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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넘기'. 어릴 적에 참 많이 했습니다. 친구들과 1000개 넘기 게임도 했습니다. 그 때마다 꼴찌였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꼴찌였습니다. 줄넘기만 아니라 모든 운동이 그랬지요. 운동회때마다 달리기에서 5명이 뛰면 5등, 4명이 뛰면 4등, 3명이 뛰면 3등이었습니다. 단 한 번도 뒤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없었습니다.

 

나의 사전엔 '2단 줄넘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달리기할 때마다 내 뒤에 단 한 명이라도 있기를 바랐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단 줄넘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쉽게 하는데 왜 안 되는지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 우리 부모님은 이토록 운동 못하는 나를 낳으셨을까?'라는 생각까지 다했습니다. 달리기 꼴찌에서 벗어나기와 2단 줄넘기는 나의 사전엔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우리 아이들 역시 아빠를 닮아 그런지 운동과는 담을 쌓았습니다. 그래도 저와 다른 것은 운동과는 닮을 쌓았지만 좋아합니다. 특히 막둥이는. 며칠 전부터 큰 아이가 줄넘기를 했습니다. 그것도 2단 넘기를. 처음에는 단 한 번도 넘지 못했지만 피나는(?) 노력을 하더니 드디어 한 번을 넘었습니다.

 

 

큰 아들, 2단줄넘기 아빠 소원 풀어줘

 

"인헌아! 네가 아빠 소원 풀어줬다."
"아빠는 못해요?"
"아빠는 2단 줄넘기 못 넘어. 아직까지 넘어 보지 못했어."
"아빠 내가 소원 풀어줬네요."
"당연하지. 그런데 무슨 일 있어? 2단 줄넘기를 그렇게 하게."
"체육 시험이예요. 굉장히 비중이 높아요."

"체육 시험?"

"다른 친구들은 50개도 넘게해요. 그런데 나는 아직 8개가 최고예요."
"아빠는 네가 2단 줄넘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할 수밖에 없다. 아빠 소원을 풀어줬으니까."

"오늘 목표는 12개예요."

그런데 워낙 높이 뛰어 그만 몇 번 넘지 못했습니다. 거의 하늘을 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뛰면 몇 개 넘지도 못합니다. 체력이 금방 떨어지고, 잘못하면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낮게 뛰면 더 많이 넘어 20개, 50개도 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오빠도 하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어림없지

 

큰 아이는 몸은 약하지만 의지 하나만은 엄청나게 강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하는 성격입니다. 집에서는 잘 나서지 않지만 학교나 모임에서는 앞장 섭니다. 아빠와 많이 다르지요. 오빠가 넘는 모습을 본 딸 아이도 뛰겠다고 나섰지만 어림없습니다. 우리 집에서 가장 운동신경이 없습니다. 아빠보다 더 합니다. 아빠와 엄마 합작품입니다.

 

"아빠 나도 넘어볼게요."
"네가 넘을 수 있겠어?"

"할 수 있어요. 왜 못한다고 하세요. 잘 할 수 있단 말이예요."

"그래 잘하는지 한 번 넘어 보라니까?"

"잘 안 된다."

"괜찮아. 오늘 갯벌 체험 다녀와 몸이 피곤해서 그럴거야. 오빠도 2단 줄넘기 아예 못했잖아. 그런데 오늘 얼마나 잘해."

"알겠어요. 나도 열심히 해서 꼭 2단 줄넘기 성공할거예요."

 

반드시 뛰어넘기를 바랍니다.

 

 

큰 아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성공한 2단 줄넘기입니다.

 

▲ 2단 줄넘기, 아빠보다 낫지요 아빠는 줄넘기를 잘 못하는데 큰 아이는 대단합니다. 우리집에서는 유일무이한 일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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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2단 줄넘기, #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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