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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로드 길거리에서 남편이 마사지를 받는 동안 맞은편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구경했다.
 카오산로드 길거리에서 남편이 마사지를 받는 동안 맞은편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구경했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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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위치한 쌍타이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어슬렁어슬렁 걸어 힐튼 호텔 앞에 있는 마사지숍으로 갔습니다. 후아힌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데 가격은 저렴했습니다.

반콴콰몬 마사지숍에 들어섰을 때 서양 여자가 마룻바닥에서 등 마사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머뭇거리자 주인 여자가 우릴 책상께로 안내해서 어딜 받을 것인지 물었습니다. 난 등을 받겠다고 했고, 남편은 전신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알았다면서 우리를 2층으로 안내했습니다.

난 등만 받으니까 서양여자처럼 마룻바닥에서 간단하게 받을 줄 알았는데 남편과 마찬가지로 2층으로 데려가는 게 조금 의아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우리를 담당할 두 명의 마사지사가 수돗가로 데려갔습니다. 의자에 앉자 그녀들은 우리 발을 씻겼습니다. 누군가에게 발을 맡긴 경험이 없어서 편안하게 즐기기 어려웠습니다. 

남편 또한 처음인건 마찬가지일 텐데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마사지사에게 여러 말을 시켰습니다. 그녀가 우리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그녀와 남편 사이에는 여러 말이 오갔습니다.

남편의 마사지사에 비해서 나를 맡은 마사지사는 자기가 맡은 일만 하고 받을 것만 받고 싶어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나와 코드가 맞았습니다. 나 또한 시덥잖은 대화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발 씻기를 끝마치고 우리는 옆방으로 안내되었습니다. 그곳은 꽤 넓은 방으로 매트가 양쪽으로 여러 개 깔려 있었고, 이미 여러 사람이 마사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매트에 누웠습니다. 마사지는 대체로 몸의 뭉친 근육을 푸는 동작이 많았습니다. 요가 동작을 따라할 때처럼 마사지를 받으면서 긴장됐던 근육이 풀리는 걸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계속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힘이 세냐, 어쩜 그렇게 마사지를 잘 하냐, 등의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마사지사를 칭찬했습니다. 반면에 난 쥐죽은 듯 조용히 누워서 마사지를 받았고, 나를 담당한 마사지사도 조용히 마사지를 할 뿐이었습니다. 마사지를 마친 후 남편은 마사지사의 손을 잡으면서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냐며 감탄했습니다.

쉽게 감탄하는 게 남편의 장점이니까요. 그런데 난 팁을 얼마 줘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마사지 받는 동안 계속 팁을 계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차라리 정해진 가격이 있는 게 속 편한데 이렇게 자율적으로 팁 주는 일은 참 귀찮았습니다. 얼마큼을 줘야 적당한 것인지 감이 안 왔습니다.

그런데 그건 내 마사지사도 마찬가지인 듯 했습니다. 그녀는 마사지를 끝내자마자 이상한 복주머니를 꺼내면서 은연 중 팀을 줘야 한다고 강요했습니다. 그녀도 나처럼 마사지를 하면서 이 부부가 도대체 팁을 얼마나 줄까를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난 그녀에게 40바트면 되겠냐고 했더니 좋다고 했습니다.

팁을 그녀들에게 주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더니 어린 소녀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우리의 마사지비를 지불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남편은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마사지도 받았으니 비로소 모든 근심 걱정에서 해방된 사람마냥 즐거워했습니다.

이후 난 마사지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마사지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방콕 카오산로드를 걸을 때도 우린 거리를 구경하면서 쇼핑을 할 동안 남편은 길거리에 누워서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카오산로드 길거리 마사지사는 할머니였는데 발에 너무 오일을 많이 묻혀서 싫다고 하면서도 다음날 또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남자 마사지사였는데 아침도 안 먹었는지 힘이 하나도 없이 대충 마사지를 해서 화가 났다고 하면서도 저녁때 또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마사지를 받는 일은 새로운 만남을 의미했고,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는 모양입니다. 남편이 태국에서 가장 즐겼던 일이 마사지입니다.


태그:#태국, #카오산로드, #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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