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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상담팀장
▲ 안산시외국인주민통역상담지원센터 김상헌상담팀장
ⓒ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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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태국인 근로자 A씨는 작업 중 관리자로부터 폭행을 당해 사업장을 변경했다. 사업장내 폭행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며 외국인고용법상 사업장 직권변경 사유가 된다. 이런 경우는 거의 사업주가 근로자의 사업장변경요구에 동의를 해주는 형식으로 합의가 이뤄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한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개선 및 브로커 개입방지대책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업장 선택 및 변경권리를 사실상 없애버렸다.

안산시 외국인주민통역 상담지원센터 김상헌 상담팀장은 "실제로 사업장변경관련 상담이 임금체불에 이어 많이 차지한다"며 "대부분 제조업보단 농어촌 등 노동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사업장변경 상담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근로기준법위반 등 특별한 경우 외에, 단순히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다"며 "사업장변경에는 사업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농업분야 캄보디아 근로자 세 명이 불법파견과 기숙사시설 낙후, 지연지급문제로 사업장변경을 요구하며 근무지를 이탈한 사건이 발생했다. 상담센터의 합의중재로 2명은 동의를 얻어 사업장을 변경했지만, 일손 부족을 이유로 한 명은 동의를 얻지 못해 사업장변경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곳에 남아 일하고 있다.

김 팀장은 "지난해 8월부터 실시된 정책 때문에 외국인근로자에게 사업장선택권이 없어졌고, 모든 권한이 사용주에게 있다"며 "현행 고용허가제하에선 사업장변경도 어려우니,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외국인들이 꾀를 부리게 되고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개정한 '브로커개입 방지를 위한 사업장변경제도 운영개선 내용'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는 5년의 체류기간동안 겨우 3번만 사업장변경이 가능하다. 또한 전과 달리 근로자가 구인업체의 명단을 받을 수 없고, 대신 고용센터가 구인업체에 외국인근로자의 정보를 제공해 업체가 직접 채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근로자는 자신을 채용하려는 사업장에 대한 거부권이 허용되지만, 한 번 거부하면 2주 동안(개정 전에는 4일) 알선을 받지 못한다. 이렇게 3개월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미등록자(불법체류자)가 되므로 출국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장과 계약할 때 기존의 1년 계약에서 3년 계약으로 바뀌어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동을 더욱 어렵게 했다.

김 팀장은 "이 정책은 노동자를 무시한 철저한 사용주 위주의 정책으로서 외국인근로자를 노예취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생산노동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우리나라 구조에서 뿌리산업(3D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외국인근로자다"라며 "2025년이면 500만 명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부터라도 장기적 시각에서 열악한 뿌리산업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외국인근로자에게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훗날 프랑스 폭동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정부가 지금부터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단순한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사업주의 외국인 인권교육, 근로기준법교육, 외국문화교육과 외국인근로자의 언어교육, 법률교육 등이 국가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또한 다문화 정책에 대해서도 "현재 다문화를 위한 예산은 엄청나다. 각 부서별로 중복되는 것도 많은데, 이것들이 내실은 없다"며 "예를 들어 한국어교육 같은 경우, 강의가 많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열악하다. 특히 농어촌지역은 상황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안산시 원곡동에서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베트남인 B씨는 "센터에서 한국어교육을 운영해도 시간이 없고 여건이 안돼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게 빈번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실제로 다문화가정이 수혜를 받는 게 많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을 경쟁에서 도태되게 하는 독약이다"라며 "단순 퍼주기가 아닌 장기적으로 자립성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이 펼쳐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태그:#외국인근로자, #사업장변경,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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