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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27 재보궐선거 인증샷.
 지난 4·27 재보궐선거 인증샷.
ⓒ ssang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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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50만 개, 초당 40개. 한글로 작성된 트윗의 온라인 유통량입니다. 트위터뿐만 아니라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고려한다면 실제로 온라인에서 노출되는 메시지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SNS로 주고받는 정보의 양과 이용자 숫자에 비례해서 SNS가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파급력 역시 점점 커져 왔습니다. 특히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젊은 층의 투표참여라는 구체적인 사건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선관위와 검찰에서 선거와 관련된 SNS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이용 당사자인 누리꾼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관위와 검찰은 SNS의 파급력이 단순한 개인의 의사 표시라고 보기엔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전제로, 선거법 등 현행 법률에 위반되는 사항을 단속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권은 이에 대해 원칙적인 찬성 의견을 냈습니다. 지난 14일 나경원 후보 측 이학만 부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선관위의 SNS 규제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며 찬성 입장을 표시했습니다. 반면 야권과 누리꾼들은 젊은 층의 투표참여율이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권에서 의도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규제 방침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선거철 SNS 단속' 애매한 기준, 판단은 누가 하나

선거와 관련해서 SNS에서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선거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단순한 의사표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투표 당일 특정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내용을 SNS로 유포시키는 것은 위법입니다.

하지만 '되는 것'도 많이 하면 '안 되는 것'이 됩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트위터 게시글을 30여 차례 팔로어들에게 전달한 행위에 벌금 120만 원이 선고된 바 있습니다. 낙선운동도 안 됩니다. 다가오는 총선에 입후보할 가능성이 있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인 회사원에게 지난 18일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법률에 근거한 재판부의 판단임에도, 내용을 들여다볼 때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30여 차례 반복해서 의견을 게시하는 것이 위법이라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트위터 게시글을 열 번 정도 올리면 그것은 위법일까요 아닐까요? 또 단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올리는 것이 위법이라면 하루에 두세 개씩 띄엄띄엄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위법일까요 아닐까요?

게시 횟수의 문제뿐만 아니라 표현의 문제도 있습니다. 개인의 정당한 비판과 비방을 가르는 기준을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리트윗 수나 '좋아요'를 클릭한 횟수로 따져야 할까요? 개인의 표현에 관해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기소 권한을 가진 검찰이나 판결을 맡은 재판부의 재량에 따른 임의적인 판단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애매한 사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헌법상 권리인 언론의 자유... SNS를 통한 의사표현은 위법?

KBS <개그콘서트> 인기코너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화면 캡쳐
 KBS <개그콘서트> 인기코너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화면 캡쳐
ⓒ 개그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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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21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지며, 이에 대한 국가기관의 허가제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최근의 SNS 규제에 대한 검찰과 재판부의 판단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선거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행위가 사적인 의사표현인지 혹은 그것을 넘어선 '미디어 행위'로 볼 수 있는 것인지, 만약 SNS가 미디어에 해당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적법 또는 위법하다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논란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한편에선 '애정남(KBS <개그콘서트> 인기코너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줄임말)도 정하기 힘든 SNS 규제 기준'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현실적으로 SNS를 통해 유통되는 모든 메시지에 대해 감시와 처벌이 불가능한 탓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거와 관련한 개별 사례가 타인의 명예나 권리 그리고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법률 기관의 행위가 일종의 '사전 검열'로서 위헌 소지가 있는 까닭입니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 당사자인 누리꾼들의 여론은 대체로 싸늘합니다. "자유민주주의라며? 아니 그 자유는 어디에 있다는 거야?(@li********)", "지지도 못해 반대도 못해, 투표는 왜 하라는 거냐?(@re*****)"와 같은 비아냥에서부터, "쫄지마 씨바, 투표하면 이겨!(@kj*****)"처럼 유권자의 직접행동으로 누리꾼들의 힘을 보여주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영어 알파벳 SNS를 한글자판에 대응시키면 공교롭게도 '눈'이라는 단어가 됩니다. 선관위와 검찰은 그들의 시대착오적 대응을 바라보는 누리꾼들의 SNS, 아니 '눈'이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태그:#서울시장선거, #SNS,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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