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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비가 내린다. 요새 비가 잦은 편인데 이날 비는 봄비 치고는 많은 양이 내린다. 비가 오지만 마음은 느긋하다. 이유는 급히 '누수 공사'를 해놨기 때문이다.

귀농한지 5년.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을 했다. 실내공사부터 외부 공사까지. 손볼 일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 그중에서 옥상 누수 문제는 오랫동안의 고민이었다. 옛날식 슬라브집들의 숙명적 비애라고나 할까. 집안 본채나 별채는 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본채와 별채를 연결하는 복도에 누수가 있다는 것. 평소에는 괜찮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연결 틈새로 빗물이 스며 흘러내렸다.

나는 평소에 비를 좋아하는 편이다. 폭우만 아니라면, 청량감도 있고 운치도 있어 좋아한다. 그래도 그렇지. 비가 아무리 운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집안 벽을 타고 내리는 빗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 수는 없다. 외부에만 있어야 할 비가 그 경계를 넘어 내부로 침입할 때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 습기와 눅눅함은 별개로 치더라도 실용적으로라도 그 부분만큼 공간활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누수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다른 일을 미루고라도 서둘러야 할 문제였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사 문제를 알아봤다. 인터넷을 뒤지기도 했고 주변에 자문도 구해봤다. 뚜렷한 방법이 보이질 않았다. 아니 방법은 있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방수공사 업체에 맡기면 만사 오케이였다. 그러나, 그리되면 간단하기야 하지만 돈이 많이 든다는 게 문제였다.

'사이비 전문가'로부터 답을 얻다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가 지난 2월,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하기 위해 좀 더 수준 높은(?) 전문가들을 찾아 다녔다.

왜 있지 않은가? 재야에 묻혀 있는 사이비 전문가들 말이다. 이들은 소주 한 병에 기꺼이 전문적인 컨설팅을 해줬다. 단, 하자 발생시 전혀 책임지지 않는 컨설팅을 말이다.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두 가지 원칙을 만족시키는 공사 방법을 문의했다. 첫째는 초보자인 내가 직접할 수 있는 방법일 것. 둘째는 비용이 적게, 아주 아주 적게 들것.

소주 세 병의 '로비 자금'이 쓰일 때 즈음, 나의 두 가지 원칙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길을 찾아냈다. 비용도 저렴하고 시공법도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물론,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겠다. 내가 이름붙인 이 공사는 '맨 땅에 아스팔트'가 아니라 '옥상에 아스팔트' 정도가 되겠다.

왜 '아스팔트'인가. 방수액 원료로 아스팔트 공사할 때 사용하는 '아스콘'(일명 '골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끔찍할 것 같은가. 생각보다 그리 끔찍하진 않았다. 냄새 빼고는. 자세한 설명은 아래 사진과 함께 이어진다(방수 공사는 지난 19일 진행됐다).

찰흙과 아스팔트 프라이머로 방수 공사를?

옥사의 미세한 틈도 누수를 불러오지만 이 정도면 트랙 수준이다
▲ 옥상의 틈 옥사의 미세한 틈도 누수를 불러오지만 이 정도면 트랙 수준이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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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이 본채와 별채 연결 부분의 틈이다. 촌에 흔히 있는 일인데, 본채를 지은 후 살다가 별채를 달아내면서 대충 이어붙여 발생한 문제다.

실리콘은 방수의 정답이 아니었다.
▲ 실리콘 흔적 실리콘은 방수의 정답이 아니었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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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과거에도 누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틈새에 실리콘 작업을 해놓은 흔적을 볼 수 있다. 역시 실리콘은 정답이 아니었다.

방수 공사의 보조 무기
▲ 찰흙 방수 공사의 보조 무기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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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비장의 무기 . 학생들 학용품으로 쓰는 찰흙(점토). 어린애들 장난처럼 어설퍼 보일지는 몰라도 찰흙은 틈새를 메우는데 아주 탁월한 효능을 발휘했다.

저렴한 비용의 방수용액
▲ 아스콘 저렴한 비용의 방수용액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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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두 번째 비장의 무기는 '아스팔트 프라이머'. 1통에 3만2천 원 정도 된다. 공사를 다 끝내고도 엄청 남았다.

바닥면을 최대한 깨끗이 쓸어내고 작업해야 한다
▲ 방수페인트 작업 바닥면을 최대한 깨끗이 쓸어내고 작업해야 한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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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 페인트에 대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겠다. 원래 페인트 전문점에 가면 방수전용액을 따로 구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방수 작업은  바를 장소를 깨끗이 쓸어낸 후(얼마나 깨끗이 쓸어내는가가 방수 효과의 50%를 좌우한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경고문이 있다) 방수액을 바르게 된다.

이때 세가지  종류의 방수액을 순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먼저, 바닥면에 맨 먼저 바르는걸 '하도' (아래에 바른다고 하도라 함)라 한다. 이 '하도'는 점성이 강해서 바닥면과 방수액을 접착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도'를 바른 후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자연 건조가 된다. 건조 후에 다시 바르게 되는 것을 '중도'라고 한다. 이 '중도'가 진짜 방수의 효과를 발휘하는 액체다. 중도의 건조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상도'라는 것을 바르게 된다.

'상도'는 방수 효과도 있지만 코팅 기능이 있다. 방수액이 외부의 비바람에 더 잘 견디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방수 처리된 옥상에서 보게 되는 윤기나는 녹색 페인트가 바로 '상도' 다. 따라서 정식으로 방수액을 바른다 하면 하도, 중도, 상도, 세 가지를 모두 바른다는 뜻이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효과는 '만점'

방수페인트 작업은 한 번 칠한 후 건조시키고 그 위에 다시 칠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 덧칠하기 방수페인트 작업은 한 번 칠한 후 건조시키고 그 위에 다시 칠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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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하도 , 중도, 상도 순으로 발라주면 좋다. 하지만,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는 점이다(특수 페인트라 비싸다). 그런데 도포 면적이 그렇게 넓지 않다면, 그리고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라면 굳이 세 가지를 다 바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물론, 여유가 있다면 그렇게 해도 무방하겠지만). 촌에 살려면 비용을 최대한, 무조건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하도'에 해당하는 액체를 준비했다. 그것도 정식 전용제품이 아닌 아스콘을 사용했다('하도'도 건조되면 약간의 코팅 효과를 볼 수 있다). 내 집에 내가 사용하는 것이니 하자가 발생하면 내가 책임지기로 하고 말이다.

세 번쯤 겹칠을 하고 건조시키면 완성이다
▲ 마무리 세 번쯤 겹칠을 하고 건조시키면 완성이다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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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공정이 가지는 결정적 단점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건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것 처럼 별로 아름답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싸고 간단한 반면, 미학적 가치는 별로 없다. 별로없는 정도가 아니라 영 '꽝'이다.

그래도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바르게 될 경우에는 충분히 사용해볼 만 하다. 문제는 얼마나 방수 효과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효과 만점이다. 최근 강수에도 끄떡없이 버텼다.

요란한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이 기사를 작성한다. 어서 이 글을 마저 쓰고 커피를 한 잔 타야겠다. 오랜만에 음악 볼륨을 높이고 비오는 창가에 서 있어야 겠다. 우유를 듬뿍 넣은 따뜻한 커피를 들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제 블로그에도 실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태그:#방수공사, #옥상작업,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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