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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 정상에 오르면 만나는 정자 (휴계소) 모습이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 정상에 오르면 만나는 정자 (휴계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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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유산 눈꽃 산행 덕유산 산행 (2012.1.8)중에 만난 산행길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하여 기사화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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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교회를 가야 하는 아내, 그리고 내 산행길에 종종 따라나서는 여동생 부부, 손아래 두 처제, 외사촌 여동생 등 주위에 친인척들을 별의별 '사탕발림과 감언이설'을 동원해 간신히 '겨울 풍경의 명소 덕유산' 산행에 참여케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덕유산 설경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 불안했다.

이날 덕유산 산행에 동참한 30명의 일행 회원들에게 기대에 못 미치는 실망을 안겨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덕유산으로 가는 차에서 인사말을 통해 "전국에 많은 산을 다니다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 따라 번갈아 가며 아름다운 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 절호의 순간을 누구나 다 만나는 것은 아니고 먼저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하고 또 '팔자에 있어야 보는 것' 같다"고 물타기 발언을 했다.

난 일전에 경험했던, 지리산 바래봉 철쭉이 그렇게 아름답다 해서 찾아갔다 다 떨어져 가는 낙화만 보고 온 이야기, 가을철 억새 산행의 명소 신불 평원, 오서산, 명성산을 찾아갔다 바람만 맞고 온 이야기, 겨울 산행의 명소 지리산, 태백산, 소백산, 무등산을 갔다가 헛걸음질만 하고 돌아온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가 찾아가는 '덕유산'도 운이 있어야 설경을 만날 것이라 말했다.

혹시 설경을 못 만났을 경우, 실망할 회원들을 생각해 미리 '설레발'을 치니 회원들 대부분 수긍하는 눈치였다. 어느 누구 한 사람도 나의 '초치기' 발언에 이의를 달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덕유산을 향해 가는 차 안에는 하하호호 웃음소리만 있을 뿐이었다.

무주리조트 입구 풍경
 무주리조트 입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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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를 타고 설천봉 정상에 올라 회원님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 정상에 올라 회원님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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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을 싣은 차는 서울 사당역에서 7시에 출발해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무주덕유산리조트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까지 가는 데 3시간이 안 걸렸는데, 고속도로 무주 IC 빠져나와 무주리조트 삼거리에 도착하니... 스키장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북이걸음으로 서행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일행 중 '파랑새 님'이 먼저 하차해 '설천봉' 오르는 곤돌라 표 30명분을 예매하기로 했다. 그런데, 표를 사려는 사람이 장사진을 이뤄 매표하는 데만 무려 한 시간여나 걸렸다. 그런데, 대기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 곤돌라 탑승 대기시간 포함 3시간이 지나도록 덕유산에 오르지 못했다.

'업친데 덮친다'더니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디지털 카메라가 단체 사진 찍고 나니 줌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이상하다. 배터리 충전상태도 양호한데…. 제 아무리 응급조치를 해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고장난 디카를 배낭에 넣고 보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깜빡하고 고장 난 카메라처럼 보조 카메라에도 손목끈이 있는 걸로 착각해, 사진을 찍고 그냥 카메라를 손에서 놓아버렸다.

그 바람에 보조 카메라마저 반파되고 말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쉬운대로 스냅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0년동안 내 생활의 필수품인 카메라가 망가지고 나니, 산행이고 뭐고 기분이 엉망이 돼버렸다. 오후 1시가 다되어 스키장 바닥에서 점심을 먹고 1시 반 돼서야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오른다.

향적봉 오름길에 돌아본 설천봉 정자 방향 풍경
 향적봉 오름길에 돌아본 설천봉 정자 방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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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을 향하여 일행들이 가고 있다.
 향적봉을 향하여 일행들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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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렵게 설천봉에 올랐지만, 역시 기대했던 상고대나 눈꽃은 보이지 않았다. 빛바랜 잔설만 남아 잔뜩 기대하고 덕유산을 찾은 일행들에게 다소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래도 코발트색 청명한 하늘에 쉴 새 없이 물찬 제비처럼 활강하며 가파른 내리막 코스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스키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어떤 분들은 나의 이 글 보고 아니 산꾼이 산행을 목표 했으면 걸어서 산에 올라야지 무슨 곤돌라를 타고 오를 생각했냐고 반문하며 실소하시는 분들이 계실 줄 안다. 물론 나도 그 생각이 옳다는 것 잘 안다. 다만, 욕심이 과해서랄까 아니면 우리나라 속담에 "공동묘지에 가면 핑계 없는 무덤 없다"라고 했듯이 조금이라도 이른 시간에 설천봉에 올라 아름다운 설경을 만난 후 하산길을 더 길게 하려 했었기 때문이다.

이날의 경험을 잊지 않고 앞으로 두 번 다시는 덕유산 산행을 위하여 곤돌라 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원래의 산행 계획은 설천봉에서 향적봉 찍고 동엽령에서 안성으로 하산키로 계획했으나 겨울철이라 해가 짧아 어쩔 수 없이 계획을 수정하여 '오수자굴' 방향으로 하산해 백련사 거쳐 삼공리로 내려오기로 하고 향적봉으로 향했다.

이어서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 1614m에 오르니 전국 각처에서 우리처럼 덕유산 설경을 만나러 온 산행 인파와 유산객 인파가 수도 없이 많았다.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붐비다 보니 향적봉 정상석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었다. 포기하고 중봉으로 향했다. 향적봉과 중봉 사이에 구상나무군락의 설화는 한 폭의 동양화 같아 일품인데 이 아름다운 설경마저 볼 수 없었다.

설천봉까지 리프트를 타고 오르 내리는 리프트 승강장
 설천봉까지 리프트를 타고 오르 내리는 리프트 승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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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 정상석 1,614m
 향적봉 정상석 1,61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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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금치 못한 채 중봉 1594m 정상 전망대에 올라 확 트인 조망을 봤다. 일품이다. 하지만, 카메라가 시원치 않아 별 흥이 나지 않았다. 이후 아내와 서둘러 '오수자굴' 방향으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하산 구간으로 내려서는데, 오수자굴 방향에서 오르던 낯 모르는 산 님이 "아니 청파 선생님 아니세요?"하면서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한국의 산하"에서 나의 산행기를 즐겨 보는 팬이란다.

그런데 비좁은 등산로에 빌려오는 인파 때문에, 이름이나 닉네임도 여쭤 보지 못하고 "사돈 남 보듯" 그렇게 헤어지고 말았다. 눈 쌓인 오수자굴 방향 가파른 하산로는 다리가 튼튼 치 못한 아내에겐 상당히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모처럼 아내 곁에 바짝 붙어 그림자 보호를 하며 조심조심 하산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일행들이 "청파님 오늘 두 분 산행하시는 모습 너무 보기가 좋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나더러 앞으로 계속해 두 분 함께 산행길에 동행하시라 당부를 했다. 하지만 일요일은 교회에 나가야 하는 아내 "도영이 할망"은 이런 산 친구들의 격려 응원 소리에 어쩐지 시큰둥한 표정이다. 나야 솔직히 아내와 함께 산행을 하면 더러는 자유롭지 못해 불편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산 보다 더 좋은 보약" 없다는 주장을 하며 산행을 즐기는 내 입장에선 아내가 산행으로 더 좋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좋은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내가 아내를 설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내의 신앙인 종교 생활에 콩 놔라 팥 놔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보 신앙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란 것 잊지 말아요."

향적봉 정상에 오른 등산객 유산객 인파가 붐비는 모습이다.
 향적봉 정상에 오른 등산객 유산객 인파가 붐비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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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 정상에 오른 산행 인파
 중봉 정상에 오른 산행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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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수자굴에 도착하니 우리가 보편적으로 보는 겨울철 고드름이 아닌, 땅바닥에서 위로 치솟아 오르는 고드름이 있었다. 이유는 굴의 온도가 조금 높은데다 습도가 있어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닥에서부터 얼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기현상의 고드름을 보고 사진을 찍어 보지만 반파된 카메라라 사진이 시원치 않아 모두 휴지통에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서 백련사 거쳐 '삼공탐방지원쎈타'까지  5.4km 눈 쌓인 자동차 도로가 이어졌다. 그야말로 산행길보다 훨씬 더 힘이 들 정도로 지루하게 내려와야 했다.  

그런데 웃기는 일은 어떤 성질 급한 거구 체형의 젊은이가 우리들 보란듯이 아이젠을 벗고 휘적휘적 앞서 가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 젊은이는 갑자기 '으라차차 꽈다당'하고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그는 한참 동안 낑낑매다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만하길 다행이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니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얼마 안 가 또다시 "꽈다당 꽈다당 " 두 차례나 연거푸 엉덩방아를 찧더니 어기적 어기적 팔자 걸음을 걷는다.

이 모습 보면서 겨울철 산행엔 젊은이, 늙은이 누구를 막론하고 방심은 금물이란 교훈을 깨우치며 삼공탐방지원센터를 나섰다. 덕유산 산행을 모두 마쳤음에도, 오후 6시도 채 안 되었다. 그런데도 어둠이 내려 앞이 분별키 어려울 정도다. 그래도 일행들은 보기 쉽지 않은 오수자굴 거꾸로 자라는 희귀 고드름을 봐서인지, 싱글벙글했다. 다행이다.

오수자굴 땅에서 위로 솟은 고드름 모습이다. 내 카메라 고장으로 물안개님 사진에서 발췌
 오수자굴 땅에서 위로 솟은 고드름 모습이다. 내 카메라 고장으로 물안개님 사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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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德裕山]  1614m 
전북 무주군, 장수군, 경남 거창군, 함양군
덕유산은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있다.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을 향해 장장 30여㎞에 뻗쳐있다. 북덕유에서 무룡산(1491)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1,507m)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20㎞를 넘는 거대한 산이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계류는 북쪽의 무주로 흘러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에 유입된다. 설천까지의 28㎞ 계곡이 바로 「무주구천동」이다. 구천동계곡은 폭포, 담, 소, 기암절벽, 여울 등이 곳곳에 숨어 "구천동 33경"을 이룬다.

청량하기 그지없는 계곡과 장쾌한 능선, 전형적인 육산의 아름다움, 그리고 넓은 산자락과 만만치 않은 높이를 갖고 있어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산 정상에는 주목과 철쭉, 원추리 군락지가 있어 봄, 가을 산행이 운치를 더한다.

덕유산은 철쭉 또한 아름답다. 특히 주능선에는 철쭉이 산재하여 있어 "봄철 덕유산은 철쭉 꽃밭에서 해가 떠 철쭉 꽃밭에서 해가 진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북덕유정상 향적봉에서 남덕유 육십령까지 20㎞가 넘는 등산로에 철쭉군락이 이어진다. 가장 화려한 곳은 덕유평전. 평평한 능선에 철쭉밭이 화원을 이루고 있다. 보통 6월25일 전후 6월  5일경이 절정이다.

덕유산은 무주구천동을 끼고 있어 여름철에 각광받는 곳이지만 가을단풍으로도 유명하다. 매우 다양하고 아름다운 단풍경승을 자아내는데 산속으로 안길수록 더욱 깊고 그윽한 맛을 풍긴다. 대표적인 코스는 구천동 33경을 보면서 북덕유산 정상을 오르는 코스. 하지만이 코스는 단풍 절정기에 너무 많은 인파로 붐비는 게 흠이다.

조용하고 깊이있게 단풍을 즐기려면 덕유산 제2의 고봉인 남덕유산이 좋다. 남덕유산 정상에 오르면 푸른빛의 구상나무와 어우러진 단풍이 한껏 멋을 풍긴다. 삿갓재에서 왼쪽 골짜기로 내려서면 원통골. 원시림지대여서 단풍이 더욱 찬란하다. 하류쪽에 조성된 잣나무 단지의 푸른빛과 참나무들의 갖가지 단풍빛이 썩 잘 어울린다.

겨울의 덕유산은 마치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연상케 한다. 첩첩산중으로 장쾌하게 이어진 크고 작은 연봉들이 눈가루를 흩날리며 선경을 연출한다.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있으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많은 눈 때문에 겨울산행 코스로 최고의 인기를 모으는 곳이다.

구천동계곡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다른 계절에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눈 쌓인 능선길을 올라 정상인 향적봉에 닿으면 눈옷을 입고 있는 철쭉군락과 주목, 구상나무숲이 보여주는 설화가 감탄을 자아낸다. 향적봉-중봉 구간에 있는 구상나무군락의 설화는 한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한국의 산하 발췌>

◉ 산 행  지 : 덕유산 [德裕山]  1,614m
◉ 산행일시 : 2012년 1월 8일 (알요일)
◉ 산행코스 : 무주리조트 = 설천봉 = 향적봉 = 중봉 = 오수자굴 = 백련사 = 삼공리탐방지원쎈
                  터          
◉ 산행인원 : 30명
◉ 산행시간 : 4시간 반


태그:#덕유산 , #향적봉, #설천봉, #중봉, #무주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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