두 군데를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병원을 여러 차례 옮기고 어린이들이 ADHD 치료하는 병원에 가서 예약을 하고 상담을 받았습니다.

 

보험이 적용된다고 하지만 백수 입장에서 상담 치료비 6만 원은 정말 큰돈이더군요. 그래도 성과는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했더니, ADHD와 조울증이 의심된다고 하시더군요. 어린 시절이나 그 행동으로 봤을 때 ADHD 치료에 집중하자고요.

 

오늘로 치료 받은 지 13일이 되어 갑니다. 물론 자주 갈 수 없어서 치료가 더디기도 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그동안 제 성격이라고, 버릇이라고 생각되던 것들이 치료 가능하며 사회생활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있을 거라며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보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어쩌면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를 받으려고 합니다.

 

27살.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이라고 하지만 이제 저도 좀 달라질 수 있을까요? 


태그:#정신과, #주의력결핍, #상담, #AD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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