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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약속한 국민행복기금 조성 공약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당선인은 18조 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320만 명에 달하는 채무불이행자의 채무를 일반은 50%, 기초수급자는 70%까지 감면할 계획이다. 그리고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갖고 있는 다중채무자에게 저금리 장기상환 대출로 전환해주겠다고 공약했다. 인수위는 출범 직후 시행을 목표로 재원 등 세부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는데 벌써부터 재원 마련 문제 공약의 실현 가능성 문제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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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채권을 5~6% 가격대로 사 빚 감면하겠다는 복안"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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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한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기존의 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이미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기금 조성에 대해서 말이 많다"며 "캠코의 프로그램은 은행에서 연체 중인 대출 채권을 사서 채무의 30~40% 정도를 감면하고 60~70% 정도를 장기 분할하는 조건인데 이 채권을 5~6% 수준의 가격으로 직접 사서 50~70%를 감면해주겠다는 것이 인수위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은행 빚을 졌다면 그 100만 원의 채권을 국가에서 5~6% 정도 가격인 5~6만 원에 사서 50%에서 최대 70%까지 빚을 감면해주고, 나머지 금액을 국가에 갚도록 하겠다는 것. 즉 18조 원의 기금을 국가 채권을 통해 조성하고 그 돈으로 은행에서 부실채권을 사들여 직접 빚을 감면, 나머지 빚을 장기 상환하도록 해 모두 갚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렇게 채무자를 통해서 얻는 이윤으로 조성된 기금을 충당해 국가 재정 투입 없이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인수위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제 대표는 "은행으로부터 사들이는 채권은 6개월에서 1년 이상 부실 채권이 돼 상각하고 회계 장부에서 이미 손실로 처리된 것들"이라며 "그렇게 채권을 사고 파는 시장이 존재하고 은행은 투자자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채권을 손실 처리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주의 깊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원래부터 캠코와 은행 사이에 그러한 거래가 있고 또 채권을 싸게 매입해서 다시 추심하는 금융 시장 역시 이미 존재한다는 것.

제 대표는 "은행으로부터 100만 원짜리 채권을 5~6만 원에 매입해 채권자로부터 100만 원을 다 받아내면 엄청난 수익률을 보일 것"이라며 "대부업체도 많이 사고 신용정보회사·채권추심회사에서도 많이 사는데 부실율이 높아서 잘 남겨야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빚 독촉에 대한 규제가 허술하기 때문에 굉장히 잔인하게 독촉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대부업체·채권추심업체 득 볼 수 있다"

이러한 채권 매입을 국가가 직접 하겠다는 게 인수위 정책의 골자다. 제 대표는 "흔히 채무자의 모럴 해저드를 지적하는 여론이 많다, 그런데 국민행복기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당장 채권자들이 대출 영업을 할 때 '국민행복기금이 풀리니 39% 짜리를 빌려도 곧 20%로 갈아탈 수 있고, 안 되면 정부에서 감면도 해주지 않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제윤경 대표는 "대부 업체가 은행의 부실채권을 싸게 사는 보통의 경우 1% 정도의 가격에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런 것을 추심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아예 정부가 나서 이를 5~6% 가격에 사주면 사실상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정부의 채권 매입 정책이 금융사에게 오히려 혜택으로 작용하면서 대출업자들의 모럴 해저드가 우려되고 있다는 게 제 대표의 주장이다.

덧붙여 제 대표는 "사실 인수위는 채권을 5~6%에 사겠다고 하지만 금융사들이 국가가 대량으로 구매해 주겠다고 하는데 그 가격을 굳이 싸게 팔 이유가 없고, 채권을 국가가 구입해서 빚을 줄여주면 카드사는 그 줄여진 빚만큼 한도를 늘려주는 등 우려되는 게 많다"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이나 대부업체가 함께 빚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국민행복기금을 전제로 더 적극적인 영업을 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제 대표는 "저는 오히려 여기서 우리가 빚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의식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빚을 못 갚을 때 파산과 면책을 통해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빚을 못 갚아서 파산해 은행이 손해를 보게 되면 이것은 금융 시장에서 돈을 빌려줄 때 신중하게 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본 손해라는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 대표는 "파산 제도가 잘 작동되면 채권자들이 돈을 빌려줄 때 신중해져서 우리나라처럼 여기저기서 돈 빌려 쓰라고 난리 치지 않는다"며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 부분을 냉정하게 보면 이런 채권들은 사실 대부분 6개월·1년 정도 연체된 것으로 이들은 안 갚는 게 아니라 못 갚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파산·면책 시켜주면 될 것을 굳이 정부가 돈을 들여서 사서 다 갚아 주는 것도 아니고, 나머지 금액을 갚게 하면서 채무자들을 계속 빚 독촉에 노출시킨다는 이야기.

제 대표는 "심지어 나머지를 상환할 때 그 빚을 빚 독촉하는 회사에 맡기겠다는 정책도 있다"며 "국민행복기금의 일차적인 수혜 대상은 대부업체와 채권추심업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그:#이털남, #국민행복기금, #가계부채, #박근혜,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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