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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방송국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서 방송준비를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방송국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서 방송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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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마지막 TV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는 전교조 비판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문재인 후보에게 "전교조 해직교사 변호도 하고 전교조 인사가 선대본 주요 인사를 맡고 있고..."로 시작해서 전교조와의 연대를 계속 할 거냐고 다그쳤다.

박근혜 후보는 두 번씩이나 서울교육감에 출마한 전교조 위원장 출신 이수호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전교조가 초기 참교육 정신이 변질되어 시국선언이나 일삼는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전교조 교사인 필자가 듣기에 박근혜 후보의 '전교조 비판'은 한마디로 어이없는 이야기였다. 그는 '100% 대한민국, 국민대통합 대통령'을 모토로 내걸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100% 대한민국에 전교조는 없고, 그가 말하는 국민대통합에 그의 비판세력은 포함되지 않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한 누리꾼은 "그분이 말하는 100% 국민대통합엔 일단 전교조는 못낌. 전교조는 교사 6만명이 가입되어 있는 합법적인 조직입니다. 그 100% 국민대통합이 일단 자기 의견에 100% 동조해야 통합한다는 뜻이 아닌가 싶네요"라고 그를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도 이런 박근혜 후보의 인식을 "전교조가 같이할 수 없는 세력이냐? 나는 한국교총하고도 같이 한다. 교육도 이념적으로 편가르기를 하는 것이냐?"고 맞받아쳤다.

대한민국 교사 5명 중 1명은 전교조 소속이다. 학생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전교조 교사에게 교육을 받지 않을 확률은 극히 낮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교원단체를, 수백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을 같이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처럼 매도하면 그들에게 수업 받는 학생들은 뭐가 되는가? 참으로 우려스러운 현실 인식이다.

그의 말 중에서 가장 우스운 것은 전교조의 초기 참교육이 변질되었다는 말이다. 그는 누가 뭐래도 유신의 2인자였고, 그가 속한 새누리당은 전두환 군사정권이 세운 민정당이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쳐 간판과 얼굴만 바꾼 정당이다.1989년 전교조가 처음 태동하던 시절 "교사가 무슨 노동조합이냐?"며 빨갱이라고 교사들을 감옥으로 보내고, 학교에서 쫓아내 길거리로 내몬 것이 그들이다. 전교조의 전신인 4.19교원노조를 강제로 해산시키고 3000명의 교사를 해직시킨 것이 5.16쿠데타에 의해 들어선 박정희 군사정권 아닌가? 그후 군사정권은 교원노조 결성을 이유로 1500명의 교사를 다시 해직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후예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2012년 전교조를 아예 불가촉천민으로 취급하고 있다.

박 후보는 기본적으로 역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의 새누리당 세력은 전교조를 단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는 세력들이다.  그들은 4.19교원노조부터 89년 전교조 태동, 합법전교조 2012년 현재까지 단 한번도 전교조를 파트너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국가전복세력이나 불법친북세력 정도로 취급해 왔다. 한번도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은 박근혜 후보가 "전교조의 초기 참교육이 변질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히다.

박근혜 후보는 3차 TV토론에 나와서 "전교조가 시국선언과 민주노동당에 불법적으로 가입 해 학교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박근혜도 인정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MB정부의 경쟁적 교육정책에 대한 정책 방향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오히려 이런 교사들을 강제로 쫓아내서 학교에 혼란이 생긴 것 아닌가?

민주노동당 불법 가입은 이미 법원에서 수십 차례의 재판을 통하여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박근혜 후보도 신문이나 방송을 본다면 모를 리가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는 아직도 전교조 교사가 정당에 당원으로 불법 가입한 것처럼 국민들 앞에서 잘못된 내용을 이야기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일제고사, 시국선언, 정당 후원 등 정권과 다른 입장을 가졌다는 이유로 38명의 전교조 교사들을 길거리로 쫓아냈다. 그런데 법원은 이들 중 단 한 명도 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해 주지 않고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일제고사와 시국선언 탄압, 정당 후원 교사 해고는 UN 등 국제기구에서 이미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 정도면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1인자 박근혜는 사과를 하고, 전교조 해직교사들 앞에서는 무릎이라도 꿇어야하는 상황이다.

박근혜 교육공약은 전교조 주장 그대로 베끼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방송국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서 방송준비를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방송국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서 방송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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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전교조 비난 발언이 황당한 이유는 그의 공약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교육공약 절반 정도는 전교조 정책 베끼기에 해당한다. 적어도 내용만 보면 그렇다.

- 인성교육 우선 수업 강화 : 공동체정신과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협력학습
- 초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폐지, 초등학교 : 급식 및 방과후프로그램 무료 제공
-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 : 수업료·입학금·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무상 지원
- 사교육비 경감 정책 추진 : 선행학습형 출제 금지하고 위반 시 강력한 불이익 조치
-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 : 수업지도 및 생활지도 외의 교무행정지원인력 배치
- 신규교사 채용 확대 및 교원 수업시수 경감 : 2017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수를 OECD 상위 수준으로 개선

언뜻 보면 진보정당의 교육공약 같은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교육분야 선거 공약으로 내놓은 것들의 일부이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질 정도다. 이런 것들은 전교조가 태동 때부터 수십년간 주장해 오던 내용들 아닌가? 이것들을 지금 전교조를 그토록 싫어하는 박근혜 후보가 교육공약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적어도 이런 것들은 가히 표절이라고 불릴 정도 수준 아닌가?

전교조가 창립 초기부터 인간화 교육을 구호로 내걸며 국영수 위주의 일시교육을 철폐하고 인성교육 강화를 내세워 온 것은 국민이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때에는 전교조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 안해서 학력 떨어니고, 나라의 경쟁력 떨어진다며 난리를 피우더니 이제는 태도가 달라졌다. 무상교육하면 나라 망한다며 온갖 욕을 다하던 세력들이 이제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하자는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한다.

이뿐 아니다. 박근혜 후보가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 공약을 발표했는데 참으로 우습다. 일제고사 반대한다고 선생님들을 13명이나 길거리로 내몬 것이 새누리당 정권이다. 그 중에 11명이 초등학교 선생님들이다. 그런데, 일제고사 반대하던 전교조 선생님들 자를 때 동조 또는 침묵하던 그들이 이제 와서 일제고사 폐지한다고 하고 있다.

더 웃기는 것은 선행학습 관련 내용이다. 박 후보는 TV토론에 나와서 선행학습금지법까지 만들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런 내용이 아니다. 학교에서 교과진도를 벗어난 시험문제를 출제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내용인데, 이건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관련 공약을 제대로 이해나 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선행학습금지법 만들겠다는 박 후보의 발언 역시 신뢰가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전교조가 지난 수년간 사교육비 절감과 학생건강권 보호를 위하여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심야학원 금지 법제화'를 반대해온 것이 새누리당이었기 때문이다. 국제중과 자율형사립고 만들어 초등학생까지 입시 학원에 다니게 한 것이 새누리당 정권인데 그들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선행학습을 금지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건다는 게 과연 믿을만한 이야기일까?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을 위하여 수업지도 및 생활지도 외의 교무행정지원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지난 2년간 전교조와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정책 중 하나이고, 신규교사 채용 확대 및 교원 수업시수 경감을 통하여 교사 1인당 학생수를 OECD 상위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은 전교조가 20년 전부터 주장해 온 내용이다.

가장 웃기는 것이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시와 방과후학교 무상 실시 공약이다.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들이 친환경 재료로 만든 밥 한끼 공짜로 아이들에게 먹게 해주자는 무상급식을 반대하면서 183억의 혈세를 쓰면서 주민투표까지 했다. 이 주민투표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게 새누리당 아니었나?

이런 새누리당이 이제와서 (초등학교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무상급식과 방과후학교 무상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가 무상급식, 방과후학교 무료화를 주장하면 포퓰리즘이고, 박근혜 후보가 주장하면 국민대통합인가? 적어도 양심이 있는 지도자라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태그:#박근혜, #전교조, #이수호, #문용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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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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