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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파견법은 불법조장법

우리나라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은 법의 허울을 둘러쓴 불법조장법에 불과하다. 우선 파견법 제2조 용어의 정의에서만 보더라도 "근로자파견이라 함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고 있다. 즉 자기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를 동종의 다른 사용자와 파견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노동자를 양도양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법 동조가 "근로자파견사업이라 함은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행하는 것을 말한다"고 함으로써 파견업을 통한 중간이득 보장하고 있다.

과연 될법한 말인가? 아주 쉽게 말해서 출판사의 편집디자이너를 고용해서 쓰고 있는 사업자가 다른 출판사의 요청에 의해 해당 노동자를 파견하고 이에 따른 이득을 취득하는 것을 업으로 행할 경우 이 출판사의 업종은 출판업이겠는가 파견업이겠는가?

본래의 자기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해당 노동자를 다른 사업장으로 팔아넘기는 것을 업으로 행할 경우 이를 파견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파견사업이라는 것은 오직 노동자의 모집과 송출만을 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법에서 말하는 파견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 즉, 파견법은 그 출발부터 불법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 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 제9조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불법조장법인 것이다.

노동자파견법은 노동인권침해법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취득해서 경제적 사회적 생활을 영위해가는 측면에서 모든 사람은 노동자이거나 노동자 이기로 예정된 사람이다. 따라서 노동인권의 신장과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의 실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상하고자 하는 국가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파견법이 도입될 당시 정부 측은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노동 유연성 등을 이유로 전문직노동자들의 선택적 고용 확대와 시장논리에 따르는 자유경쟁체제 보장을 열거했다.

그러나 이것은 말로만 노동 유연성에 대한 효율적 대응이라고 했지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촉진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을 유발하여 노조의 단결력을 와해시키고, 해고를 남발하여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해왔다. 어쩌면 이것은 실패한 일본의 파견법을 그대로 모방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노동기준법(1947년)은 제6조에서 "...타인의 취업에 개입하여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으나 1984년 파견법의 시행은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저하를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본의 파견법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나 충분한 준비 없이 서둘러 시행한 결과 온갖 논리적 모순과 사회적 나쁜 폐단를 낳게 된 것이다. 물론 일본의 파견법이 파견 가능 직종을 열거하고 있으며, 우리의 파견법 또한 제5조에서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더구나 이 법 제5조에 의거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선원법' 제3조의 규정에 따른 선원의 업무, '산업안전보건법' 제28조의 규정에 따른 유해하거나 위험한 업무에는 예외 없이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금지. 제한 업종에서 다양한 형태의 변태적 파견사업과 노동자 임금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파견법이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아니라 '파견근로자인권침해등에관한법률'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노동자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일 뿐

2002년 이래 시행되고 있는 프랑스의 사회현대화법은 정리해고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경제적 사유에 의한 정리해고의 경우라도 반듯이 재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각각의 해고사유에 따른 재심사 절차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도록 하고 있다. 즉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에게 잘못이 없는 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해고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84조에 따라 노동자의 부상 질병을 이유로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나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정당한 절차를 이행한 해고라 할지라도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원인무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파견법을 악용하여 해고를 남발하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있어 노사갈등의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토, **모비스처럼 정규직이 단 한명도 없는 사업장이 생겨나고, 다단계 하도급에 의한 외주화는 필연적으로 고용의 불안과 파견노동자의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더구나 파견사업자나 사용사업자들은 정당한 이유가 없더라도 사전에 해고를 예고하거나 해고수당을 지급하면 마치 정당한 해고라도 되는 것인 양 인식하는 경우가 있어 노사간의 갈등이 갈수록 폭증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파견사용사업자들은 퇴직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의 지급을 회피할 목적으로 노동자들의 퇴직과 재입사를 반복시키고 있는데 이는 다름 아닌 부당해고에 해당할 뿐이다.

한진중공업이 경영상의 불가피한 해고라는 것도 더욱 엄격히 근본을 뜯어보아야 할 것이지만 노동자의 책임 있는 사유가 아닌 사용자의 경쟁영업방침 잘못, 기술개발이나 판매망 확보의 부진 등을 이유로 하는 해고라면 당연히 그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 할 것이기 때문에 경영상의 긴박한 사유에 의한 해고라고 할 수 없다.

파견법 제16조②가 "누구든지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를 한 후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기간이 지나기 전에는 당해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고 있는 것도 경영상의 이유로 정규직을 파견직으로 대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고자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고용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고용계약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님에도 타인의 취업에 개입할 경우 온전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직업소개를 영업으로 하는 자들은 당사자 간 고용계약 성립 즉시는 물론, 노동자의 임금에서 매월 일정액의 수수료를 취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와 유사한 사업형태를 취하고 있는 파견사업의 경우 또한 해당 노동자의 임금에서 일정액의 이득을 취하기 때문에 해당 노동자는 동일사업장 내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은 노동력을 제공하고도 부당한 처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파견법이 즉각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 중의 이유다.

노사간 직접고용이 유지되는 사업장이라도 노사간의 긴장과 갈등이 상존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자가 따로 있고, 사업장에서 명령 지휘하는 자가 따로 있다면 노사관계가 얼마나 복잡할 것인가? 이것은 이중계약에 다름이 아니며 변태영업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파견법의 목적이 불안전취업층의 노동자를 보호하는데 있지 않고 값싼 노동력의 제공과 노동조합의 단결력 와해로 사용자를 보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파견직과 정규직 간의 대우를 동등하게 하도록 하고 있으며, 동일사업장 동일업무에 종사하는 다른 노동자와도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형 뿐만 아니라 징역형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집단적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노동조합의 권리 및 종업원 대표권을 동등하게 보장하고 있다.

우리도 파견법 제 21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 등)에서 "①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임을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파견근로자는 차별적 처우를 받은 경우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나 이는 한갓 허울에 불과할 뿐 현실은 요원하게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 노동법은 걸래죽지 누더기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노동자파견법은 법문 상호 간에도 논리적 모순을 범하고 있으며, 상위법인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파견노동자의 양산은 노동현장의 불안뿐만 아니라 수 십 년간 양성해온 숙련노동자를 한 순간에 파견노동자로 전락시키거나 인재의 해외유출을 방치할 수 있으며, 수 백 년 이어갈 국가기간산업의 기틀을 뿌리 채 뽑아버릴 수 있다. 정부도 사용자도 당장 이익에 급급해하지 말고 국가적 장래를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파견법의 즉각 폐기, 직접고용의 실현과 동일노동 동일처우원칙 준수가 그 기본적인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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