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물리치료할 때 쓰는 파라핀 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을 담그고 굳으면 떼어낸 후 녹여서 재사용을 합니다.
 물리치료할 때 쓰는 파라핀 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을 담그고 굳으면 떼어낸 후 녹여서 재사용을 합니다.
ⓒ 윤태

관련사진보기


최근에 제가 손등에 부상을 입어 물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해 병원을 꺼져했지만 통증이 심하고 불편이 크게 따라 정형외과를 찾게 된 것이지요. 물리치료 과정에서 이번에 파라핀 찜질 치료(첫번째 사진)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파라핀 통에 손을 담갔다가 빼면 촛농 같은 것이 굳어지면서 내부의 열이 부상이 난 곳에 침투해 찜질효과를 보는 것인데요, 굳으면 손으로 떼어내고 치료가 다 끝나면 그 촛농 같은 것을 통에 넣고 다시 녹여서 재사용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제가 다니는 병원에는 이 파라핀 치료기가 두 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치료를 받다보니 파라핀 통 중 한곳에서 손에서 나온 각질이나 때 등 부유물과 이물질이 상당수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마지막 사진). 보기에도 안 좋고 위생상 문제가 될 것 같아 이 파라핀 치료를 한 후에 얼른 찬물에 손을 씻기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하면 찜질효과가 덜하다더군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위생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였기 때문에 치료 후 손을 세척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효과가 없어진다는 말에 손을 씻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

며칠 파라핀 치료를 받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 통에 손을 담그기가 싫어졌습니다. 치료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도 했지만 그 치료 후 손을 바로 씻을 수가 없으니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재사용을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재사용을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한다고 합니다.
ⓒ 윤태

관련사진보기


그래서 물리치료사에게 파라핀 통이 너무 더러운 것 같으니 청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물리치료사는 원래 다 이렇다고 밝히고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있으며 이정도 부유물질로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어린이나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이 파라핀 치료를 받은 후 그 손으로 음식을 먹거나 해서 배앓이를 할 수도 있는 일이지 않냐며 다시 한 번 개선책을 요구했지만 물리치료사는 문제 될 것이 없으며 정히 이 치료가 싫으면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물리치료사는 또한 이 치료를 받는 현재 어린이 환자도 없을 뿐더러 손에 상처난 사람이 이 통에 손을 담그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언제든지 어른이 환자가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며 손에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냐며 개선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계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자 저더러 시간 많냐고 반문을 하며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이 문제를 병원장님께 직접 건의 드리겠다고 하자 물리치료사는 그러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의견충돌이 있은 지 약 30분 후, 2차 물리치료를 마치고 파라핀 통의 위생 상태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병원장님과 직접 면담에 들어갔습니다.

면담 자리에서 병원장께 사진을 보여주며 이에 대한 개선책을 요청했지만 물리치료사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통 속에 물이 있고 온도가 높든 낮든 간에 늘 데우고 있어 감염 등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주에 한번 정도 청소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것 보다는 지하철 손잡이, 문고리 등에서 더 많은 세균이 묻어 있을 것이라며 역시 문제없음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청소하고 통을 갈아주는 주기를 좀 더 당겨서 관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확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단지 눈으로 보이는 즉 미관상의 이유로 굳이 필요치 않은 관리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병원장은 말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수밖에요. 병원장께는 환자를 대하는 물리치료사의 태도에 대해서만 제가 지적하고 위생상 문제없다는 말에 수긍하며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이런 문제는 물리치료사나 병원장이 아니라 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요. 병원장 면담 들어가면서 기대 반, 실망 반 했던 저는 그 결과로 실망이라기보다는 병원은 갑, 환자는 을이라는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맞구나 하는 것을 느꼈을 뿐입니다. 

그래서 독자 여러분들께 여쭤보겠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저 파라핀 통에 손을 담그고 싶습니까?
위생상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까?
그동안 청소 주기가 2주였다면 그 주기를 짧게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사람의 손에서 나온 각질과 때 등 이물질과 얼룩이 가득합니다. 손을 담그기 싫지만 그래도 담궈야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손에서 나온 각질과 때 등 이물질과 얼룩이 가득합니다. 손을 담그기 싫지만 그래도 담궈야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윤태

관련사진보기




태그:#파라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