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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지성은 다산미학 약용천재지번(정약용)이다. '세상에는 다산을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제대로 아는 이도 없다'고 어느 무림의 일가를 이룬 선사는 되뇌었다. 그는 단군 이래 이 나라의 최고 학문이었고, 철학이었으며 또한 무도인(務道人)이었다.

천주도로 인해 집안이 멸절되고, 살아남은 형 약전과 본인에게 향한 세인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그는 18년의 유배를 견뎠고, <여유당 전서> 505권을 통해 조선의 천재가 세계의 천재임을 세상에 알렸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공, 레오나르도 다 빈치천축공에 견줄 이 나라 역사 최고의 대학자이자, 조선무예도보국의 절대 예인.

유홍준은 "예술은 관념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감동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그러나 예술이 꼭 감동을 존다는 이유로서만 최고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퓰리처상을 받은 저격당하는 병사의 사진은 전쟁의 참상을 드러내 세상에 보인다는 사실로서의 기재로서는 유효했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끔찍한 전쟁의 참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물론 그들의 삶에 어울리는 사회적인 지위와 그에 걸 맞는 모습이 존재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도 분명 그들 나름대로의 다양한 모습이 있다. 삶의 형태는 다를지 몰라도 살아간다는 당위성은 분명 같은 우리 모두는 사람의 일인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환경과 경험 속에서 터득된 진리만큼만 느끼고 생각하는 법이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세상이 심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존재의 삶이란 저절로 그의 삶에서 타인들이 받게 되는 감동과 정서를 대변할 때 진정 빛을 발한다.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먼저 타인의 삶의 아름다운 한 부분으로 작용해야 한다. 마치 그 어떤 고난도 본능적으로 물리치고 제가 살던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은 뒤 죽어서도 우리에게 맛있는 고기를 선사하는 연어들처럼. 지난한 삶의 천착이 비단 경제에만 국한되는 마른 감성과 육체의 비능률적인 결합이라면 우리의 삶은 한없이 초라해 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다. 먼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관청이나 전문직에 출사하거나 종사하는 것. 둘째로 돈을 많이 벌고 난 다음 그것을 이용하여 관청에 나가는 것. 마지막으로 남의 말을 열심히 들어 인정받는 자가 되어 나름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 말을 잘 하는 것, 그 세 가지 길이다.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작은 출세로라도 인정받고 싶으면 당장 공부하고, 도를 닦아 수련하고, 남의 말을 잘 듣고, 출세한 사람에게 가서 응석 대며 빌어라. 그러나 그것보다도 방송미디어 시대에 제일 좋은 것, 즉 말을 잘하는 법부터 길러라. 그러나 그 모든 것의 전제는 아래로부터의 혁명(즉, 자기세력 확장)과 위로부터의 파괴력(낙점과 지명의 강력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명심한 다음의 일이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간혹 신분에 반기를 든 대규모 반란(임꺽정, 장길산, 홍길동 등의 야사 인물등과 우리 역사 속 민란의 주인공들)을 제외하곤, 봉건적 사회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기본적인 우리네 민초들의 순박한 정서였다. 그러나 근대 이후에는 그 민초의 아름다운 정서를 순환하던 정으로부터의 약속인 우리네 가족사도 경제라는 돌발적 종속 변수에 예속되어 버렸다. 여기 대한민주무림대국에서 나발통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사람이 있다.

"나, 말 잘 해. 나, 머리도 길어. 나, 태권도, 절권도, 전통무술 유단자, 나 무도인이야. 내 이름은 꼼수마왕 어준소셜천황(김어준)이야. 이 나라에 나보다 긴머리 잘 어울리고 나발 좋은 넘 있으면 나와 봐. 성희롱 비키니? 이거 왜 이래. 그거 지들이 알아서 올린거야.

무도의 본질을 몰라서 그래? 생각해 봐. 당신과 내가 서로 합의하고 일합을 겨뤄. 당신은 장풍을 날리고 나는 방어풍을 날려. 그럼 중간에서 그 바람이 자겠지. 주먹으로 싸워. 이래이래. 근데 둘이 공력이 비스므리하여 서로 주먹끼리 맞교환되다가 제풀에 풀려. 그래서 그만 싸우기로 합의하고 막걸리 마셔. 그럼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거잖아. 근데 무슨 일이야. 야 안 돼. 고발? 그거 절대 안 돼.

이거 법적으로도, 무도인의 본질로도 아무 것도 아니야. 쌍방합의. 일수불퇴. 낙장불입. 왜? 싱거워. 말도 안 돼. 그거야 바로. 말도 안 되는 거. 세상에 말로 다 되는 게 어딨어. 이게 바로 <나는 꼼수다>의 철학이야. 감정이입? 뭐 어쩌구저쩌구? 군력관계 없으면 성희롱 재판? 이거 끝난 거야. 없던 거. 낫아웃? 노우, 아웃이야 아웃.

페미니즘으로 보면 성희롱 이런 거 오랫동안 치마 입는 여성 무도인들이 약했어. 특히 발차기할 때 아찔하잖아. 아슬아슬해. 남자들은 좋아도 말야. 우리 나발통 무도인들이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페미니즘의 고정 프레임 이거 바꿀 필요가 있어. 나꼼수에 사진 질 한 거 이건 여성이 스스로를 대상화한 거니까.

책임 없는 게 아니라 책임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거지. 우리 나발통 무도천사들(나꼼수 멤버들)은 앞으로도 졸라 유치하게 맨틀 아래 핵 짓고 살다가 가카께서 퇴장 앞으로 하는 날 같이 전셋집 앞으로, 계룡산 속으로 할 거야."

조선 최고의 지성께서는 <여유당전서> 500여 권을 남기고 가셨다. 대한민주무림대국 최고의 입담들께서는 어떤 기록을 남기고 가실지 아직 모른다. 그들은 아직도 팔팔한 나이다. 입담은 물론 필권도의 일인자 매운눈매 중권중앙대혁창(진중권)이 나꼼수에 일합을 요청하면서 언중에 유골을 담아 날리는데 이런 내용이렸다.

"나, 진중혁창. 대한무림 최고의 입담빨, 글빨, 대가리빨. 한 마디 또 하갔어. 어준소셜천황의 언중도법에는 본인은 아닌 척 하는데 우익마초의 성향이 짙어. 내가 이런 경험 있어서 아는데, 이거 의심 가. 의심은 가는데 증좌가 부족해서. 의금부에 알릴 수가 없어. 고래. 고오래. 나 말야. 니들 생각만 하면 아, 고민 돼. 막 고민돼.

자, 이번 '비키비키비키비키여인' 건으로 나꼼수는 이제 갔어. 자멸. 어준소셜천황자 비판. 에이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냐. 나, 교수야요. 교수. 그리고 잘 나가는 사회평론가. 이런 비판 못 해. '치명적인 그녀' 시켜. 그리고 이제 팟캐스트, 아 이거 자멸했어. 스스로 루비콘 강을 건넌 거지. 건너올 수 없는 그 깊은 강. 으스스해."

범증은 칠십 대에 항량과 항우의 책사가 된 비상한 인물이다. 그러나 항우의 기력과 무지, 그리고 타인을 믿지 못하고 자기 집안 식구들에 대한 편애와 의심은 그를 떠나게 했다. 그의 떠남 이후 항우는 빈 머리를 극복하지 못했고 진에서 항복한 군사 20만을 절벽에서 몰아 죽이는 자신의 잔혹성을 막지 못했다. 특유의 노장 사상으로 인한 은자적 관심의 영향과 허무주의와의 교감으로 항우를 떠난 범증. 그의 자연 귀거래는 후일 '역발산기개세' 항우의 패배의 원인이 된다.

대권의 가도에는 오랜 기간 수련하고 호흡을 정련하여 대권법과 도법, 활법, 검술 등과 대학자 정약용을 능가하는 학문으로 무장한 당사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맹주들 주위를 감싸고 맹주들이 걸러 갈 레드 카페트에 물을 들이는 냉철하고 명석한 두뇌들도 있다. 그들을 우리는 소위 책사라고 부르고 그 책사와 주군을 지키는 비밀 결사들을 일본식으로 닌자. 우리식으로 비밀경호부대라고 부른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책사를 우리는 보통 제갈량이라 알고 있다. 그러나 유방의 책사 장량의 예처럼 정사에서는 제갈량의 책술은 장량에 이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역사를 훑어보면 항우의 책사였던 범증도, 한 고조의 책사 방통이나 괴통, 후공도 모두 실패하거나 버림받은 책사들일 뿐이다.

작금의 책사들이라는 소셜미디어의 총아들이 우리 대한민주무림대국의 앞날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하여 짚어보고 간다. 새누리공방의 책사들이나 민주통합방의 율사들,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총아들은 일방적인 나발통의 헛발질 대신 백성을 위무할 수 있는 진정한 나발의 원동력으로 무장한 '설(舌)도권법'을 내놓아야 대권으로 향하는 무림의 맹주들이 비교적 순탄하게 12월의 대전을 채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책사가 갈 길은 제시의 길이지, 그 스스로 스타의 길을 선택하면 안 된다.



태그:#김어준, #진중권, #범증, #제갈량,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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