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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OECD가입국이며 G20을 개최하고 세계경제규모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둔 자본주의국가이다. 짧은 기간 동안 매우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 원동력 중 하나로 노동자들의 근면성실을 꼽기도 한다. 또한 봉건제 시대 왕권 강화를 위해 강조했던 충효 사상이 군사독재를 유지하고 노동자들을 순종시키고 복종시키는 역할로 사용 되었다.

그래서 일까? 자본가들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얼마 전 대덕연구단지에서 비정규직노조가 만들어졌다. 최근 대덕연구단지 내 청소, 경비 업무 영역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아닌 비정규직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그러나 회사는 노동조합의 주요 간부를 인사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해고시켰다. 해고 이유가 노조가입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불온선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궁색한 답변을 하고 있으나 어떤 내용이 불온한지는 말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자신이 노동자들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고 돈도 잘 챙겨 주었는데 노조를 결성하려 하는 것은 배은망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광고 문구를 히트시킨 모재벌기업도 무노조 경영을 천명하며 대한민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노조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연구원이 나서서 부당해고 철회하고, 비정규직노조와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노조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연구원이 나서서 부당해고 철회하고, 비정규직노조와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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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정리해고 사업장에서도 기업주들은 필요할 때만 그들을 가족으로 불렀다. 노동자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주면 주는 대로 받아야하는 가족일 뿐이다. 노동자가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거나 회사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외부세력의 사주를 받은 불온한 무리로 간주될 뿐이다.

대전 인근에 기타를 생산하는 콜텍의 경영진들도 그러했다. 교섭 자리에서 만난 회장은 우리 직원들은 하나같이 착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금속노조, 민주노총 등의 외부세력이 망쳐놨다고 했다. 화장실에 가려 해도 눈치를 보고 욕을 들어야 했던 노동자들은 그 회장을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 할까? 가족과 떨어져 부당해고 위장폐업분쇄를 외치며 거리에서 6년이 넘도록 투쟁하는 콜텍-콜트 노동자들은 지금도 떠나간 공장을 지키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 자신의 정체성이 진보로 규정하고 이명박 정권을 비난하지만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사람들이 있다. 노동에 대한 이해가 없이 스스럼없이 진보라고 한다. 전도된 계급의식은 청년실업과 같은 노동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몰아간다. 배가 덜 고파서, 눈높이를 낮추지 않아서 취직을 못한다고 말한다. 비정규직이 되는 것은 오직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것이며 실업자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열심히 일한 노동자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은 OECD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4.6시간)을 하면서도 사람답게 살기 위한 자신의 권리를 내팽겨 치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다'라고 외쳐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있는 반면에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라 불려지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들의 권리를 위하여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이며 전세계적으로도 정당성을 인정 받고 있다.

그러나 저임금 노동자들이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고 또 그 당의 대통령후보에 열광하는 전도된 계급의식이 있는 한 노동자의 권리는 쟁취할 수 없다. 자본가<기업주>는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하도록 가족, 충효사상, 근면성실, 애사심, 모범사원 등의 각종 이데올로기를, 온갖 매체를 이용해 어용 지식인을 내세운다. 최근에는 노조를 깨기 위한 컨설팅 업체나 금속노조 SJM, 유성기업처럼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직접적 폭력을 동반하기도 한다.

노동자는 노동자다. 자본에게 노동자를 부탁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노동자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되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만들어 가야 한다. 노동하는 사람들이 노동자 의식을 분명히 갖고 연대할 때 세상은 조금 더 행복해 질 것이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만들고 노동자 간 서열을 만들어 분열을 시도할 때 우리는 노동이라는 단어로 함께 해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는 노동자계급의 단결의식에 사용되어져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보다 노동이 존중받고 행복한 사회가 보편적 인권사회의 출발이다. 이번 한가위에는 노동하는 삶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 일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우리는 노동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노동의 권리와 노동조건에 대해 비교해 보자. 완전한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우리의 이야기 노동의 이야기를 통해 노동자가 노동자를 거부하는 의식을 떨쳐내자.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자란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오임술씨는 민주노총 대전본부 조직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동자인권, #노동자의식, #인권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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