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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겠지만 5월 마지막주는 집회와 교섭으로 분주했다. 노동자, 민중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 등이 하루에도 몇 번씩 대전을 비롯해서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통합진보당 사태 여파도 있겠지만, 노동자들의 생존권적 요구는 여전히 빨갱이, 폭력분자로 비난받으며 무시당하고 외면당하고 있다.

며칠 전 참석한 교섭 자리에서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문제를 풀어가는 것을 보니 합리적 집단이고 많이 변했다는 조롱 아닌 조롱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합리적' 운운하는 이들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교섭 요구와 주장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이야기 하자' '다른 구청들 교섭 상황을 보면서 이야기 하자' 등의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내세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교육감 면담을 요청해도 어르신(?)이 바빠서 볼 수 없으니 담당자와 이야기 하라고 한다. 또한 어느 공공기관의 면담에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하며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말만 일삼는다.

집회와 시위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어떠한가? 거리행진을 하면 시민, 상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손해를 본다고만 이야기하며, 시위를 하는 이유나 목적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현실화, 간접고용철폐,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대전지역 차별철폐 대행진이 지난 5월 24, 25일에 진행됐다. 여기에 공정방송 쟁취와 이명박 정권 낙하산 사장 퇴진을 걸고 파업을 전개하고 있는 언론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그러나 이들 언론 노동자들의 파업이야기 마저도 뉴스에 보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이것은 힘의 불균형 때문일 것이다.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가 악다구니를 써가며 온몸으로 외쳐도 무시당하지만, 재벌과 정치인들이 쉽게 내뱉는 몇 마디가 기사화되는 구조는 몇 몇 언론인들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며 힘의 문제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직장을 갖고 그 공간에서 생활한다. 학교에서 두발단속, 복장단속 하듯이, 사용자들은 직장에서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규제하려 한다. 사용자라 불리는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가족'이라 하기도 하지만, 그 가족은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에 눈뜨지 못하고 사장님을 우러러 볼 때만 해당된다. 자신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요구할 때에는 가족은 사라지고 계급적 폭력성과 야만성을 드러낸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은 노동력을 팔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노동력을 팔지 않으면 굶어 죽어야하기에 노동력을 팔지만 그들의 인격과 인권을 판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용자(자본가)의 월등한 힘은 노동 기본권과 인권을 우습게 만들어 버린다.

이런 불평등한 힘의 관계를 보완하기 위해 노동자가 단결해서 교섭할 수 있고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동법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은 헌법 33조에 이 권리를 명시하고 아주 중요한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대리운전기사, 덤프, 화물, 캐디, 정수기닥터, 각종 프리랜서 등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유령으로 존재한다. 이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사업·위탁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복수노조 시행으로 인한 교섭창구 단일화,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타임오프 등으로 노동조합을 옥죄어 오고 있다.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포함한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리가 나와 나의 가족들의 인권과 맞닿아 있다. 이들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과 토대를 만들고 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소득 재분배, 작업장과 사회 민주화를 만들기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확대시키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며 보편적 인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요구에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연대하고 참여하자!
한진중공업에 보여줬던 관심을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단결하자!

노동자, 시민들의 연대로 노동자들의 정당한 생존권적 요구와 노동 기본권 확보를 위한 투쟁은 불평등한 힘의 관계를 뒤집는 것. 세상을 바꾸는 것이 인권의 또 다른 출발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쓴 오임술님은 민주노총 대전본부 조직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동자인권, #민주노총, #노동자투쟁, #노동법, #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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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인권연대는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세계평화의 기본임을 천명한 세계인권선언(1948.12.10)의 정신에 따라 대전충남지역의 인권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해 인권상담과 교육, 권력기관에 의한 인권 피해자 구제활동 등을 펼치는 인권운동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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